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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나무 May 24. 2022

꿈은 40대가 꾸는 것이다

80년대 초등학생 시절에 나는 명절날만 되면 듣는 말이 있다. 집안 어른들 으레 안부인사처럼 하는 질문이다. '장래희망이 뭐니?' 또는 '꿈이 뭐니?'

그때마다 '의사가 될래요'처럼 어른들 원하는 대답을 망설임 없이 내놓았다. 내가 자신있게 대답하는 모습 그 당시 나의 40대 부모님이 보기에 뿌듯했을 것이다. 부모의 꿈은 내 자식  실현시켜주는 것이니까.


혹여나 자식이 아닌 부모 꿈을 는 것은 80년대만 해도 납득이 안되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꿈을 이루기도 전에 저승사자를 먼저 만나게 될 테니까.

우리나라 평균수명은 90년대가 되어서야 70살을 넘겼다. 80년대에는 40대 새로운 꿈을 꾸기보다는 현재를 유지하는 게 최선의 선택지였다. 60살에 정년퇴직하고 얼마 안 가 저승으로 갈 텐데 뭐하러 꿈을 꾸겠는가!(1998년 IMF사태가 터지기 전까지는 60살 정년이 대부분 보장되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80년대에 40대였던 부모세대가 간과한 게 있다. 우리나라 평균수명이 꾸준히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그 당시 40대 부모는 지금 70~80대 노인이다. 현재 대한민국 평균 수명은 80살을 넘어섰고 여자 평균수명은 90살을 넘보고 있다.


그렇다. 이분들은 60대 언저리까지 살겠지라는 생각을 품고 있었지만 정작 80살을 넘어 90살까지 살게 된 것이다. 그래서 미처 준비를 못했다. OECD 최고 노인 자살률은 자식을 위해 헌신하신 그분들이 현재 가장 불행한 세대를 이루고 있다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노인 자살률은 심각한 노인 빈곤율과 관련이 깊지만 꼭 경제적인 이유만은 아닐 것이다.




지금 추세라면 현재 40대는 90살을 훌쩍 넘어 생존할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100살 이상의 장수 기회가 찾아올 수 있다. 예상되는 평균수명을 기준으로 보면 현재 40대에게는 50년 이상의 생존 타이머가 작동 중이다. 남은 50년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지 생각과 고민이 없다면 노후의 삶은 짙은 안개길이나 다름없다.

  

요즘 10대에게 함부로 꿈을 묻는 것은 어른들의 오만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들에게 꿈을 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지도 않으면서 자신의 경험에 빗대어 아이의 꿈을 단해버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안한 말이지만 인생 경험이 적은 10대의 꿈은 실현이 어려운 몽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반해 사회 경험도 많고 세상 돌아가는 이치도 좀 아는 40대는 꿈을 꾸기에 아주 적기이다. 40대의 꿈은 세상을 혁신하겠다는 거창한 야망아니다. 오롯이 나를 위한 꿈.


그런데 40대의 꿈은 자칫 욕망으로 얼룩지기 쉽다. 돈과 권력을 좇아 앞만 보고 달릴 수 있다. 그러나 40대는 나를 돌아봐야 할 때이다. 그 모든 것이 내가 원하는 행복인지. 내가 노인이 되어서도 그 행복이 변함없는지 생각해야 한다.


어느 정도 경제적인 자립은 행복한 노후를 위해 필수적이다. 사람마다 그 기준이 다르겠지만, 딱 자기 형편에 맞게 생각한 만큼이면 된다. 그 이상을 얻기 위한 욕심이 나를 망가뜨릴 수 있다. 우선 욕심을 내려놓고 나에게 집중해야 한다. 40대가 가기 전에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나의 역량부터 찾아야 한다. 40대에 가꾼 역량은 노인이 되어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런 확신이 있으면 노후에 삶의 의미를 얻고 행복도 일굴 수 있다.  


무슨 꿈을 꾸어야 할지 고민이라면 아주 쉬운 방법이 있다. 지금 당장 도서관에 가서 책을 펼치는 것이다. 40대 정도면 책을 고를 수 있는 안목이 생긴다. 나에게 맞는 책을 찾아 읽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아야 한다. 그리고 기록한다. 독서, 성찰, 기록의 선순환이 이루어진다면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찾을 수 있다. 바로 내가 90살이 되어서도 지탱할 수 있는 꿈을 꿀 수 있다.


지금 꿈을 꾸기 시작한 40대는 아직 전성기가 오지 않았다. 느긋이 60대 이후에 전성기를 맞이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젊은 세대에게 도움이 되는 60대가 되어 그들과 소통하며 전성기를 꿈꿀 수도 있다. 비록 60대가 되어 20대와 소통이 어렵게 되더라도 40대와는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지 않을까?  

60대가 되어 내일 저승 갈 노인마냥 희망 없이 살 순 없지 않나.

꿈이 없는 40대는 이미 노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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