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이전부터 미래 교육을 떠올리면 그 시대의 첨단 기술을 생각해왔다. 텔레비전이 등장했을 때는 방송교육이 혁신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했고, 인터넷이 등장했을 때는 교육혁신 주장이 더욱 요란했다. 인터넷으로 연결된 세상에서 온라인 수업은 학습격차를 줄여주고 교육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다는 희망에 찬 주장이 지지를 받았고 실제로 칸아카데미와 같은 성공사례 덕분에 많은 교육자는 교육혁신의 꿈에 부풀었다.
미래교육을 내다보는 전문가들은 10년 후에 인공지능과 가상공간이 결합된 온라인 교육이 보편적 교육방식으로 자리 잡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카네기멜론 대학 석좌교수 비벡 와드와는 자신의 저서 <선택 가능한 미래(2017)>에서 아바타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교육방식이 확장하고 발전하면 교육의 빈부 격차가 향후 10년 이내에 상당 부분 사라지고, 교육의 혜택도 더욱 골고루 돌아가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메타버스가 교육을 구원할 것으로 내다본 듯하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가까운 미래에 인공지능을 활용한 학생 주도적 온라인수업이 일반화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반은 맞지만 반은 틀린 이야기이다. 좀 더 비관적으로 이야기하면, (물론 개인적인 예상이다) 10분의 1 정도 맞는 이야기 같고 나머지 10분의 9는 실현이 어렵다고 본다. 그렇다고 기술이 실현되기 어렵다는 말은 아니다.
당장 기술이 아이들을 구원하리라 믿지 마시라
미래 교육에 인공지능이 절대적 영향력을 미칠 것이란 환상을 버려야 한다. 인공지능의 알고리즘이 아이들에게 항상 올바른 피드백을 줄 수 있다는 위험한 생각은 접어야 한다. 알고리즘은 개발자의 의도와 데이터의 편향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만들어진 알고리즘으로 검증되지 않은 무수한 데이터에서 딥러닝을 한 인공지능은 도덕적 감수성이 없다. 개발자의 의도와 편향이 반영될 수 있고 도덕적 감수성이 없는 인공지능이 아이들에게 어떤 피드백을 줄지 모르는 일이다. 인공지능이 심각한 도덕적 판단의 오류와 차별적 성향을 드러낸 국내외 사례는 많다.
온라인 교육은 효율성의 문제이지 교육이 지향하는 자아실현의 수단이 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다. 온라인 교육은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한 도구로서 효율성 측면에서 접근하고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코로나 펜데믹 이후 지금까지 모든 교사가 온라인 수업을 하면서 쌓은 경험치는 온라인 교육의 효율성을 높여주었다. 쌍방향 수업의 피드백, 온라인 프로젝트 수업, 온오프라인 블렌디드 수업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교사 각자에 맞는 온라인 수업 방안을 찾아갔고, 그 덕분에 온라인 수업으로 제법 교육적 효과를 본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온라인 교육이 모든 학생의 학습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란 환상은 버려야 한다. 기술이 교육을 업그레이드한다는 환상은 기업의 홍보 수단일 뿐이다. 정작 교육이 필요한 아이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국 사회가 계층 간 경제적 자산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부모의 자녀양육이 점점 힘겨워지고 있는 현실이다. 게다가 한부모가정, 조손가정, 다문화가정 등의 증가 추세는 경제활동이 불안정한 가정과 더불어 아이들의 정서와 학습환경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정작 학교가 이 아이들을 보살펴야 하는데 코로나 판데믹 이후 제대로 보살필 수 없었다. 온라인 수업에서 이 아이들에게 교사의 피드백은 먼 산의 메아리일 뿐이다. 가까운 미래에 인공지능 온라인 수업이 도입된다 해도 인공지능이 교사의 세심한 보살핌을 따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감정과 도덕적 판단을 진짜로 이해하게 된다면 모를까 인공지능이 적용된 교육방식으로는 이 아이들을 구원할 수 없다. 미래 기술에 현혹되어 가장 좋은 방식을 소홀히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