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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현 May 27. 2024

지금도 토큰을 기억하고 있다면... NFT

NFT.


대체불가능토큰Non-Fungible Token이라고 하는 새로운 장르의 예술이 생겨나면서 토큰이라는 말이 다시 널리 알려졌다. 사실 토큰이라는 단어는 한때 훨씬 더 광범위하고 일상적으로 사용되던 말이었다. 버스토큰이라고 불리던 50원짜리 동전보다 작은 구멍뚫린 금속의 원형체가 있었는데, 주로 버스를 탈 때 현금대신 내던 일종의 화폐였다. 해외에서는 비교적 최근까지 이런 종류의 토큰이 종종 사용되는 것 같았는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80-90년대 배경의 영화나 드라마 에서라면 옛날을 추억하는 소품으로 다시 클로즈업 될수도 있을 것이다. 

동전의 대용으로 사용되었던 토큰token이라는 단어에는 징표, 상징, 징조라는 의미가 있다. 어원을 더 멀리 거슬러 올라가면 “엄숙하게 말하다”는 뜻까지도 갖고 있다. 토큰token에서 상징, 징표를 의미하는 tok-는 보여준다는 의미로도 활용되었다. 말함으로써 보여주는 것이다. 징표나 상징은 어떤 의미를 대표해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소리로만 접근한다면, 톡-tok이라는 소리는 다잌-deik의 소리로 연결된다. 이것은 영어권 스펠링에서 dict-로 나타난다. 더군다가, 여기에는 말하다는 의미도 중첩되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말로 보여준다는 뜻으로까지 확장된다.


그래서 dict-는 말하다는 의미를 갖게 되어 흔히 사용하는 사전이라는 뜻의 dictionary에도 포함된다. 말로 명령을 내리는 것은 dictate, 그리고 독재자는 dictator라고 한다. 모두 말을 통해 어떤 징표를 보여주는 것이다. 어릴 때 국어시간에 늘 하던 받아쓰기는 dictation이라고 한다. 말한 것을 그대로 받아적는 것이다. 받아쓰기는 단지 철자훈련 이상의 비유로도 자주 사용되는데, 대체적으로 100퍼센트 수동적인 복종의 상태를 환기한다. contradict는 반대로contra- 말한다dict는 뜻으로 모순적이라는 말이다. 형용사 형태로는 contradictory 라고 쓸수 있다.


contra-는 반대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반대라는 의미의 영어단어 contrary가 대표적이다. 반대되는 성질, 반대임 이라는 의미는 contrariness로 쓸수 있다. 반대가 나쁜것만은 아니다. 동양은 대대적인 대립관계의 중요성을 음양사상속에서 고도로 발전시켰다.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는 반대되는 것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에 대한 인식을 매우 시적인 사고로 승화시켰다.


그는 이런 말을 남겼다. 


Without contrariness is no progression. Attraction and repulsion, reason and energy, love and hate are necessary to human existence. 

대립되는 것이 없으면 진보도 없다. 끌림과 밀어냄, 이성과 에너지, 사랑과 증오는 인간에게 필요하다. 


모순적인가?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모순이라는 말 자체가 창모矛, 방패순盾 으로 구성된 말이다. 중국 초나라에서 한 상인이 창과 방패를 팔면서, 어떤 방패도 뚫을 수 있는 창과 어떤 창도 막을 수 있는 방패를 함께 팔았던 고사에서 유래한다. 손님이 “이 창으로 이 방패를 찌르면 어떻게 되오?”라고 묻자 상인은 대답할수 없었다.


헐리우드 드라마나 영화는 대부분 다양한 인종이 등장한다. 인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고도화되면서 등장인물의 인종비율을 임으로 조정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특정인이 내용적인 면에서 별다른 필요성 없이 구색맞추기로 등장한다. 흑인을 등장시키면 토큰 블랙token black, 아시아인이라면 토큰 아시안token asian이라고 하는데, 전체적으로 인종, 성별, 종교적인 측면에서 누구도 소외되지 않은 느낌을 만들기 위한 장치라고 할 수 있다. 토크니즘Tokenism이라고도 한다. 미국의 법정에서 유독 흑인이 판사로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대표적인 토크니즘의 결과라고 한다.  


Non-Fungible Token에서 fungible이라는 단어는 대체할수 있는, 기능할 수 있는 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기능이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 function과 fungi라는 어원을 갖는다. fungi-는 어떤 일을 수행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대체불가능토큰은 현대 디지털 예술의 새로운 장르로 뜨겁게 달구어졌다가, 다시 잠잠했다가, 이따금씩 뉴스에 등장하는 것 같다. 대부분 가격에 대한 이슈다. 얼마나 비쌀까? 

수십억은 물론, 수백억원을 넘어 천억원대에 팔린 작품까지 있다고 한다. 


그만큼의 가치가 있을까? 라는 질문은 사실 NFT에게만 국한될 것은 아니다. 예술시장 전반은 물론 고도화된 자본주의 사회의 다른 상품에 대해서도 사실 똑같은 질문을 던질수 있을 것이다. 상상을 초월한 물건의 가격을 알게되면 대개의 반응은 비슷하다. 


저게 얼마라고? 


정말 엄청난 부자들은 요트yacht를 살 때 가격을 묻지 않는다고 한다. 가격을 묻는 행위자체가 이미 그만큼의 부자가 아니라나 뭐라나. 참, 요트yacht는 네덜란드어에서 유래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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