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생각하기
넷플릭스에서 사랑의 이해를 보다가 하도 답답해서 원작을 찾아 읽었다. 책을 읽고 나니… 드라마 안 볼지도 모르겠다. ㅎㅎㅎㅎㅎ
스포는 하기 싫으니, 말랑말랑 연애 이야기는 아니라는 것. 정말 따지고 재고 계산하는 그런 이해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
하지만 위태로움과 불안 역시 사실이었다. 시험에 떨어진다면? 혹시 아버지에게 일어난 일이 자신이나 수영에게 닥친다면? 가능성의 높고 낮음과 무관하게 엄습해 오는 불안과 근심은 자신의 것이고 반드시 자신의 것이어야 했다. 수영이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공유할 수 없었다. 동시에 더는 수영을 힘들게 하지 않기 위해서, 그런 자신을 견딜 수 없기 때문에 공유할 수 없기도 했다. 모호한 경계였다. 모든 경계가 그렇게 모호해지고 있었고 그것이 함께 산다는 뜻일지도 몰랐다.
여전히 혼자였고 다시 한 톨이었다.
수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종현에게 걸어갔다. 종현이 긴장해 있는 것을 수영은 느낄 수 있었다. 서글프고 가여웠다. 자신처럼. 수영은 종현의 옆에 누웠다. 종현을 감싸 안았다. 어둠 속에서, 오랜만에 안는 종현은 익숙하게 단단하고 따스했다. 수영은 안도감을 느끼며 더 깊이 종현을 안았다. 종현도 몸을 돌려 수영을 안았다. 옷 위로 수영의 등을 절박하게 어루만졌다. 그 온기와 부드러움을 실감하려는 듯.
-알라딘 eBook <사랑의 이해> (이혁진 지음) 중에서
사랑해서 삶을 공유한다고 해서 완전해지지 않는 자는 것, 오히려 맞지 않는 틈을 발견해도 채울 방법을 영영 찾을 수 없어 더 허전하고 쓸쓸하다는 것. 어쩔 때는 가지고 있는 불안과 불안이 더해져 아무리 품에 안고 파고들어도 무겁기만 하다는 것. 책을 읽으면서 다시금 확인하는 거 같아서 마음이 아팠다.
사람이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너무 당연한 것들.
문장도 너무 좋고, 조금은 치졸하고 민망한 이야기도 하나도 낯부끄럽지 않게 담담하게 써 내려가는 글이다. 다만 햇살 눈부시게 반짝이는 연애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아니어서 아쉽지만 아주 현실적이어서 좋았다. 드라마 캐릭터보다 책의 캐릭터가 더 좋은 거 같기도 하고, 설정이 조금 바뀌었는데 완전히 다른 느낌이네. 드라마는 어떻게 마무리하려나. 끝나면 몰아봐야지. 한주가 너무 길다.
여하튼, 너무 재고 따지다 보면 다 놓친다. 느낌이 올 때 잡을 필요도 있다. 인생은 타이밍이니까.
p.s.
유연석 생각하면서 읽다가 너무 잘 생겨서 안 어울렸음 차라리 안재홍이 어떨까 싶기도 했다. 멜로가 체질에서 찌질한 피디랑 쌈마이웨이에 권태기에 빠진 커플 연기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시청률은 보장 못하겠지만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