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안 하고 있는 선생님에게 묻는 질문
온라인 개학 실시 발표 이후에 많은 학부모들은 원격수업을 실시간 쌍방향 수업으로 이해하는 것 같습니다. 19년째 초등교사인 저도 원격 수업하면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먼저 떠올렸으니까요.
교육부에서 발표한 원격수업 유형은 크게 4가지입니다.
<원격수업의 유형>
① 실시간 쌍방향 수업
② 콘텐츠 활용 중심 수업
③ 과제 수행 중심 수업
④ 학교장이 별도로 인정하는 수업
이미 시작된 중3, 고3 원격수업은 대부분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중심으로 다른 수업 방식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중고등학생 대부분 스마트 기기가 있고 혼자 수업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방식입니다.
실시간 쌍방향 수업은 초기에 학생의 호기심 덕분에 관심과 호응이 높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업이 어느 정도 진행된 이후에는 교실 수업보다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학생들은 온라인 수업에 곧 적응하겠지만 나태함이 넘쳐흘러 3인칭 시점의 방관자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내 앞에는 모니터가 있지 선생님이 있는 게 아니니까요!
초등학교의 경우에는 상황이 더 나쁩니다. 저학년의 경우 쌍방향 수업 자체가 어려운 환경이라 텔레비전 앞에서 교육방송을 시청해야 합니다. 아이들을 돌볼 어른이 있다면 그나마 환경이 좋은 편입니다. 맞벌이 가정이나 한부모 가정은 아이가 교육방송을 잘 보도록 단단히 이르고 출근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고학년도 부모가 곁에서 도와주기 어려운 환경이라면 쌍방향 수업에 참여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실시간 쌍방향 수업이 어려운 이유는 가정환경뿐 아니라 교사에게도 다양한 요인이 있습니다. 자신의 수업이 노출되는 쌍방향 수업에 대한 두려움과 스마트기기 활용에 대한 부담감이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하는데 큰 걸림돌이 됩니다.
어찌 됐든 4월 16일 초등 4~6학년 및 중고등학교에서 원격수업이 시작됩니다.
그런데 많은 선생님들이 원격수업에 대한 마음의 준비가 안돼 있습니다. '원격수업 1주일만 버티자. 길어봐야 2주일 정도면 개학해서 교실에서 제대로 수업을 하면 된다.'라는 마음입니다. 많은 교사가 e학습터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에 외부 콘텐츠를 수집해서 수업을 구성하거나 EBS TV 시청을 권합니다.
많은 선생님들의 기대처럼 1~ 2주일 이내에 개학을 하면 사실 큰 문제가 없습니다. 원격수업의 문제가 불거져도 개학 후에 수업을 어느 정도 보충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2주가 지나도 개학을 못하면 드러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닐 겁니다. 많은 문제점을 여기서 나열하기보다는 교사의 입장에서 가장 크게 다가올 질문 하나를 생각해보았습니다.
실시간 쌍방향 수업이나 교사가 직접 제작한 강의형 콘텐츠 활용 수업을 하지 않는 교사에게 다가올 질문입니다.
원격수업시간에 선생님은 뭐하세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잘 모르겠습니다.
수업을 하는 건 아닌데,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학생들 진도율 체크하고, 로그인 안 하는 아이들에게 연락하고 있습니다. 연락이 되면 다행이지만 연락도 안되면 난감하죠. 결석으로 처리해야 할지 고민이 됩니다
이런 대답이 나올 수 있다는 상상을 해봅니다. 어디까지나 제 상상입니다. 선생님들마다 다양한 방법으로 원격수업을 준비하고 계십니다. 오해 없으시길.
교사의 입장에서 여건이 되면 실시간 쌍방향 수업이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수업시간에 맞춰 아이들과 수업을 하기 때문에 교실 수업처럼 가르칠 내용을 준비하면 됩니다.
하지만 쌍방향 수업이 마냥 마음 편하지만은 않습니다. 나의 수업이 모두 공개되니까요. 내 수업이 저장될 수 있고, 오픈될 수 있다는 두려움 또는 기대감이 있을 수 있습니다. 강의식 수업에 자신 있는 선생님에게는 좋은 선택이 될 것입니다.
사람들은 위기가 곧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하곤 합니다. 그렇습니다. 교육의 위기가 기회일 수 있습니다. 교사의 빛나는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수업을 스타강사처럼 멋지게 하는 능력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저에게 그런 능력이 있다면 소원이 없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학생과의 1:1 피드백으로 교사의 능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소크라테스가 제자들에게 문답법으로 피드백을 준 것처럼 교사와 학생의 1:1 피드백으로 양질의 원격수업을 할 수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지식뿐 아니라 지혜를 줄 수 있는 기회입니다. 선생님의 지혜와 따뜻한 마음을 전해줄 수 있습니다. 교실수업에서는 어려웠던 1:1 피드백이 원격수업에서는 가능할 수 있습니다.
피드백 없는 콘텐츠 활용 원격수업은 극단적으로 말하면 가치 없는 교육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콘텐츠의 백화점식 나열은 학생들에게 학습동기를 주지 못합니다. 반면에 피드백이 많은 콘텐츠 활용 수업은 실시간 쌍방향 수업보다 교육적 효과가 더 클 수 있습니다. 피드백을 통해 자연스럽게 수준별 지도가 되고, 학생과 교사의 긍정적 관계 형성에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학생의 관심사, 흥미, 수준을 파악할 수 있어서 교사는 학생 개인별 특성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습니다.
교실에서 학생들과 만나게 될 때 사제지간의 긍정적 관계와 신뢰가 형성될 것이라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하게 됩니다.
적은 분량의 콘텐츠를 통해서라도 학생과 소통을 많이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선생님들이 콘텐츠 수집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가능한 다양한 피드백 방법으로 학생들과 소통해야 합니다. 채팅, 영상통화, 전화통화, 댓글 쓰기, 글쓰기 등의 방법으로 학생환경에 맞게 소통하고 피드백하면 됩니다. 피드백의 기술은 스마트기기를 잘 다루거나 강의를 잘하는 기술보다 더 빛날 수 있습니다. 경력이 많은 관록의 교사일수록 유리하지 않을까요?
원격수업의 에너지를 학생을 위한 피드백에 투입하고, 원격수업의 피드백 기술을 고민해야 합니다. 피드백을 위한 콘텐츠를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업에 대한 피드백 영상이 될 수도 있지만, 사진 한 장, 짧은 텍스트도 좋은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20~30명의 학생들과의 실시간 쌍방향 수업은 교실수업보다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선생님이 BTS라면 모를까 실시간 쌍방향 수업의 한계는 명확합니다. 학생들이 온라인 수업 콘텐츠를 수강하는 동안 1:1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해준다면 원격수업의 한계를 조금이나마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요?
<에필로그>
이전 글에서 실시간 원격수업에 관한 글을 다음에 쓰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저희 반 원격수업 준비와 고민으로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느라 글이 써지지 않았습니다. 교육부의 원격수업 규정이 속속 공문으로 내려오면서 규정에 맞게 준비하는데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야만 했습니다. 전국의 모든 교사가 같은 심정일 겁니다. 답답함과 부담감을 함께 느끼고 계실 겁니다.
이번 글은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꼭 해야 하는지, 원격수업에서 교사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한 흔적의 나열입니다. 19년째 교사의 입장뿐 아니라 초등학교와 중학교 학생의 학부모 입장에서도 많은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다음 글에는 원격수업이 가져올 교육의 변화를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특히 인공지능이 투입된 원격수업이 학교와 교실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생각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