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생각하기
이 책은 편성준샘과 윤혜자 샘에 소금책에서 보고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해서 2023년 첫 책모임책으로 정했다. 근데 2022년이 다 가기 전에 읽었네.
어릴 때 나름 한겨례를 열심히 봤는데 기사로 접하던 국가인권위의 활동과 그 업무를 직접 진행하신 분의 글이라서 신기했다.
세상에 억울한 일은 너무 많은데, 그 억울함을 줄을 세워 우선순위와 경중을 평가할 수 있을까. 작은 말 한마디에도 쌓이면 분통이 터질거 같은데 너의 억울함이 다른 이의 것보다 못하다고 할 수 있으려나.
책을 정하면서 같이 모임하는 친구들이 너는 막 화가 나서 오는 거 아니냐고 했는데 생각보다 화가 나지는 않고 오히려 ’직업인으로써 대하는 인권‘ 같은 느낌이 많이 들었다. 첫 에피소드부터 그런 점을 강조했는데 수 많은 사람이 억울함을 강조하지만 주변 모두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완전한 편을 들수 없는 그런 조사관의 아이러니함이 느껴졌달까. 마치 암이라는게 환자 당사자에게는 일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하루에도 몇십명씩 암환자를 만나는 의사는 모든 환자와 모든 고통에 마음 아파만 할 수 없듯이 말이다. 그래서 책 읽는 내내 감정이입이 안되어서 갸웃하다가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직업이니까.
사실 ‘억울함’ 은 내가 평생에 거쳐서 풀어나가야할 감정인데 어떨때는 무뎌지는 것 같다가도 갑자기 훅훅 올라 온다.
잘 생각해보면 억울한 마음은 별거 아닌 말 한마디 때문이기도 하고 아주 사소한 상황 때문이기도 하다. 어쩜 그 별거 만큼 남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과 어찌보면 당연한, 사소한 배려만 필요할 뿐인데 가끔 사람들은 ‘고작 이만큼의 다정‘ 도 주지 않는 못된 사람들 같기도 하고 어떨 때는 ’고작 이만큼의 다정‘에 감동받는 순진한 사람들 같기도 해서 헷갈린다. 남들에게 영향받지 않고 인권감수성을 높이기엔 아직 멀었나보다.
긴 세월 억울한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아주 조금이라도 변화를 이끌어 내게 해주신 작가님이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고 감사하기도 하고, 사회 전반적인 수준이 높아지고 분위기가 바뀌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래도 아주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고 믿고 싶다. 아직도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 하지만 그래도 1mm라도 나가아길.
#어떤호소의말들 #최은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