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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쌤 Jun 09. 2020

25) 내 집 마련 - 계약의 시작과 끝

2017년 299.000불에 리스팅 된 우리 집은 방 3개, 욕실 2개, 화장실 2개에 지어진 지 20년 되었고, 광고된 지는 꽤 오래되었는데 외관 사진만 있고 내부를 볼 수 없어서 제쳐두었던 집이었다.


대부분 집을 보러 온다고 하면 최대한 집을 정돈해두고 주인이 집을 비워준다. 


세입자가 살고 있다면, 미리 통보해서 그 시간은 집을 비워두게 하는데 이 집에는 세입자가 떡 하니 버티고 있었다. 


20년 동안 전혀 수리하지 않았고, 10년간 세를 내준, 그리고  5명의 남자와 2마리의 고양이가 살고 있었다.


세입자는 식사를 하는 dining room을 커튼으로 막아 본인의 침실로 쓰고, 룸 렌트(room rent, 주인이나 세입자가 방을 세놓음)를 내주어 3명이 각각 침실을 쓰고, 1층에 공동공간인 family room엔 아들이 살고 있었다.


방 3개 중에서 하나는 문이 잠겨있어고, 1층 화장실은 아들이 사용 중이라며 끝까지 볼 수 없었다.


집이 낡고 정돈이 안된 건 그렇다 치더라도, 세입자가 우리를 따라다니면서 집이 얼마나 낡았는지, 집주인이 얼마나 관리를 안 했는지 등을 계속 말해서 너무 불편했다. 


‘절대 사지 않을 거야‘라는 마음으로 나와서, 한동안 다른 집들을 보고 다녔는데, 중개인이 솔깃한 제안을 했다.


"집주인이 제안한 건데, 299.000불에서 50.000불을 깎아줄 테니 그 돈으로 집 수리를 하면 어때? 주인이 집을 고쳐서 매매로 내보려고 했을 때 받은 견적이래." 


"집은 꾸미기 나름이지. 낡은 지금의 집이 아닌 리노베이션 이후의 집, 새 페인트, 새 마루, 새 싱크대로 바뀐 모습을 상상해본다면 좋은 조건이야."


당시 상태가 너무 낡긴 했지만, 위치 조건이 너무 좋았다. 


초, 중, 고등학교, 마트, family doctor clinic, 도서관, 운동시설, 버스터미널, 산책코스가 가까운 조용한 주택가였다. 


그래서 캐나다에서의 집 공사가 얼마나 힘들고 돈이 드는 건지 모르고 집값이 내려간 것만 생각하고  이 집으로 결정했다.


은행에서 대출 사전 승인(Pre-authorization) 받아두기

집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다면 은행에서 내가 대출받을 수 있는 최고 금액을 알고 있어야 서류 진행 시 도움이 된다. 


거래 진행 중에 은행에서 대출을 그만큼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포기해야 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이다. 


당시엔, 실제 소득에 비례해서 대출을 해주었는데, 내 수입이 높지 않고 남편은 학생이어서, 많이 받지 못했다.


캐나다 주 은행들 외의 금융권까지 조사해서 제일 좋은 상품을 권해주는 대출 브로커(mortgage broker)를 만나보니, 내 실제 수입 외의 것들도 재산으로 잡아서 대출을 더 받게 해 주었지만, 왠지 주 은행들과 거래하는 게 안전할 것 같다는 염려에 주거래 은행에서 받았다.


매매 동의서(Agreement of phurchase and sale) 작성과 금액 제안(offer)

서류는 중개인이 다 작성하고 우리는 이메일상으로 내용이 맞는지만 확인하고 사인해서 보냈다. 


집이 인기가 많은 경우 집 주인은 일정 기간 안에 여러 사람의 제안을 받아 그중에서 제일 높은 가격을 선택할 수 있다. 


우리의 경우 경쟁자가 있기 힘든 집이었고, 세입자의 방해로 그동안 못 판 집이어서 우리가 유리했다. 


집주인이 우리가 제시한 금액보다 더 받고 싶은 경우, 원하는 금액으로 수정 제안(counter-offer)을 하는데, 이 금액을 우리가 받아들이던지, 거절하는 것 중에서 끝이 난다. 


그러니 무조건 낮게만 적었다가는 성사가 안 될 수도 있어서 주인이 동의할만한 근접한 금액으로 불러야 하는데, 이때  중개인은 전혀 도움을 주지 않았다.


아마 직업 규정상 순전히 우리가 결정하게 해야 하는지, 모든 면에서 적극적이던 중개인은 이 가격 정하는 것에서만은 우리가 하게 했다.


주인이 해외에 있는 관계로 시간이 조금 더 걸리긴 했지만, 모든 서류는 이메일로 해결되어서 큰 문제가 되진 않았다.



집 점검(Inspection)

계약이 진행되기 시작하면 꼭 해야 하는 과정으로 전문 회사에 의뢰한다. 


집의 작은 디테일까지 점검하며,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을 사진 찍고 뭐가 문제이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소견서를 써준다. 


이 보고서를 근거로 집주인에게 수리를 요구하거나 가격을 낮출 수도 있다. 


점검 후 여러 문제가 언급되었고, 세입자의 많은 물건들로 벽이 가려져서 확인할 수 없음이라는 단어가 잔뜩 들어있는 보고서를 받았다.


이미 가격을 많이 내려줬지만, 양심적인 주인이 기름탱크를 새것으로 바꿔준다고 했다. 


집 보험 들기

은행 대출 숭인전에 꼭 들어야 하며, 집의 규모와 상태에 다른데 우리는 일 년에 1300불 정도 지불한다.


대출 승인

미리 선 승인을 받아두었다면, 일이 쉽게 진행되지만, 이 단계가 처음이라면, 의도치 않게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다. 


캐나다에서의 일처리는 생각보다 오래 걸리며, 신용도가 높지 않다거나, 대출금액이 낮다면 원하던 집을 놓치기도 한다. 


변호사

변호사의 역할은 집이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고, 은행에서 대출금 관련 정보와 잔금을 주인 측에 전달하며, 계약이 종료되는 시점에서 열쇠와 집문서 서류를 우리에게 전달하는 일이다.


남편과 같이 사무실에 예약 후 방문하여 엄청 많던 서류를 사인하고 나니, 변호사가 "나중에 잠 안 올 때 읽어봐!" 하며 농담을 건넸다. 


그 두툼한 집문서는 나중에 우편으로 전달받았다. 


계약 과정 끝 (Closing date)

이 모든 과정이 끝나고 공식적으로 열쇠를 받고 집주인이 되는 날이다. 


처음에 서류 작성 시 희망하는 closing date를 적는데 이게 맞지 않으면 계약이 성사될 수 없다. 


예를 들어 주인은 7월에 비어줄 수 있는데, 난 6월에 이사를 들어가야 한다면 계약이 무산되거나, 양측이 조절을 하기도 한다.


충분한 공사기간 확보와 우리의 7월 초 한국 여행을 위해서는 세입자가 6월 말에 이사를 나가줬으면 했는데, 세입자는 7월 말에 나간다고 하고, 상황이 복잡했다.


그래서 우리가 세입자에게  이사비하고도 남을 금액의 인센티브를  지급하여 closing date를 당겨보려 했는데, 우리가 제시한 날짜를 넘겨서 이사를 나가고도 돈을 다 달라고 하며 세입자는 끝까지 골치를 썩였다.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열쇠를 받고 우린 집주인이 되었다. 


그동안 

우리끼리만 집 보러 다닌 시간이 약 2개월,  본격적으로 중개인과 다닌 게 3개월, 계약 첫 서류 넣고 마무리까지 또 3개월, 거의 8개월이 걸린 긴 과정을 끝내고 우린 한국으로 3년 만의 여행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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