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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나무 Oct 12. 2021

10년 후 10년은 정해졌다

10년 후 대학의 위기

한국의 출생아가 빠르게 줄고 있다. 통계청이 작년 출생아 수를 발표하자 모든 언론에서 인구 절벽에 따른 위기를 강조했다. 심지어 한국이 소멸할 수도 있다며 우울한 기사를 쏟아냈다. 인구 감소에 따른 위기를 강조하는 신문기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0년째 단골 메뉴가 된 지 오래다. 그때마다 저출산은 이슈가 되었고 수많은 해결 방안과 정책이 쏟아져 나왔다. 정부는 수십조 원을 쏟아부었지만 출산율은 해마다 곤두박질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이 처한 사회적, 경제적 문제와 얽켜있기 때문인지 도무지 출산율 해법이 보이질 않는다. 사람들은 이제 저출산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기보다 외면하기 시작했다.


위기가 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위기는 위기가 아니다?

출생아 수 통계 그래프를 보면 "음... 위기군" 딱 이 정도 느낌이다. 이 그래프가 보여주는 미래를 막연하게 걱정하고는 금세 잊는다. 왜냐하면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위기는 위기로 느낄 만큼 절박하지 않기 때문이다.

언론에서는 통계 수치를 한눈에 보기 좋으라고 그래프로 나타내지만 그래프에는 생략된 숫자가 많다.

(자료=통계청)


작년 전국 일반대 경쟁률 4.58대 1 ->3.56대 1로 대폭 하락했다.

90년대에는 70~60만 명의 아이들이 태어났다. 이들이 현재 대학 3학년 이상의 학생들이다. 그래프에는 잘 안나타지만 통계표를 보면 50만 명대 출생아 수가 딱 한번 있었다. 2001년도 딱 한번 55만 명을 찍다. 그 이전에는 60만 명 대였는데  2001년에 55만 명이 태어나고 다음 해부터 바로 40만 명 대로 곤두박질쳤다. (이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 원인을 자세히 찾아보고 싶은 호기심이 발동한다.)

작년40만 명 대 출생아가 대학 입학하는 시기였다. 그래서 작년 대입 경쟁률이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지방대 평균 경쟁률은 2.69대 1이고 절반 이상이 실질적 미달이라는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심지어 10년 후 대학 절반이 사라질 수 있다는 비관적 기사도 볼 수 있다. 지방대의 미달사태로 사람들의 주목을 잠시  받았지만 대학의 생존 문제는 사람들의 관심사가 아니다.

"나 때는 말이야~대학 입시가 얼마나 치열했는지 알아?"

베이비붐 세대의 어른들은 앞으로 입시 경쟁률도 낮아지고 아이들이 대학 가기 쉬워진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내 자식은 나보다 치열하게 안 살아도 되겠구나 하는 안도감마저 갖는다.

문제는 사람들의 기대처럼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학이 무너지면 국력의 한축이 무너지는 것이다.  우수인재를 양성하는 대학이 부실해지면 미래는 어찌 될 것인가? 물론 구조조정과 혁신이 필요하지만 고등교육의 근간이 흔들리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위기이다.

안타깝게도 미래의 위기는 정해졌다.


2001~2020년 출생아 수(통계청 자료)를 만 명 단위로 정리해 보니 그래프에 안보이던 숫자의 차이가 선명하게 보였다.

출생아 수를 자세히 보면 2012년까지는 43~49만 명대의 아이들이 태어났다. 2013년부터 43만으로 줄기 시작하지만 그 이전까지 10년간은 출생아 수가 급변하지 않고 6만 명 이내의 증감으로 유지된다. 이 시기가 대학에게 주어진 마지막 혁신의 시간이다.


올해 외국인 유학생이 코로나19에도 6.2% 늘어서 12만 명 정도 된다고 한다. 저출산으로 입학생의 부족한 부분을 외국인 유학생이 채워주고 있다니 반가운 소식이다. 그런데 달리 생각해보면 외국인 유학생 유입이 국내 대학에게 독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외국인 유학생으로 학생수 유지가 되니대학 혁신을 달가워하지 않 대학의 기득권층은 혁신보다 버티기로 들어갈 있다. 혹시라도 한류가 시들해지고 외국인 유학생이 감소하는 순간 외국인 유학생에 의존한 대학은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10년이 흐른 뒤 준비가 안된 대학은 어떤 현실과 마주할까?

현재(2021년)부터  10년까지는 출생아 수의 낙폭이 크지 않아서 심하게 부실하지 않은 대학은 버티면 버텨질 수 있다. 그런데 10년이 흐른 뒤에는 해마다 5만 명이 부족한 고3 학생과 마주하게 된다. 그때마다 부족한 학생을 외국인 유학생으로 더 유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런데 더 큰 위은 아직 등장하지도 않았다. 15년 후 대학은 지속적인 학생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 저출산의 카운트 펀치 맞게 된다. 30만 명 대 출생아의 대학 입학 시기가 도래하여 현재와 비교하면 50% 줄어든 고등학생들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10년 후 10년은 이미 정해졌다.  

10년 후부터 10년간 현재 대학 지원자 수의 절반 이상이 사라진다. 그럼 지금부터 출생아 수가 늘면 희망이 있지 않겠나? 불행히도 2021년 출생아 수는 25만 명 정도로 예상된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현재까지 월간 출생아가 2만~2만 5천 명 정도밖에 안된다. 더 큰 위기는 내년도 올해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다.

 정해진 10년은 도저히 바꿀 수 없다. 다만 위기를 기회로 삼는 현명함은 앞으로 우리가 노력할 부분이다.



에필로그

정해진 10년 뒤의 미래가 바뀔 수 있는 변수는 물론 있다. 외국 이민자, 난민 등을 받아들이거나 국제결혼을 장려하면 되는데 쉽지 않다. 또 다른 기대할 만한 변수는 남북통일이다. 북한의 출산율이 점점 낮아지고 있지만 그래도 남북이 합쳐지면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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