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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나무 Apr 07. 2020

코로나 19 이후의 원격수업

19년째 교사가 바라본 원격수업의 미래

저는 19년째 초등교사입니다. 

19년째 아이들을 만나고 있는데 올해는 어렵습니다. 언제쯤 교실에서 아이들을 만날 수 있을까요? 빈 교실에는 아이들 대신 혼자 덩그러니 있을 뿐입니다. 다음 주에는 교실이 아닌 온라인으로 원격수업이 시작됩니다. 디지털 세상에서라도 아이들과 만나는 상황을 반가워해야 할까요?


코로나 19로 인한 전격적인 원격수업 실시는 많은 우려와 걱정 속에서도 실행될 예정입니다. 현실적으로 뾰족한 대안이 없기 때문입니다.


체계적인 원격수업을 위한 운영 기준안 마련 - 교육부


다음 주부터 원격수업이 시작되면 불거질 문제는 이번에 건너뛰고 다음에 이야기할까 합니다. 코로나 19 종식 이후의 미래를 먼저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당장 내일만 보고 원격수업을 준비하는 것보다 몇 달 뒤, 몇 년 뒤를 생각한 후에 준비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19 종식 이후 원격수업이 불러올 교육현장의 변화를 19년째 교사의 눈으로 미리 살펴볼까 합니다.


코로나 19가 교육의 큰 물줄기를 틀어놓았습니다.

코로나 19는 모든 학교(초, 중, 고, 대)가 원격수업을 필수로 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그것도 순식간에 만들었죠. 지난 10년간 지지부진한 원격수업의 작은 물줄기가 단번에 큰 물줄기로 커졌습니다. 지금까지 '원격수업은 효과가 적다. 장비 구입에 돈만 잡아먹는다. 사기업 배만 불린다'는 비판을 일시에 잠재우고 앞으로는 이 방법밖에 없다로 당위성을 가지고 추진됩니다. 원격수업의 가성비가 중요한 요인이 아니라 대안이 없기 때문입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원격수업을 본격적으로 도입하여 코로나 19로 인한 학습 공백의 장기화에 대비할 것이며, 이를 계기로 학생의 자기 주도적 학습능력을 함양하고 온ㆍ오프라인 혼합형 수업(블렌디드 러닝)을 확산하는 등 우리 교육이 미래 교육으로 한 단계 도약하도록 지원하겠다.”라고 하였다.(2020.3.27)


문제는 "코로나 19가 종식되면 원격수업을 안 해도 된다"가 아닙니다.

사람들은 이제 압니다. 언제 올지 모르는 바이러스 때문에 휴교하는 상황을 항시 대비해야 한다는 것을요. 비대면 수업을 위한 온라인 원격수업이 바이러스로 인한 수업 결손을 막을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이 된다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합니다.


원격교육은 필수

코로나 19 종식 선언이 되면 원격수업을 포함한 원격교육계획이 구체적으로 세워질 겁니다.

교육부에서는 원격수업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손 볼 것입니다. 어쩌면 원격수업 플랫폼 제작을 지원할 수도 있습니다. 현재 한국 교육학술정보원에서 운영 중인 에듀넷, e학습터, 위두랑, 디지털교과서 등을 통합하고 좀 더 원격수업에 최적화된 플랫폼이 제작될 수 있습니다.


학교교육과정에 원격교육이 필수 또는 선택 과정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법정 연간 수업일수의 일부가 원격수업으로 가능해질 수 있지 않을까요? 가령 일정한 수업일수를 학교장 재량의 원격수업으로 대체 가능해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원격수업과 재량휴업을 연계할 수도 있습니다. 학사운영이 유연해질 수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는데 앞으로는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스타교사의 등장

교원평가 방식이 변화되고 스타교사가 등장할 것입니다.

학부모 단체나 교육부에서는 원격수업 덕분에 교사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해졌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원격수업역량이 100% 평가 항목이 되지는 않겠지만 큰 영향력을 가질 것입니다. 학부모가 일 년에 한두 번 참관하는 교실 수업으로는 교사의 수업 능력을 평가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선생님의 학습동기부여는 적절한가, 말투와 표정은...'라는 평가항목에 원격수업을 보고 체크하는 시대가 올 수 있습니다. 물론 원격수업의 평가항목이 개선되겠지만 그래도 평가 앞에서 교사는 긴장됩니다.


원격수업 평가뿐 아니라 원격수업 우수교사가 선발될 수 있습니다. 만약에 원격수업 플랫폼이 교육부 차원에서 만들어지면, 전국의 교사 수업 콘텐츠가 관리될 것입니다. 물론 내 수업을 공개하지 않으면 그만인데 수업에 자신 있거나 인센티브 때문에 공개하는 교사가 많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극단적인 상상이지만 교사 대상 수업 서바이벌이 등장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원격수업의 구원투수 인공지능!

원격수업의 구원투수로 인공지능이 투입될 것입니다.

최근 음성비서 서비스가 널리 사용되면서 인공지능의 교육적 활용에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인공지능 음성서비스는 당장 초등학교 저학년의 원격수업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은 컴퓨터나 스마트폰 활용이 익숙하지 않아서 원격수업에 접근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이 부분을 음성서비스나 인공지능 기능으로 해결해줄 수 있습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인공지능을 활용해서 학생의 학습 패턴을 분석하여 학습과정을 최적화할 수 있습니다. 가령 수준별 문제 제시와 피드백이 가능해집니다. 또한 학생의 관심분야를 분석해서 흥미 있는 학습 콘텐츠를 연결할 수도 있습니다. 교실에서 교사가 세심하게 아이들을 관찰해야 알 수 있는 부분을 온라인에서 인공지능이 실행할 수 있게 됩니다.


교사가 필요한가?

원격수업에서 인공지능이 정교화될수록 교사가 필요한가라는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 때문에 모든 교사가 필요 없다고는 않겠지만 적어도 인공지능이 더해진 원격수업에서는 교사의 역할이 쪼그라들게 뻔합니다. 그럼 교사는 인공지능에 대해 공부해야 할까요? 인공지능 알고리즘부터 익혀야 할까요?  일반 교사가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꼭 배울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인공지능을 수업에 어떻게 적용하면 효과적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고 인공지능을 활용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인공지능에 전적으로 수업을 맡기는 순간 교사의 설자리는 좁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다행히 인공지능은 인간의 지능보다 발달할 수 있지만 인간의 마음까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인간은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가까운 미래에는 인공지능도 프로그래밍된 정교한 공감표현을 할 수 있겠지만 인간만큼은 아닐 겁니다. (인공지능과 교육의 변화는 제가 관심을 두고 있는 주제라 나중에 자세히 이야기하겠습니다.)


교실 수업이 최고!

아이러니하게도 오프라인 교실 수업의 가치가 부각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온라인 수업을 잘해도 교실 수업에서 교사가 미소를 지으며 칭찬하는 학생에게 훨씬 더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럼 대안으로 온라인-오프라인 혼합형 수업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거꾸로 수업처럼 온라인-오프라인 혼합형 수업이 활용될 수 있는데,  제 생각에는 현실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모델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지금처럼 원격수업만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당장 적용하기 어렵지만 평소에 거꾸로 수업을 시행하고 있을 경우에는 원격수업으로 전환은 어렵지 않습니다. 학생과의 소통 인프라도 형성돼있고 학습 콘텐츠도 준비돼있으니까요.


당장 온라인 콘텐츠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교사들에게 닥치게 될 문제들이 쓰나미처럼 몰려오고 있습니다.

돌파구를 고민할 시점이죠. 실시간 수업을 해야 하나? 온라인 콘텐츠 제작은 어떻게 하나? 이런 고민은 다음 글의 주제로 하겠습니다. 물론 실시간 수업 방법이나 콘텐츠 제작 방법을 나열할 생각은 없습니다. 교사의 입장에서 콘텐츠 제작을 고민한 흔적과 해결 실마리를 나누고 싶습니다.


(에필로그)

주변에서 원격수업에 대한 걱정이 많습니다. 

다행히도 지난 10여 년간 온라인 원격수업은 저의 주된 관심사였습니다. 2013년 연구년 교사로 서울대 사범대학에서 1년간 교육공학 전공 수업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때 플립러닝, 교수설계, 이러닝 수업설계 참여의 경험은 이후 거꾸로 수업을 3년간 실행할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직접 콘텐츠를 만들면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지만 이 당시 경험은 원격수업을 직관할 수 있는 안목을 키워주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리고 10년 전 대학원에서 전공한 미디어교육은 디지털 세상의 아이들을 연구하고 수업을 실행하는데 밑바탕이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디지털 시민성 관련 학생 교재를 공동 집필하면서 디지털 세상의 학교와 학생에 대해 생각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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