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가슴이 이끄는 곳] 2부. 바르셀로나 직장인 이야기
[스페인, 가슴이 이끄는 곳]
2부 - 바르셀로나 직장인 이야기
2-4. 2년 반 만에 돌아온 스페인
설레는 마음을 한가득 안고 장시간의 비행 끝에 나는 그토록 그립던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도착했다.
사실 출국장에서부터 기내에서까지는 스페인에 돌아간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오랜 시간을 간절히 기다리고 염원했던 꿈이어서였을까. 이 모든 것이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여전히 모두 꿈만 같았다.
그러나 공항에 도착해서 보이는 스페인어, 사방에서 들려오는 스페인어 대화, 그리고 그토록 그립던 구름 한 점 없는 새파란 하늘까지. 스페인이 맞았다. 더 이상 꿈이 아닌 현실이었다. 내 입은 귀에 걸린 지 오래였고 마음속으로 '진짜야? 나 스페인이야?'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두 번째 스페인은 처음과 많은 면에서 사뭇 달랐다.
비록 고국에서 멀리 떨어진 나라이지만 교환학생의 추억이 잔뜩 묻어있는 이곳은 마치 마음의 고향처럼 편안했다. 눈앞에 펼쳐진 이 이국적인 풍경들이 낯설지 않다는 게 큰 위안과 용기가 되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혈혈단신이 아니고 이 땅에도 나를 아는, 그리고 기다리던 친구들이 있다는 점이었다. 교환학생 당시 사귄 친구들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만난 스페인 친구들까지. 내가 스페인행 비행기표를 끊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만나자며 연락이 오는 그들 덕분에 마음이 든든했다. 그래서 스페인에서의 새 출발이 두렵다기보다는 더욱 기대가 되었다.
입국 수속을 마친 뒤, 공항까지 마중을 나와준 나의 까딸란 친구 하비를 보자마자 나는 와락 안겨 스페인식 인사인 양볼 뽀뽀를 했다. 처음에는 낯설기만 했던 이 인사법도 어느새 그리워진 스페인 문화 중 하나였다.
"하비, 나 정말 돌아왔어! 내가 뭐랬어. 나 한다면 한다 그랬지?"
나만큼이나 이 상황이 꿈같다는 하비는 내 스페인 귀환의 꿈을 응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쉽지 않은 일임을 알기에 반신반의했었다며 농담을 건넸다. 그런데 번듯한 직장까지 얻어 당당하게 스페인에 돌아온 내가 그는 너무나 자랑스럽다며 제 일처럼 기뻐해주었다. 우리는 그동안의 밀린 근황을 나누며 바르셀로나 시내로 향했다.
돌아온 스페인에서 느낀 과거와 다른 점들은 내 스페인어 실력, 안정감, 그리고 책임감이다.
과거에는 고작 3달 남짓 인터넷 강의로 독학한 스페인어 실력을 가지고 교환학생을 갔었기에 현지인들과는 제대로 소통을 못했었다. 오히려 다른 유럽 국가의 교환학생 친구들과 주로 어울리며 스페인어보다는 영어 회화 실력이 더 늘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지난 2년간 나는 갖은 방법으로 스페인어 실력 향상에 힘을 써왔다. 팟캐스트, 유튜브, 학원, 과외, 델레 시험 준비까지. 그리고 거의 매주말마다 하루는 스페인어권 사람들과 어울리는 노력도 했다. 그래서 이제는 어려움 없이 스페인어로 소통이 가능하게 되었다. 한 나라의 문화를 온전히 이해하고 습득하기 위해서는 '언어'가 필수라는 생각을 하는데, 이제 그토록 갈망했던 스페인을 더 잘 알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리고 이렇게 공항에 마중 나와주는 친구도 있고, 필요할 때 언제든 도움의 손길을 뻗을 수 있는 사람들이 스페인 그리고 유럽에 있다는 사실도 내게 아주 큰 안정감을 주었다.
하지만 확실히 교환학생 때와는 달리 막중한 책임감도 따랐다. 부모님의 도움 없이 내가 모아 온 자금과 앞으로 회사에서 일하며 벌 돈으로 살아갈 두 번째 스페인 생활. 이제는 완전한 자립이다. 마치 오랜 여행과도 같았던 교환학생 생활이 아닌, 직장인의 일상을 살아가야 하는 어엿한 어른이 되었다. 그래서 한 푼을 쓰더라도 고민하게 되었고, 내 삶을 책임져야 한다는 무게감도 느껴졌다.
그렇지만 나는 자신이 있었다. 지금까지 내가 쌓아온 언어, 커리어, 그리고 네트워킹 능력을 믿어 의심치 않았기 때문에. 오뚝이 같은 내 정신으로 이 선택에 단 한 줌의 후회도 없도록 알찬 삶을 살아가리라 다짐했다.
그렇게 내 스페인살이 2막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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