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생각하기
#누구에게나친절한교회오빠강민호
사실 이 책 읽기 싫었다.
정말 말그대로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오빠 강민호 생각나서. 민호오빠가 세상을 떠난지도 벌써 15년쯤 되는 거 같다. 아주 어릴 때는 사람이 유쾌하고 기타도 잘 치고 노래도 잘 부르는 진짜 성당오빠였고 좀 커서는 언니오빠들 기합도 주고 그래서 싫었던 거 같고 나중에 같이 교사하면서는 뭔가 실망으로 바뀌었다.
나이 들고 계속 만났으면 그냥 그러려니 했을지도 모르는데 아파서 너무 빨리 갔고, 친하고 개인적으로 연락하던 사이는 아니지만 그 기수 선배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말 트고 지내던 선배이고 형제들을 다 알던 사이이니 문득 떠오르면 이런저런 생각이 섞여서 입 밖으로 꺼낼 수가 없었다. 어쩌면 내 부끄러운 마음이 먼저 떠오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싫었던 기억, 도망쳤던 기억, 미워하는 마음, 서운한 기억. 그런 마음들이 한순간에 미안함과 부끄러움으로 변하는 기억.
그리고 되게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은 자기변명 하는 낯부끄러움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았다.
‘때때로 나는 생각한다.
모욕을 당할까봐 모욕을 먼저 느끼며 모욕을 되돌려주는 삶에 대해서.
나는 그게 좀 서글프고, 부끄럽다.’
<최미진은 어디로>
‘안타깝지만 성가신 것. 그것이 그때 내 솔직한 마음이었다.’
<권순찬과 착한 사람들>
‘남루하고, 살찐.’
<오래전 김숙희는>
음. 어떤 문장을 딱 정하긴 그렇고 진짜 상황이랑 디테일한 감정변화를 엄청 세밀하게 적어내려간듯. 그래서 마음이 찔린듯 부끄러워진다.
책 다 읽고 기억하지 못하는 친절은 좋은 친절인가?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그냥 누구에게나 친절을 베풀뿐인데 어려운 상황에 있었던 사람에게는 호의가 되고, 알고보니 내가 안중에 없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 적의로 바뀌기도 한다. 그럼 무의식적으로 친절을 베푼 사람의 잘못이 있을까? 아님 그정도 친절을 받아보지 못한 결핍이 있는 사람이 그만큼 많은건가.
또 어떤 사람은 친절을 베푼다고 하지만 그 친절이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느껴지면 서운하기고 하고 금새 마음이 차갑게 식기도 한다.
사실 이게 내 경우이고 내려놓는다고 내려놓아도 챙겨주고 싶은 마음과 서운한 마음이 등등이 계속 교차한다. 어쩔 수 없음을 알면서도 아직 멀었음 ㅎㅎㅎ
어쩜 타인에게 친절을 베풀면서 상대의 어떤 ’자격‘ 이나 ’태도‘을 규정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런 마음자체가 오만일지도 모른다싶으면서 나나 잘 건사해야겠단 걸로 급 마무리…;;;
‘이렇게 춥고 뺨이 시린 밤, 누군가 나를 찾아온다면, 누군가 나에게 도움을 요청한다면, 그때 나는 그를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그때도 나는 과연 그에게 손을 내밀 수 있을까?’
#누구에게나친절한교회오빠강민호 #이기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