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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느진 Jun 11. 2021

테이블 보의 상관관계

오늘의 눈 맞춤

2021년 6월 10일


 아침까지 잠도 안 오고 정신도 멀쩡하길래 내친김에 밤을 제대로 새워서 생활패턴을 되돌려보자 마음먹었다. 대패삼겹살에 김치도 구워 먹고, 해야 할 일의 초석도 느긋하게 다졌다. 정말 산뜻한 하루가 이어졌다. 낮잠을 자기 전까진.


 동생이 점심을 먹으러 온 틈을 타서 한두 시간만 잠깐 눈 붙이려고 했는데, 눈뜨니 저녁이었다. 속으로 오늘도 글렀군 생각했다. 과제를 완성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고도 생각했다. 이상하게 조급한 마음도 들지 않았다. 포기하겠다는 건 아니었지만, 스스로에게 너무 고통을 주진 말자는 정도. 덕분에 음료도 여럿 만들어 마시고, 딴짓도 하며 재밌게 마감까지 달렸다.


 공부를 할 때 완전히 조용한 환경을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독서실보단 도서관을, 도서관보단 카페나 집을 더 선호한다. 약간의 소음과 움직임이 있을 때 일이나 공부하는 재미가 생긴다. 조용함이 필요한 순간에는 이어폰을 끼거나 내 방으로 들어가면 되니까. 그런 자유로운 풍경이 좋다. 내가 상황에 지배되는 게 아니라, 상황에 스며든 기분이라.


 특히 내가 좋아하는 방법은 다른 방에서 접이식 테이블 위에 내 취향의 테이블 보 깔기. 그때그때 끌리는 색이나 무늬로 작업이 펼쳐질 환경을 만들고 나면 새로운 기분이 든다. 생각이 많거나 하기 싫을 때 이만한 기분 전환도 없다. 다 덮어버리고 계속 일을 할 힘을 준다.


 오늘은 아이보리빛 테이블보. 별생각 없이 딱 손에 집히는 걸로 골랐다. 밝은 배경이 괜찮았다. 가끔은 너무 많은 생각이 도리어 독이 될 때도 있는 법이다.


 역시나 과제를 완성시키진 못했지만, 무사히 제출은 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는, 그래도 90%는 했다는 마음이 컸다.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만족감의 몸집도 작지 않다. 내일도 난 테이블보를 새로 깔겠지. 무슨 색이 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저 그 위에서 펼쳐질 작업이 이번엔 100%이 되길 바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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