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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zy Nov 15. 2022

단순한 열정_아니 에르노

책으로 생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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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밤, 에이즈 검사를 해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이 내게 그거라도 남겨놓았는지 모르잖아.'


#단순한열정 #아니에르노


노벨문학상 수상자라고 해서 책모임에서 읽어보기로 했는데 내용은 모르고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읽다가 저 문장 보고 좀 뜨악하기는 했지만, 아무것도 공유할 수 없는 상대방에게서 에이즈균이라도 받고 싶은 그 심정을 이해할 거 같기는 하다. 고통을 분담하는 것도 사랑의 일부니까.


사실 나는 금사빠라서, 처음에 누군가를 만나면 100% 좋아 보이고 100% 매력적이다가 성격도 알게 되고 단점도 알게 되면서 점점점 마음이 식어가는 편인데 그래서 누군가를 혼자서 보고 싶어 하고 마음 졸이던 짝사랑의 시간을 즐겼던 거 같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온 신경이 다 그 사람에게 솟아있어 밥은 먹었는지, 아프지는 않은지, 어딜 가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슨 고민이 있고,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마음 같아서는 졸졸졸 따라다니며 다 챙겨주고 싶지만 해결해 줄 수 도, 물어볼 수도 없어서 그저 지나가다가 보면 좋고 만나면 반가운 그 순간을 막 소중하게 간직했었다. 그런 사랑은 기약 없는 기다림과 불확실한 시간들이 동반되는데 그 시간이 고통스럽지만 누군가 자꾸만 생각나는 그 단순한 집착과 열정은, 없앤다고 없어지고 참는다고 참아지는 게 아닌걸.

 

여튼 왜 상을 받았을까 하면서 읽다가 내가 글을 쓴다면 이런 경험과 마음을 적나라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솔직함은 어디까지 허용되는 걸까. 이 소설은 자전적 소설이고 어찌 보면 일탈행위, 유부남을 기다리는 시간과 마음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 표현이 어디까지 용납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프랑 스니까 좀 나으려나? ㅎㅎㅎ


나의 서평을 보고 한분이 죄책감을 덜 수 있어서 좋았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뭐 다들 그런 품은 마음 하나씩은 가지고 사나 보다. 그걸 표현하나 안 하나의 차이가 있을 뿐.


‘한 남자 혹은 한 여자에게 사랑의 열정을 느끼며 사는 것이 바로 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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