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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zy May 28. 2024

눈부신 안부 _ 백수린


이야기를 읽고 싶었다. 

긴 호흡으로 주욱 읽어갈 수있는.

화자가 누구인지 상황이 어떤지 굳이 머리로 헤아리지않아도 이해할 수있는.


그런 소설이 잘 보이지않았다. 아니, 발견할 수 없게 꽁꽁 숨겨둔 기분이었다. 

나를 마구 드러내거나 나를 위로하거나 자꾸 나를 반성하게 하는거 말고 

반추하여 생각 할 수 있는 그런 소설을 읽고싶었다. 


되게 오랜만에 서점에서 공을 들여 책표지를 하나하나 찬찬히 들여다봤고

그리고 잘 읽었다. 


해미는 거짓말을 한다.

어른들의 슬픔과 분노를 고스란히 겪으면서

괜찮다고 행복하다고 거짓말을 한다. 


해미는 이모를 이야기한다. 

이모의 이야기이지만 앞선 세대들의 이야기 

자원 없는 나라에서 앞세울 것은 노동력밖에 없어서 

나라는 사람을 팔았다. 

그렇게 자원하여 팔려간 사람들.

그렇게 나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다. 


대출금 독촉 전화를 외면하며 책을 읽었다.


가난으로 포기한 삶이 마치 내 삶인양 읽게 되더라.

문학소녀였지만 가정형편 때문에 고등학교 입학도 못하고 공장에서 일하다 독일로 파견간 선자이모.

고국에 두고온 그리운 사람이랑 다시만날 길이 없다는 생각에 적당한 결혼을 하고 결국 이혼한 선자이모.

아이 둘의 생계를 책임지다 아파서 빨리 세상을 떠난 선자 이모.

선자이모의 고달픔을 어찌 다 이해하겠냐만은 그냥 아주 조금 공감되었다. 


엄마는 얼른 취직해서 돈을 벌으라는 말을 많이 했다. 

심리학과에 가고 싶다고 말 할 때 그건 돈이 안된다고 말했다. 


 구구절절쓰려다가 다 지워버린다. 이하생략.


선자이모의 이야기는 엄마 세대의 이야기이다.

돈을 위해 자기를 희생해야 하는게 당연했던.


20년이 지나도 마음의 짐과 억울함 서운함이 가시지않는건 

아직 엄마가 원하는 삶을 못살아내서 그럴지도모르겠다. 


서러운 마음과 서러움을 겪게하고싶지않은 마음 그리고 그렇지 못한 내 능력.

언제나 이 사이에서 힘이든다.


언제쯤이면 괜찮아질까.

괜찮지기는 한걸까.


그렇게 오늘도 괜찮을거라는 거짓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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