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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나무 Oct 25. 2021

10년 후 초등학교는

초등교사의 관점에서 본 10년 후 초등학교

한국은 2020년 20만 명대 출생아를 기록하면서 초저출산 시대를 달리는 중이다. 계산해보니 이 때 태어난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시기가 2027년이다. 직업적 탐색이라고 해야하나? 문득 2020년생 아이들의 초등학교 입학 모습이 그려졌다. 2027년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을 맞이할 학교는 어떤 모습일까? 그 때쯤 예상되는 초등학교의 교육 환경을 교사의 관점에서 그려 보았다.


2020년에는 약 27만 명의 아이들이 태어났다. 현재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태어난 2014년에는 43만 명이 태어났는데, 이때와 비교하면 무려 16만 명(37.2%)이나 줄어든 수치이다. 불과 6년 만에 일어 일이다. 2020년생 출생아가 초등학생이 되는 2027년 초등학교 입학생 수는 이미 정해졌다.


현재 전국의 초등학생수(2021년 기준)는 약 267만 명이다. 이 수치가 어느 정도인지 감이 안 잡힌다면 10년 전 통계와 비교해보. 2011년 초등학생 수는 약 313만 명이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46만명의 아이들이 줄었다.

 '어. 생각보다 많이 안 줄었는데'

지난 10년 간은 40만명 대의 출생아가 지속되면서 안정적인 수치를 이어온 것이다. 그런데 10년 더 과거(2001~2010)로 시야를 넓히면 2011년 보다 95만명이 줄어든 통계를 접하게 된다. 현재를 기준으로 과거 20년 동안 141만 명의 아이들이 초등학교에서 사라진 셈이다.


10년 전 초등학생이었던 아이들은 지금 수능을 준비하거나 이미 대학생이 돼있다. 이미 20년 전부터 대학 입학생이 줄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다. 10년 사이에 대학입시생이 95만명이나 줄어들자 2011년 즈음 정부에서 대학 구조조정을 강력하게 한다고 난리였던 기억이 있다.

근래에 일어난 대학입시 미달 사태는 당연한 결과이다. 대학이 처할 저출산 쇼크는 저번 글에서 살펴보았다.

10년 후 10년은 정해졌다   https://brunch.co.kr/@yh7468qe54/12


그럼 2027년 이후에 초등학생 수는 어떻게 될까?

안타깝게도 2028년도 초등학생 189만 명으로 확 줄게 된다. 이때 입학하는 2021년 출생아가 25만 명 정도로 거의 정해졌기 때문에 예상되는 학생수이다. 놀랍게도 단 1년 만에 18만 명의 초등학생이 사라지는 것인데 만약 내년에도 25만 명 수준으로 출생아가 태어나면 2022년생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2029년에는 초등학교에 174 만 명의 아이들이 있을 뿐이다. 또 1년 사이에 15만 명이 사라지게 된다.

2027년 초등학생 207만 명 -> 2028년 189만 명 -> 2029년 174만 명 ->?


현재 2021년 267만 명의 초등학생이 유지만 된다면 학생 수로 인한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오히려 2027년까지 학급당 학생수를 감축해서 더 나은 수업환경을 조성할 수도 있다. 문제는 당분간 학급당 학생수를 좀 더 줄일 여지가 있지만 곧 한계에 부딪칠 것이라는 점이다.

[한국교육개발원 발표 OECD 교육지표 2020]
<교사 1인당 학생수>
초등 16.5   중학교 13.5   고등 12.2
<학급당 학생수>
초등 23.1   중학교 26.7


여전히 과밀학급이 존재하기 때문에 학급당 학생수를 줄이면 저출산 영향에 조금 숨통이 트인다. 그래서일까 교육부는 신규교사를 크게 감축할 기미가 없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신규교사 감축을 반대하는 입장이다 보니 교육부의 임용 방향에 동의하지만 걱정이 뒤따르는 건 어쩔 수 없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2027년에는 60만 명 이상의 아이들이 초등학교에서 더 사라질게 뻔하므로 교원 수급과 소규모 학교의 통폐합 등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시점이 맞다.

 

다시 강조하지만 현재(2021년)와 비교해 2027년에는 무려 22% 초등학생이 사라진다. 현재의 교사 1인당 학생수 16.5명에서 22%를 줄이면 약 13명이 된다. 이는 OECD 평균 14.5보다 적은 수치다. 학급당 학생수는 약 18명 정도가 될 수 있다. 물론 소규모 학교를 통폐합하면 학급당 학생수는 좀 더 올라갈 것이다. 이 정도 수준에서 유지된다면 교육환경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데 문제는 그 이후이다.


2028년에 초등학생수가 189만 명으로 급감하게 되면 불과 2027년과 2028년 1년 사이에 초등학생 수는 18만 명이 사라져 8.6% 감소하게 된다.  단 1년 사이에 벌어지는 일이다. 더 심각한 일은 이후에 출생아 수가 이 수치로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내년도 출산율도 올해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만약 25만 명 수준의 출생아 수가 앞으로 4년간 지속된다면 정말 큰일이다.

앞으로 4년간 이런 출산율이라면 10년 뒤 2031년에 초등학생 수는 157만 명 수준으로 떨어지게 된다. 2021년 267만 명의 초등학생이 10년 사이에 110만 명(41%)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학급당 학생수를 현재의 40% 줄여야 할까? 학교를 통폐합하고 먼 거리 학생을 버스로 실어 날라야 할까? 사실 이런 문제는 충분히 예견되었고 눈에 보이는 문제이다. 그런데 10년 후 초등학교에 일어날 막상 보이지 않지만 닥치면 암담한 문제가 있다.



10년 후 초등학교에는 45세 이상의 교사가 절반이 넘을 것이다.

현재 초등학교 교사의 연령대를 살펴보면 35~45세 교사의 비중이 가장 크다. 이유는 간단하다. 많이 임용되었기 때문이다. 20여 년 전 교원 정년 감축으로 교사가 부족한 적이 있었는데 이 시기에 많은 초등교사를 임용했다. 지금은 상상이 안되지만 전국적으로 초등교사 임용이 미달되었던 시기였다. 이때 임용된 교사가 주로 35~45세이다.

아래 표는 2020년 기준으로 경기도교육청 소속 초등교사를 연령별로 나누었다. 표에서는 40대 교사의 수가 확연히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른 교육청은 연령별 편차가 더 심할 수 있다. 참고로 내년도 대전교육청은 신 초등교사를 11명밖에 뽑지 않는다.


                      [2020년 경기교교육청 연령별 초등교사 수(교장, 교감, 보건, 사서, 영양, 특수 제외)]

지금까지 50대 교사가 명예퇴직을 해도 바로 연금이 지급되었다. 많은 교사가 명퇴를 선택하는데 부담이 덜 이유이다. 그런데 2016년 공무원연금 개혁 이후 지금의 40대 교사 부터 명퇴를 선택하는데 주저할 수밖에 없다. 이들이 명예퇴직을 할 때는 공무원연금이 바로 나오지 않고 65세 이후부터 지급되기 때문이다. 정년까지 학교에 남는 교사 비율이 지금보다 높아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현재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40대 교사가 50대가 되는 2030년에 50대 교사 비중이 상대적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따져보니 10년 후에는 50세 이상의 교사 비율이 34%, 45세 이상의 교사가 50% 이상 차지할 것이다. 다만 이 예상치는 퇴직자와 신규임용교사의 수를 예상해서 대략적으로 추정해 본 수치에 불과하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50대 교사의 비율 지금보다 큰폭으로 높아진다는 사실이다. 50대 교사의 수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현재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40대 교사가 학교를 떠나지 않고 50대 맞이하면서 생기게 될 현상이다.


학교에서 젊은 교사의 에너지가 사라지는 것보다 더 두려운 것은 50대 교사의 삶의 질 추락이다. 젊은 교사가 바라보는 본받을 게 없는 50대 교사, 젊은 학부모가 바라보는 답답한 50대 교사, 그리고 교육의 열정이 사그라든 50대 교사의 자화상은 슬프지만 10년 뒤 현실에서 부딪칠 미래이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

결국 10년 뒤 다수를 차지하게 되는 50대 교사가 초등교육을 지탱해야 한다. 50대 교사의 열정이 다시 꽃피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길 바란다. 당당하게 자신의 경험과 지혜를 후배들과 공유하고 현재와 미래를 대비하는 50대 선배교사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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