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맞춤
2021년 6월 9일
새벽 공기가 두터운 옷을 입었는지 부쩍 더워졌다. 밤샐 생각까진 없었는데, 집에서 유독 추위와 더위의 극단에 놓인 내 방에선 도저히 잠이 오질 않았다. 그렇다고 할 일을 할 수 있을 만큼 정신이 또렷하지도 않아서 한참을 뒤척였다. 아직 여름을 맞이할 준비가 덜 되었는데, 더위가 너무 빠르게 찾아왔다.
가족이 떠나고 홀로 남는 시간, 오전이 되어서야 잠에 들 수 있었다. 그들이 외출 준비를 하는 소리를 배경음으로 두고 누웠는데, 갑자기 군만두가 너무 먹고 싶었다. 당일 배송되는 온라인 쇼핑몰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결국 엄마에게 부탁하고 그대로 눈을 감았다.
답답한 느낌에 잠에서 깼다. 아주 오랜만에 카페인이 들어간 커피를 타고, 엄마가 사 온 만두를 구워서 노트북 앞에 앉았다. 스터디와 학원 덕분에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늘 정신없이 흘러간다. 미리 해두면 좋겠지만, 미뤄 미뤄 중독인 나는 꼭 마감에 임박해야 할 마음이 생긴다. 때론 잔뜩 스트레스를 받고, 때론 지나치게 초연한 상태로 할 일을 해낸다. 내 상태를 보고서 가족들이 마감이 임박했구나, 아니구나를 알 수 있을 만큼.
만족스럽진 않아도 끝내고 난 뒤, 엄마가 사 온 치킨을 먹고 방에 누워있는데 또 군만두가 먹고 싶어 졌다. 이번엔 엄마가 구워줬다. 내가 구웠던 것과는 다르게 노릇하고 탄 부분도 없었다. 혼자 자연스럽게 구워낸 후 속으로 뿌듯했는데 조금 머쓱했다. 아직 멀었구나 싶어서.
마지막으로 동생이 귀가하고, 야식이 먹고 싶어 졌다. 군만두에 짜장라면을. 동생도 먹겠다고 해서 여유 있게 군만두를 굽고, 다른 쪽 가스레인지엔 짜장라면을 끓였다. 동생이 옆에서 기웃거리다가 '누나가 요리 실력이 늘고 있는 것 같아서 감격스럽다.'는 말을 남겼다. 라면과 군만두로 요리실력이 늘었다는 소리를 듣다니.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어쨌든 나아지고 있다는 거니까 좋은 거겠지. 역시 한 면이 타긴 했지만, 맛있었다.
하루에 세 번이나 군만두를 먹었는데 또 먹고 싶다. 하나에 꽂히면 늘 이렇다. 이왕이면 할 일에 꽂혀보면 좋을 텐데. 하루를 반추하며 생각나는 감칠맛에 입이 괜히 간지럽다. 내일은 만두를 오늘보단 덜 태울까. 뭐가됐든 맛있는 유혹에 또 넘어갈 것만은 분명하다. 잠 못 이루는 지금도 생각날 만큼 강렬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