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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형주 Feb 17. 2024

여행을 글로 남기는 나의 방법

주간 여행 에세이 25

 여행기라 한다면 어떤 글을 떠올리는가. 내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여행기는, 여행지에서의 특별한 경험들을 위주로 그때의 느낌과 감상을 시간 순으로 서술한 글이다. 그런 글들은 독자로 하여금 마치 실제로 그 장소를 여행하는 느낌을 들게 만든다. 이런 관점에서 이 시리즈, <주간 여행 에세이>는 여행기는 아니다. 가끔씩 여행지에서의 경험들이 나오기는 하지만 단발성으로 그칠 뿐이다. 어떤 여행지에 방문했는지, 그 여행지에서 며칠 동안 무슨 일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쓰지 않았다. 이 시리즈를 읽는다고 해서 내가 어디서 어떤 여행을 했는지는 하나도 알지 못할 것이며 같이 여행하는 느낌은 하나도 들지 않는다. 나는 일반적인 여행기 대신 여행을 다니며 떠오른 여러 잡다한 생각에 대한 글을 써오고 있다. 모든 글의 주제가 여행도 아니다. ‘여행’이라는 글을 빼버리고 <주간 에세이>라는 이름으로 써도 아무도 의문을 가지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형식으로 글을 쓰기를 선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여행을 하면서 실시간으로, 혹은 몇 주 전의 일들에 대해 여행기를 쓰는 것은 아주 어렵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나는 나에게 일어난 일들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 그때는 잘 알아차리지 못하는 둔감한 사람이다. 일이 있고 난 후 몇 달이나 몇 년이 지난 후에 문득 갑자기 ’아, 그 일은 이런 의미였구나.‘ 혹은 ’그 일은 이런 식으로 생각할 수 있겠구나.‘ 하고 알게 되는 식이다. 그렇기에 여행을 하는 중에는 그 여행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는 아직 머릿속으로도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이다. 그러므로 여행 중의 경험들에 실시간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글로 풀어내기란 나에게는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그 의미들이 없다면 그저 경험의 나열들을 쓸 수밖에 없다. 몇 번 써보았지만 항상 맥없는 글로 끝나고 말았다.


 그렇기에 차선책으로 나는 여행을 하며 두 종류의 글을 쓴다. 하나는 이 <주간 여행 에세이>다. 이 글들의 주제는 어떤 여행지나 특정 경험에 대한 것이 아니다. 이전부터 생각했던 것 혹은 여행을 하다가 문득 생각난 것이며, 여행으로 인해 머릿속으로 또 글로 정리되는 계기를 맞이했을 뿐이다. 이 분류의 글들은 한 문장으로 말하면 다음과 같다. “여행을 하며 무슨 생각을 했는가” 다른 하나는 실제 여행 기록이다. 오늘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간단하게 쓴 것이고, <간단 여행 일기>라는 이름으로 블로그에 매일 쓰고 있다. ”어떤 여행을 했는가“에 대한 글이다.


 그렇지만 이 두 개로는 부족하다. ”여행은 나에게 무슨 의미였는가“에 대한 글이 꼭 필요하다. 이 세 가지가 합쳐져야 비로소 훌륭한 여행기가 된다. 그렇지만 그 의미에 대해 알게 되기까지 몇 달 혹은 몇 년이 걸릴지 모르겠다. 그때가 되면 앞의 두 가지를 재료 삼아 만족스러운 여행기를 쓸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더라도, 이 두 종류의 글들은 그 나름대로의 효용을 다 할 것이다. 나도 모르는 방법으로. 글이란 원래 그런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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