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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나무 Jun 24. 2020

실시간 쌍방향 온라인 수업?

온라인 수업과 교실 수업을 뒤집어 생각해봤습니다.

지난 5월 초 교육부는 실시간 쌍방향 온라인 수업 교사 비율을 5.2%에 불과하다고 발표했습니다. 상당히 낮은 비율 때문인지 언론에서는 교사의 수업 방식에 대한 비판적 기사가 실렸죠. 이 때문은 아니지만 저의 동학년 선생님들과 뜻을 모아 6월 초부터 실시간 쌍방향 온라인 수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점점 쌍방향 온라인 수업에 대한 압박이 오고 있어서인지 주변 선생님들이 하나둘 실시간 수업을 시작하거나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도 그렇지만 현재 학교에서 하고 있는 쌍방향 온라인 수업은 대부분 강의식 수업입니다. 교실에서도 강의식 수업 방식은 한계가 명확한데 쌍방향 온라인 강의식 수업은 교실에서 하는 강의식 수업보다 효과가 눈에 띄게 떨어집니다. 수업 참여의 긴장감이 없어서 그럴까요?

실시간 쌍방향 수업 화면은 학생에게 편안한 마음을 제공합니다. 선생님은 화면 안에 존재하고 수업 공간은 좀 전까지 누워있던 침대 옆 책상 앞입니다. 드라마처럼 재미있지도 않은 영상에 집중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쌍방향 온라인 수업에 참여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겠지만 학습의지가 있는 학생도 수업에 몰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주대 심리학과 김경일 교수님은 온라인 강좌를 수강할 때는 오프라인 수업에 참여하는 마음가짐을 갖기 위해 일어서서 수강한다고 합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온라인 수업도 교실 수업과 같다는 마음가짐을 갖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하고 학생이 마음먹기 힘들면 부모가 도와주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쌍방향 온라인 수업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학생 입장에서도 변명의 여지는 있습니다. 긴장감이 적은 환경에서 학습을 이어가기가 어렵기도 하지만 집안 가득히 주의를 흐트러뜨리는 물건이 많습니다. 컴퓨터 화면으로 수업에 참여하지만 모니터 아래에서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리는 아이를 무작정 비난만 할 수만은 없습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학습의지가 낮고 수업에 대한 흥미가 적은 아이들이 적지 않다는 점입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교실 수업이 재미없는데 온라인이라고 재미있을까요? 학습의지가 낮은 학생에게 지금과 같은 쌍방향 온라인 수업은 무용지물입니다. 


그럼 온라인 수업과 교실수업을 뒤집어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온라인 수업으로는 어렵지만 교실수업에서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금방 찾아낼 수 있습니다. 교실 수업을 해왔기 때문에 교실에서 활동하는 게 익숙하죠. 그럼 교실수업에서는 하기 어려운 활동을 온라인으로는 충분히 가능한 활동이 있지 않을까요? 한번 상황을 뒤집어서 생각해볼까 합니다.

온라인 수업은 교실수업에서 얻기 어려운 교육적 장점이 있습니다. 

온라인 수업에서는 큰 힘들이지 않고 학생의 수준별 학습을 가능하게 합니다. 

현실적으로 교실 수업에서는 수준별 학습이 어렵습니다. 교사의 엄청난 준비와 헌신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제한된 시간에 수업 내용을 가르치기도 빠듯한데 어떻게 수준별로 학생을 지도할 수 있을까요? 불가능에 가깝지만 교사의 노련함과 헌신으로 실천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토록 어렵고 힘든 수준별 학습이 온라인 수업에서는 의외로 쉽게 실현 가능합니다. 물론 온라인 수준별 학습도 선생님의 수고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교실 수업의 수고에 비할바는 아닙니다.

온라인 수준별 학습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제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해봤습니다. 학습 수준에 따라 학습방을 따로 개설하여 운영해도 좋고, 교차 학습이 가능하도록 온라인 교실을 운영합니다. 학생의 참여 정도와 이해 수준을 고려해서 학습방을 개설하고 학생 스스로 학습방을 선택하여 참여하도록 합니다. 학습방 주제에 따라 토론방이 될 수 있고 때에 따라 프로젝트 학습이 될 수 있습니다. 기존의 과제 제시형 온라인 수업 방식과 다른 점은 과제를 학생이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고 다른 친구와 온라인에서 협력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온라인 수준별 학습에서 가장 중요한 교사의 역할은 적절한 피드백입니다. 학생의 질문을 이끌고 과제에 대한 피드백을 반드시 해주어야 합니다. 과제에 대한 피드백을 통해 학생의 학습 이해 정도를 파악하고 사고의 확장을 위한 새로운 질문을 제시한다면 피드백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겁니다. 여기서 교사의 경험과 노련함이 필요합니다. 특히 교사와 학생이 만나서 이야기하기 어려운 말을 온라인에서 쉽게 나눌 수 있습니다.

제 경험을 이야기해 볼게요. 작년에 담임을 맡았던 4학년 중에 교실에서는 거의 말을 하지 않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이 아이는 저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을 뿐 아니라 대화 자체를 거부했습니다. 처음에는 대화 거부라고 생각했는데 그 아이가 쓴 글쓰기 내용을 읽고서 저와의 대화가 부담스럽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이 아이와는 카톡 메시지로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온라인 메시지로 소통하고 나서부터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면서 누군가에게는 비대면 소통 방법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교실에는 이 아이처럼 교사와의 대화를 부끄러워하거나 부담스러워하는 아이들이 의외로 많다는 점도 새삼 깨닫게 되었죠.

쌍방향 온라인 수업에서는 학생에게 직접적인 피드백을 해주면서 아이의 학습의지를 높이고 동기부여를 해줄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교실 상황과는 다르게 2차원 화면 속에 갇힌 아이들과 소통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실시간 쌍방향 온라인 수업방식으로는 수준별 온라인 학습을 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쌍방향 온라인 수업과 과제 중심의 온라인 수업 방식이 결합된 수준별 온라인 학습 형태가 돼야 합니다.


전국의 교사에게 일방적인 쌍방향 온라인 수업을 강요하기보다는 콘텐츠와 과제 중심 수업의 효과를 살릴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요? 피드백이 잘 된 온라인 수준별 학습이 쌍방향 온라인 수업보다 나을 수 있다는 주장이 묻히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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