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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엽 Oct 26. 2024

낯섦에서 출발한 신선한 충격

수림뉴웨이브 2024 최휘선 양금

공연 시작 전, 무대에 준비된 양금 관찰하기.                                

“근데 양금이 뭐야?” 이날 공연에 동행한 엄마의 한마디다. 늘 그렇듯 “나도 몰라, 가보면 알겠지~”로 대답한 내가 있었고. 공연 전 무대에 놓여진 악기를 구경하는데, 생김새가 기묘하다. 사다리꼴의 목재상자 위에 금속의 줄이 얹어져 있어 현악기 같으면서도 다양한 모양의 채가 함께 놓인 걸 보면 실로폰같은 타악기인가 의문이 들었는데, 과연 어떤 소리가 날지! 악기를 들여다보면서 뒤이어 펼쳐질 양금 공연에 대한 달콤한 호기심을 꺼내먹고 있었다.

 

9월 마지막 목요일, 수림뉴웨이브는 양금 연주가 최휘선의 공연으로 꾸며졌다.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양금 단원을 거쳐 현재 국립국악관현악단 양금 단원으로 활동하면서 실력을 인정받아왔다. 이날 수림뉴웨이브 진행자인 수림문화재단 예술사업부 윤정혜 팀장도 이 자리를 빌려 친해지고 싶다는 숨겨진 팬심을 꺼내보였을 정도.


최휘선 연주가는 양금 연주자 중에서도 잘하기로 손꼽히는 연주자 중 하나다. (사진=수림문화재단 제공)

연변 출생인 최휘선은 연변의 예술학교에서 북한 양금을 수련하다 발탁되어 한국으로 유학오게 되었다고. 양금 이전엔 어머니의 계획 하에 6살때부터 목금(木琴)을 공부했는데, 여기서 목금은 목재로 이루어진 실로폰을 말한다. 그렇게 스승의 곡이자 한국유학 계기가 되었던 '생의 노래(작곡 백정소)'로 최휘선표 양금 연주가 시작되었다.


한국 전통음악에서 느껴지는 정수와 현대적인 해석까지 골고루 감상할 수 있었던 무대. (사진=수림문화재단 제공)

명확하고 맑은 소리가 잠깐의 쉼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쏟아져나오는데 지루할 틈이 있었을까. 흔들리는 음을 연속적으로 만들어내는 과정도 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받침대에 놓인 양금과 바닥에 놓인 양금, 2가지가 이번 공연에 사용되었는데 바닥에 놓인 양금은 7음계를 가진 기존 양금의 한계를 개선하고자 38현으로 개량된 양금이라고.


국악기 중에서 유일하게 금속 줄을 사용하는 양금. (사진=수림문화재단 제공)

양금은 그냥 보기에도 섬세하게 다뤄야 할 것처럼 보였다. 한 음에 세 줄을 잡고 조율 해야하는데 전체 조율에 1시간이나 걸렸다는 사실을 듣자마자 객석이 술렁였다. 이러한 양금의 특성과 정반대로 최휘선은 둥글둥글한 성격의 소유자이고, 본인에게 양금은 스스로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사람 만들어준 악기라며 웃었다. 덧붙여 쫄깃한 장단이라던지 선조들이 즐겼던 국악의 재미를 부지런히 공부하고 연마해서 양금 산조로 실현하고 싶다는 자신의 과업에 대해 잠시 언급했다. 한국 양금의 현대적 확장을 추구하며 그 정체성을 찾아가는 최휘선 연주가의 이번 여정은 관객에겐 감동을, 스스로에겐 양금과 함께 한 시간을 통틀어 얼마나 발전했는지 체감해보는 시간이 되었지 않았을까.


최휘선 양금 연주가는 전통음악의 요소를 즉흥적으로 풀어내는 작업에 관심을 두고 있다. (사진=수림문화재단 제공)

용정에 있는 윤동주 생가에서 받은 영감으로 작곡한 '시: 소리없는 북', 영감의 원천이면서도 한국인의 정체성이 담긴 '새야'의 친숙한 멜로디를 들으며 작곡가 최휘선의 면모 또한 주목할 수 있었다. '시: 소리없는 북' 연주가 신기했던 이유 중 하나는 오른손으론 기타를, 왼손으론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 같은 이중적인 소리를 동시에 낸다는 점이다. 보는 재미도 있는데 듣는 재미도 있으니 양금이라는 생소한 악기에 대한 인상이 나쁠 리가 없지 않나. <새야>에선 익숙해도 힘있고 황홀한 감각을 선사하는 화려한 연주 기술이 매력적이었다.


마지막 곡 '라이브 인 라이프'로 최휘선 연주가의 음악적 방향성을 경험해보았다. (사진=수림문화재단 제공)

앞선 연주는 양금 하나로 풍성하고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준 느낌이라면, 마지막 순서로는 장구 연주가 이유진과 함께한 초연곡 '라이브 인 라이프'를 선보였다. ‘미래의 양금 산조는 이런 느낌이 아닐까’란 최휘선의 상상력이 적용된 간결한 구성과 미래지향적인 분위기가 특징이다. 후반에서 반복적이고 여린 듯 지속되는 움직임, 리드미컬한 장구 소리와 쉴새 없이 몰아치는 양금 소리까지. 잠시 잔잔해지는 듯하다 가도 맹렬하게 절정으로 치솟고 난 장구는 어느덧 소리가 멎고 강약 세기를 조절하던 양금을 끝으로 이날의 공연이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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