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라떼chailatte에는 우유가 들어간다. 라떼latte는 라틴어lac에서 나온 말로 우유라는 뜻이다. 젖당은 락토스lactose라고 하는데, 역시 우유를 의미하는 lacto가 보인다. 청명한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뽀얀 물결같은 흐름은 은하수다. 영어로 갤럭시galaxy라고 하는데, 여기에도 역시 우유를 의미하는 lac, lax-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스어로 갤럭시는 우유빛 둥근 원 정도의 의미라고 한다. 갤럭시에 얽힌 재미있는 그리스 신화가 있다. 제우스는 자신이 아끼던 아들, 헤라클레스에게 여신 헤라의 젖을 먹이고 싶었다. 신들과 같은 능력을 아들에게 물려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녀가 잠든 틈을 타 헤라클레스에게 몰래 수유하고 있었는데, 잠에서 깬 헤라가 깜짝 놀라면서 젖이 하늘로 흩뿌려져 은하수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밤하늘에 육안으로 보이는 은하수가 뿌옇게 보이는 것은 마치 우유가 흩뿌려진 것처럼 보인다. 다른 말로 Milky Way라고 한다. 라떼가 이탈리아식 표현이라면 프랑스어로는 카페오레cafe au lait라고 한다. 역시 우유를 넣은 커피라는 뜻이다. lait-역시 우유를 의미하는 lac-과 관계된 말이다.
뜬금 없지만, 상추도 어원적으로는 우유를 의미하는 lac와 관계가 있다. 상추 줄기를 끊어내면 분비되는 즙이 우유와 비슷해서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우유를 의미하는 라틴어가 고대영어로 유입되어 상추를 의미하는 lettuce가 되었다.
카푸치노cappuccino는 라떼만큼 친숙한 커피의 한 종류다. 카푸치노는 우유로 만든 하얀 스팀거품이 올려진 커피라고 할 수 있는데, 라떼종류보다 우유의 양이 적고 커피의 본래 맛이 더 많이 느껴진다. 하지만 카푸치노cappuccino라는 이름에는 우유도 없고, 커피도 없다. 카푸치노는 의외로 카푸친capuchin 수도원의 수사들과 관계있는 말이다.
카푸친 수도회는 성 프란시스코의 가르침을 따르던 수도사들의 모임을 말한다. 중세 수도사들은 갈색의 후드가 달려있는 수도사복을 입었는데, 커피위에 우유거품을 얹은 모습이 카푸친 수사들이 수사복을 입고 있는 것과 비슷한데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카푸친이라는 말은 라틴어로 머리를 의미하는 cap과 관계가 있는데, 수사복에 고깔 모양의 후드hood가 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후드는 머리를 가리는 것으로 카푸쵸capuccio라고 불렸다. 그러다가 이러한 복장을 입고 있는 수도자들을 지칭하는 카푸친으로 변한 것이다.
머리를 가리기 때문에 생겨난 이름인 카푸쵸capuccio에는 머리를 의미하는 영어단어cap이 들어 있다. 이것은 여러 단어에서 살펴볼 수 있는데, 챙이 달린 모자 캡cap에서부터, 자본을 의미하는 capital, 이두근biceps, 삼두근을 말할 때triceps에도 머리를 의미하는 ceps가 포함되어 있다.
또 다른 재미있는 설이 있는데, 그것은 우유거품을 커피위에 얹은 모습이 당시 수도사들의 헤어스타일(?)과 비슷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당시 카푸친 수도사들은 한가운데 머리는 모두 깍고 주변에만 머리카락을 남겨두었기 때문이다. 영화 <장미의 이름>에 사건을 해결하는 수사로 등장하는 숀 코넬리의 헤어스타일이 꼭 그런 모양이다.
이탈리아의 기호학자 움베르토 에코가 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장미의 이름>은 수도원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파헤치면서 벌어지는 스릴러다. 현존하지 않는 아리스토텔레스의 희극론에 대한 작가의 기호학적(?) 상상력은 영화속 수도원장이 실제 존재했었던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웃음은 종교적인 권위와 엄숙함을 저해한다고 생각한 수도원의 가장 연장자 원로였던 호르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중, 희극에 관한 내용이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해당 페이지에 독을 발라 놓는다. 희극, 웃음, 그리고 인간의 즐거움에 대한 책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책은 너무 재미있었다. 도서관에서 책을 필사하던 필경사들은 몰래라도 이 책을 읽고 싶어했다. 하지만 숨어서 책을 읽던 필경사들은 페이지를 넘기면서 자신도 모르게 독에 중독되어 죽어간다.
호르헤는 자신의 범죄가 발각되자 <희극론>의 모든 페이지를 찢어서 집어삼키고 만다. 그는 끝까지 웃음의 근원을 차단해야만 종교의 위엄과 권위를 사탄으로부터 지킬수 있다고 생각ㄱ한 것이다. 덕분에 아리스토텔레스의 <비극>에 대한 내용만 전해져서 그것인 우리가 알고 있는 『시학』 Poetics이 되었고, <희극>에 대한 내용은 사라지게 되었다고 한다.
<장미의 이름>을 언급할땐 항상 제목의 의미에 물음표를 찍게 된다. 장미의 이름이라니? 장미가 이름이지 않은가? 마치 이름의 이름이라는 말처럼, 장미의 이름이라는 표현은 머리를 약간 멍하게 만든다. 친구의 이름, 동료의 이름, 사물의 이름같은 표현은 자연스러운데, 장미의 이름이라니. 마치 파란색의 이름이라는 표현과 비슷하다. 파랑에 이름이 있는가?
이름은 독립된 개체를 부르는 명칭이다. 개체의 독립성은 인간과 가까워질수록 분명해지고, 무기물에 가까워질수록 희미해진다. 식물은 대체로 개체와 무리가 동일시 된다. 장미는 한송이 장미를 가리키지만, 장미라는 이름에 속한 꽃 전체를 지칭하는 말이기도하다. 무리에 섞여 자신의 개체성을 확보하지 못한 그 한송이 꽃에도 이름을 붙여주고 싶었던 것일까? 그래서 김춘수 시인은 그 한송이 꽃에 이름을 부여하려고 했던 것일까?
하지만 정작 움베르토 에코는 의외로 이름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열개의 이름을 정해놓고 친구들에게 선택하게 해서 제목을 골랐다고 전해진다. 제목의 의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해석의 관점이 있는데, 공통적으로는 텅빈이름이라는 의미가 두드러진다. 에코는 어디선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장미에는 부여된 상징적인 의미가 너무나도 많아서, 이제 그 장미는 오로지 이름으로만 남았다”고.
차이라떼는 우유가 들어간 차라고 할 수 있다. 한국사람들에겐 너무나도 친숙한 단어지만 영어이름이 되면서 외국어처럼 들리게 되었다. 차이는 차cha에서 나온 말이다. chai는 차에 해당하는 tea를 러시아어로 옮긴 스펠링이라고 한다. 만다린어로 차茶를 의미하는 단어가 ch’a이기도 하다. 한국말의 차와 소리가 비슷해서 반갑다. 차는 영어로 티tea라고 하는데, tea의 어원은 다시 중국어 ‘태泰’로 돌아간다. 중국의 명산중 하나인 태산泰山은 차로 유명한 산이기도 하다. 그 산에서 차가 많이 나다보니, 산의 이름인 태를 따서 tea라는 말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차를 의미하는 영어단어 tea의 어원이 되기도 하고, 산의 이름이기도 한 태‘泰’는 주역에 있는 64개의 괘중 하나의 이름이기도 하다. 위에 땅이 있고, 아래에 하늘이 있는 괘, 그것을 지천태地天泰괘라고 부른다. 태괘는 대표적인 길한 괘에 속한다. 직관적으로 생각한다면 위에 하늘, 아래에 땅이 있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하늘과 땅이 자신이 본래 속한 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위에 하늘, 아래에 땅이 있는 괘는 천지비天地否괘다.
하지만, 천지비괘는 별로 좋지 않은 의미의 괘로, 불통과 답답함, 변화없음, 일이 풀리지 않음을 의미한다. 하늘이 하늘에 있고, 땅이 땅에 있으면 움직일 일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땅이 하늘에, 하늘이 땅에 있으면 다르다. 땅은 아래로 가려고 하고, 하늘은 위로 가려고 하면서 변화와 운동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 자리바꿈은 조화롭게 이루어져 지천태는 보통 즐겁고 행복한, 그래서 일이 잘 풀리는 괘로 해석된다. 이렇게 생각하니 왜 티tea가 사람의 마음을 편안
하게 하는지 더 쉽게 이해된다.
움베르토 에코는 『장미의 이름』 말미에 이런 말을 덧붙였다.
“책은 항상 다른 책에 대해서 말하고 있으며, 모든 이야기는 이미 알려진 이야기를 말해주고 있을 뿐이다”
"Books always speak of other books, and every story tells a story that has already been told."
한 단어는 반드시 또 다른 단어가 있어야만 의미가 있을수 있는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