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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형주 Mar 02. 2024

저출산과 저성장에 대하여

주간 여행 에세이 27

 저출산과 저성장. 최근 한국 사회를 휘감고 있는 주제다. 특히 한국의 출산율이 세계 최저이며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십 수년은 된 주제다. 50대 이상의 ‘꼰대’ 정치인들은 청년 세대의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전혀 모른다느니, 말만 번지르르하고 출산율에는 사실 관심이 없다느니, 그 많은 저출산 대책 예산들은 다 어디로 갔냐느니 하는 문제들은 언제나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린다. 저성장은 비교적 최근 이슈다. 반도체가 견인한 우리나라의 고성장 기조가 슬슬 끝나가고 1~2%대의 연간 GDP 성장이 가시화되면서 한국도 일본처럼 저성장 시대를 맞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듯하다. 처음에는 이곳저곳에서 나오는 자극적인 뉴스만 보고 그다지 깊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저출산과 저성장은 단순히 부정적인 것이며, 정부 정책과 인식 변화와 노력 등을 통해 개선시켜야 할 지표라고만 생각했다. 요즘 부쩍 관심이 생겨서 자료나 책을 읽어보다보고 생각해 보고 이야기해 보니, 살짝 인식이 바뀌었다. 요약하자면 다음 한 문장과 같다. 고령화와 저성장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인데, 한국 사회는 그리고 나는 이를 대비하고 있는가?


 저출산이란 출산율이 낮다는 것이다. 용어를 확실히 하자면 ‘합계출산율’인데, 이는 15-49세의 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나타낸 지표다. 출산력 수준을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로 사용되며, 일반적으로 그냥 출산율이라고 부르는 곳도 많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을 2023년 0.72명을 기록했으며, 2024년 현재에는 이제 0.6 대를 향해 가고 있다. 그렇다면 저출산은 문제인가? 아닌가? 물론 문제다. 출산율이 낮다고 인구가 곧장 감소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인구 비율이 바뀌어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된다는 것이 문제다. 출산율이 감소하면 그에 해당하는 청년세대가 줄어들어 노동인구가 감소한다. 이로 인해 세수가 감소하고 부양비(생산가능인구 대비 유소년인구와 고령인구 합의 백분비)가 증가해 복지비가 증가한다. 또한 통계적으로 35-44세에 소비가 많아지므로 점점 소비도 줄어들어 투자와 시장이 감소한다. 즉 지출은 많아지는데 수입은 적어진다. 그런데 출산율을 올리면 이 문제들이 해결될까? 출산율이 낮은 것은 오래된 일이다. 지금 출산율을 올린다고 하더라도 큰 변화는 없다. 어차피 현재 고령화 인구, 고령화 예정인구는 이미 많은 채로 존재하고 있다. 출산율이 올라도 부모의 숫자가 이전보다 많지 않아서 출생아 수가 급격하게 늘지 않는다. 그러니 출산율이 치솟는다고 하더라도 고령 인구가 많은 인구 구조는 변화하지 않는다. 거기다 출산율 하락은 변화하기 힘든 추세다. 단순한 경제적 문제가 아니라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결정하는 수치다. 다양한 정책들도 조금 올릴 수는 있을지언정 추세를 바꾸지는 못한다.


 그러므로 진짜 문제는 저출산이 아닌 고령화다. (낮은 출산율은 청년 세대의 어려움을 나타내며 이를 개선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지만) 출산율을 높인다고 한들 미래가 크게 바뀌진 않는다. 다가올 것이 결정되어 있는 고령화 사회의 문제점들을 대비해야 한다. 고령 인구의 의료 복지와 연금을 비롯한 여러 지출들은 점점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그 지출과 수입의 간극을 어디서 메꿀 것인가? 미래 세대에게 온전히 그 책임을 돌리는 것이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선택이다.


 그렇다면 지출을 늘어나고 수입은 줄어들어 생기는 그 간극을 성장에서 해결하면 되지 않는가? 어느 정부건 더 많이 걷어야 한다는 소리를 하지 못한다. 대신 성장에 대해 이야기한다. 더 많이 벌면 더 많이 걷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그 방법은 점점 더 힘들어지는 듯하다. 세계 GDP 성장률도 계속해서 떨어지는 추세고,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 한국의 성장률도 마찬가지다. 물론 추세를 반전시키고 세계 평균을 뛰어넘을 수 있는 전략을 세우고 기대를 하는 것은 물론 훌륭한 일이다. 다른 한쪽에서는 (확률이 더 높은) 그러지 못할 때의 대비를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필수적이다. 또한 고령화와 저성장은 또한 불평등을 가져올 가능성이 농후하다. 노동인구 감소로 소도시는 더 작아지거나 소멸하고, 특정 대도시에 몰리게 될 것이다. 소도시의 고령인구는 더욱 힘들어진다. 거기다 노동소득의 성장보다 자본소득의 성장이 커진 사회에서, 그리고 노인 빈곤율이 가장 높은 한국에서 빈부격차 또한 더욱 심해질 것이다.


 고령화와 저성장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그렇지만 한국이 세계에서 변화에 가장 빨리 적응하는 나라이기에, 고령화도 저성장도 재빨리 대비하고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물론 최대한 일찍 대비할수록 그 여파는 적어질 것이다. 한국 사회 그리고 나는, 대비를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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