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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야 Mar 15. 2024

영화 한 편으로 결심한 여행

[나 홀로 여행 프로젝트] 2. 멕시코

꼭 죽은 자의 날에 멕시코에 가고 말 거야.




인생은 한 편의 영화와도 같아서 예상치 못했던 결말로 우리를 이끌기도 한다. 


내 멕시코 사랑은 다큐멘터리 한 편에서 시작되었다. 


제2 외국어로 어떤 언어를 배울지 고민하던 찰나 보게 된 '세계테마기행' 멕시코 편. 해외여행을 다닐 때, 늘 현지의 음식만을 먹는 것을 고수하는 내게 다큐멘터리 속 멕시코 음식은 환상적이었다. 타코, 퀘사디아, 엘로떼와 같은 길거리 음식들은 너무나 맛있어 보였고, 무엇보다 그 길거리에서 처음 보는 사이에도 웃으며 말을 걸고 농담을 나누는 멕시코 사람들의 모습이 정감이 갔다. 이곳의 문화가 내 성격과 참 잘 맞겠다는 생각을 본능적으로 했던 것 같다. 그래서 결심했다. 스페인어를 배워야겠다고. 




그렇게 스페인어를 배우기 시작한 지 두 달 차가 되어갈 때쯤, 멕시코의 대표 문화인 '죽은 자의 날'을 담아낸 영화 '코코'가 개봉했다. 멕시코에 꽂혀있던 나는 영화관으로 당장 달려갔고 영화를 보는 내내 초롱초롱한 눈으로 감상을 하며 울다 웃다를 반복했다. 


무엇보다 멕시코 사람들의 죽음에 대한 사고와 태도가 굉장히 신선했다. 나는 장례식장에 대한 작은 트라우마가 있다. 아주 어릴 적, 가까운 친지분이 안타까운 일로 사망하셨고 모든 가족은 충격에 휩싸였다. 어린 나이에 죽음이 무엇인지도 잘 몰랐지만 무언가 슬픈 일이구나라고 생각했다. 장례식장에 있는 모두가 너무나도 애통해하고 있었기에. 그때부터 내게 죽음이란 두려운 것이 되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다는 상상을 종종 하게 되었고, 그때마다 악몽에 시달렸다. 우리나라에서 매년 있는 제사 문화 또한 무거운 분위기였기에 죽음은 더욱 내게 부정적으로만 다가왔다. 




하지만 '코코' 속 죽음은 달랐다. 그들은 죽음은 또 다른 세계로의 이동이라고 생각했다. 이승과 저승이 있는 것처럼. 그들은 각각의 공간에서 두번의 삶이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인지 멕시코에서의 저승은 마치 파라다이스와도 같았다. 알록달록한 그곳은 망자들의 새로운 인생이 펼쳐지는 곳이자 이미 죽음을 맞이했던 가족들과 재회할 수 있는 곳이었다. 그들에게 저승은 먹고 마시며 때로는 축제를 즐기기도 하는 장소였다. 


그래서 죽은 자의 날이 되면 멕시코 사람들은 애도도 하지만 축제도 함께 벌인다. 망자가 좋아하던 술과 음식을 먹으며 음악을 틀고 춤을 춘다. 그들에게 진정한 죽음이란 생물학적인 사망에서 그치지 않고, 이승의 사람들에게서 완전히 잊혀졌을 때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또한 주황빛 금잔화와 알록달록한 색의 해골 장식품을 곳곳에 장식한다. 그들에게 이 기간은 망자들이 이승을 방문하는 날이다. 한마디로 이승의 사람들과 죽은 자들이 연결되는 날인 것이다. 그래서 금잔화로 꽃길을 만들어 망자들이 길을 잃지 않고 집으로 올 수 있게 준비한다고 한다. 




나에게 무섭기만 했던 죽음을 마냥 슬픈 것만이 아닌 인간이라면 당연히 겪게 되는 일로 받아들이는 그들의 문화, 그리고 무거운 분위기가 아닌 흥겹게 기념하는 영화 속 멕시코 사람들을 보면서 내 사고는 확장되었다. 그리고 죽음이라는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너무나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영화를 보면서 이렇게 깊고 철학적인 깨달음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스페인어를 열심히 공부해서 반드시 죽은 자의 날에 멕시코에 가겠어."




2019년 10월 21일 멕시코 시티에서





프롤로그 [나 홀로 여행 프로젝트를 소개합니다.]

이 여행에는 세 가지 규칙이 있습니다.

첫째, 혼자 떠나기.

둘째, 현지인 친구 사귀기.

셋째, 현지인처럼 살다오기입니다.


지난 화 [첫 혼자 해외여행으로 깨달은 것들.]

https://brunch.co.kr/@soyayspain/42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직장 생활과 사업을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낮에는 영어, 스페인어로 디지털 마케팅을 하고, 

밤에는 커리어 코칭을 하며, 주말에는 여행을 다니고 글을 씁니다.


- 작가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besoya_young/

- 작가 네이버 블로그: https://blog.naver.com/besoya_young


매거진의 이전글 첫 혼자 해외여행으로 깨달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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