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투약일기 #5
내가 왜 ADHD 진단을 받은 것인가....
좀 억울한 면이 있지만 돌아보면 그럴 만한 것 같기도 하다.
가장 어릴 때 기억을 돌아보면 생각나는 게 몇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는 '목마를 타고 계단을 내려가면 어떨까?'라는 생각이고 난 그걸 실행했다.
그때 빨간 목마 타고 5칸쯤 되는 계단을 향했고 당연히 데굴데굴 굴렀다. 엄마인지 나인지 비명소리와 병원의 빨간 조명인지 피인지 모를 색이 겹쳐지고 그렇게 턱 밑을 열 바늘쯤 꿰맨 상처를 갖게 되었다. 그 상처는 아직도 있어서 주로 나보다 키가 작은 꼬맹이들 이게 뭐냐고 물어보곤 한다.
두 번째 기억은 놀이터에서 돌을 던진 기억인데, 5살쯤 되었으려나? 그네를 타다 남자애가 놀렸나 싸웠나 했고 그래서 돌을 던졌다. 그 애 엄마가 화가 나서 다가왔고 머리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그 두 개는 부끄러운 일이라 누가 말해 주거나 사진이 있거나 이야기한 것도 아닌데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있으니 기억이 맞는 거 같다. 가끔 돌로 머리를 맞았던 그 남자애에게 미안해서 이제는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그 친구가 잘 지내나 궁금하긴 하다. ㅠㅠ
3학년 때쯤에는 왠지 동네 쌈닭이 되어서 남자애들을 그렇게 때리고 다니기도 했다…. 6학년까지도 학습부장하면서 남자아이들을 잡았는데 난 그게 멋있는 건 줄 알았다. 폭력이 난무하던 집이었고 폭력이 난무하던 시기여서 나는 여자지만 나도 때릴 수 있어!라는 정의감 같은 게 있었다. 그러고 보면 생활기록부에 산만하다는 말도 많이 있고, 엄마가 너는 왜 그러니도 엄청 많이 하고 지금도 많이 한다. 네이버로 ADHD를 찾아보다가 꼭 나를 지칭하는 말인 줄 알았잖아 그냥 ADHD네... 인정.
ADHD아동들은 충동적이고 산만한 행동 때문에 야단이나 꾸중과 같은 부정적인 얘기를 자주 듣게 된다. 따라서 주변에서 말 안 듣는 아이나 문제아로 평가되고, 스스로도 자신을 나쁜 아이, 뭐든지 잘 못하는 아이로 생각하게 된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아이는 더욱 자신감이 없어진다. 주의집중 결함이나 충동성 때문에 또래 관계가 힘들게 되고 또래에게 따돌림을 당하기도 한다. 또 학습 능력이 떨어지고, 여러 가지 행동 문제를 보일 수도 있다. 따라서 부모를 포함한 가족, 학교의 선생님이 교육을 통해 치료적인 환경을 조성하는데 노력해야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attention deficit / hyperactivity disorder]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서울대학교병원)
우리가 어릴 적에는 그런 병명조차도 없었을 때고 ADHD라는 단어도 미드를 봐서 처음 알았으니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겠다는 생각은 아마 못 하셨을 거다. 내가 신경정신과에 갔고 저런 증상으로 약을 먹는다고 하면 부모님은 오히려 기함할지도. 다만 평생을 걸쳐진 어떠한 행위들과 사건들이 자의라기보다는 호르몬의 형성의 부족으로 생기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좀 허무하기도 하다. 그건 내가 뭘 어떻게 해도 어쩔 수가 없는 일이잖아. 사람이란. ㅎ
다행히 나쁘지 않은 머리와 나쁘지 않은 성품으로 나쁘지 않게. 저 날의 저 기억 외에는 누구 괴롭힌 적 없이 버텨가며 학창 시절을 보내고 그냥저냥 열심히 살고 있다. 그래도 좀 아쉽기는 하다. 좀 더 빨리 다녀올걸. 알았다면 그럼 짜증도 덜 내고 화도 덜 내고 무던하게 살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