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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zy May 12. 2024

읽는 기쁨 _편성준

책으로 생각하기 




나에게 '읽는 기쁨'은 너무 커서 가끔은 그게 '읽는 죄책감'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해야 할 일(주로 쌓여 있는 빨래를 갠다거나, 아니면 어제 먹은 설거지를 해야 하는 일 등. 매일매일 해도 매일매일 쌓여 있는)이 쌓여있을 때 못 본척하고 펼치는 '새'책은 마치 시험기간에 엄마 몰래 문제집 사이에 두고 읽는 책처럼 스릴 넘친다. 그래도 읽어야지 편성준 선생님 새책이 나왔으니.


"지금 읽고 싶은 책을 읽어라"

그 순간 저에겐 그 문장이 이렇게 들리더군요. '지금 소개하고 싶은 책에 대해 써라.' 그래서 마음이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제가 소개한 책은 이 책을 쓰며 떠오른, 살면서 가장 제 마음을 울렸던 작품들입니다.


                                                                                                                      편성준 읽는 기쁨  


사실 선생님의 인스타그램도 팔로워 하고 있어서 내용이 한 번쯤은 읽은 글이지 않을까 싶었는데 웬걸 뭔가 처음 보는 내용들이 너무 많아서 놀랐고, 추천해 주신 책 목록이 의외로 겹치지 않아서 놀랐다. 아직도 안 읽은 책이 이렇게 많다니!! 처음에는 그냥 읽다가 읽어 보고 싶은 책은 태그 해 뒀다. 

 느끼는 거지만 선생님 글은 재미있다. 마치 옆에서 조근조근 이야기해 주시는 것 같다. 처음에는 모르고 읽었고 강의를 몇 번 듣고 난 이후에는 이제 선생님 목소리도 들린다. 간간히 위트 있는 유머를 섞어가면서 가볍지만 심도 있게 던져주시는 생각들이 좋다. 세상에 너무 좋은 책이 많아 책모임하면서도 매번 책 뭐 읽을까 고민하게 되는데 좋은 사람들이 읽거나 추천하는 책을 같이 읽는 기분도 좋은 거 같다. 아주 잠깐 그 삶을 공유하는 기분이랄까.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나 시, 서사가 깔려 있는 책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들쳐보세요. 휘리릭 넘기다 딱 펼쳐서 그날 도서관 가서 빌려 읽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책만 실컷 읽을 수 있는 날이 오면 좋을까? 어릴 때 친구네 집에 좌르륵 꽂혀있던 전집이 부러웠던 기억에 나도 열린 책들의 세계문학전집을 1번부터 끝까지 쫙 구비해 놓고 읽고 싶은 로망이 있으나 그것보다 더 많은 책들을 소유하고 있으면서 막상 죄와 벌을 아직 읽지 않은 건 그저 물욕이려나, 아님 내공이 덜 쌓여서일까? 여하튼 '읽는 기쁨'을 읽으면서 책을 편하게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남들이 말하는 갭이어 같이 'Book year'를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부산의 곰탕집 사장님은 국이 끓는 동 안 다른 일은 일절 하지 말고 오로지 곰탕만 바라보고 있으라 는 지시를 내린다. 나는 이 대목을 읽으며 글쓰기도 이와 똑같다는 생각을 했다. 현대인에게 멀티태스킹은 너무 당연한 일 이 되었지만 나는 아직도 촌스럽게 (?) 글을 쓸 때면 음악도 주위 시선도 끄고 철저히 혼자가 되려고 노력한다. 자신이 쓰고 싶은 소재나 주제, 에피소드에서 신경을 거두지 않는 집념과 정성이 결국 좋은 글을 쓰게 만든다는 믿음 때문이다. 나는 "그것에 대해 오래 생각하면 소설이 된다"라고 했던 소설가 황정은의 말이 곰탕을 끓이던 사장님의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소설에서 뭘 얻어 가든 그건 읽는 사람의 자유다

김영의 『곰탕](arte(아르떼), 2018)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구석 압박으로 가지고 있는 '눈문 써야지'를 각성하게도 해주었다. '음악도 주위 시선도 끄고 철저히 혼자가 되어서 논문 써야지... 매일매일 꾸준히 써야지....' 이건 하지도 않으면서 기승전결' 논문 써야 하는데...'라는 내 의식의 흐름 덕이지만. 논문 써야지 하면서 일찍 일어나서 책 읽은 사람이 할 말은 아니지만 여하튼 곰탕을 끓이는 마음으로 논문을 쓰겠어요...



당신의 책꽂이에 꽂혀 있는 수많은 '이미 읽은 책'은 어쩌면 허영의 목록일지도 모른다. 설사 예전에 읽었더라도 1~2 년 전에 다시 펴보지 않았다면 그 책은 새 책이나 다름없다. 인간의 기억이라는 게 생각보다 형편없어서이기도 하고 좋은 책은 읽을 때마다 새로운 걸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20대 작가가 쓴 명작 소설을 딱 하나만 고른다면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민음사, 2011)


아 그리고 이 구절은 책 내용이 잘 생각나지 않는 저에 대한 변명이네요. 역시 나만 그런 게 아니었어.ㅋㅋㅋ



가방에 책을 한 권 넣고 다니는 사람은 예사롭지 않다.

시시각각 변하는 모바일 정보가 아닌 서사를 넣고 다니기 때문이다.

작은 책은 작은 우주와 맞먹는다.


책은 작은 우주라서 나는 자꾸자꾸 다른 우주여행을 하고 싶다. 

찰나의 여행 즐거웠어요. 이제 일상으로 돌아갈게요. 





읽는 기쁨 

내 책꽂이에서 당신 책꽂이로 보내고 싶은 책

편성준, 몽스북 2024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3155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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