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으로 간다. 처음 만났을 때 미국 유학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던 남자친구는 남편이 되었고, 나도 함께 미국으로 가게 되었다. 5년 전부터 함께 계획했던 일이 드디어 현실이 되는 순간이 오니까 두근거리고, 떨리고, 그랬던 것 같다. 미국은 대학생 때 교환학생으로 반년 정도 살았던 경험이 있는데, 그때와 상황도 내가 느끼는 감정도 확실히 달랐다. 그때 나는 학생이라는 역할이 분명히 있었지만 이번엔 유학생도 아니고 유학생의 가족 신분으로 미국으로 간다.
미국행을 결정했던 시점부터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라 나는 미국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꽤 오래전부터 고민해 왔다. 어딘가에 종속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만 먹으면 어디서든지 행하는 그런 삶의 형태를 그렸던 것 같다. 그리고 나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고민했고, 시도했다. 그런 일을 찾는다면 미국에서도 나의 일을 이어갈 수 있을 테니까.
2년 전, 운 좋게도 말코가 내 머릿속에 짠하고 떠올랐다. 나를 닮은 캐릭터 말코를 주인공으로 인스타그램에서 만화를 그렸고, 나의 만화를 좋아하는 독자들이 생겼다. 만화를 엮어 독립출판물을 만들고, 페어에 나가 내가 기획한 것들을 직접 팔아보기도 하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경험할 수 있었다. 어쩌면 미국에서도 나만의 방식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먼저 미국으로 간 남편에게 그곳의 소식을 전해 들으며, 그곳에 간 나를 상상해 보는 날이 많았다. 나는 미국에 가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고 싶은 일을 잘 해낼 수 있을까. 또 어떤 새로운 일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부풀어 오르는 기대와 걱정을 품고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