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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야 Mar 11. 2024

첫 혼자 해외여행으로 깨달은 것들.

[나 홀로 여행 프로젝트] 1. 대만

프롤로그 [나 홀로 여행 프로젝트를 소개합니다.]

이 여행에는 세 가지 규칙이 있습니다.

첫째, 혼자 떠나기.

둘째, 현지인 친구 사귀기.

셋째, 현지인처럼 살다오기입니다.


지난 화 [면이 없는 우육면을 시켰다.]

https://brunch.co.kr/@soyayspain/36




나도 몰랐던 새로운 내 모습과 마주하다. 


 이 우육면을 계기로 내 여행은 좀 더 즉흥적으로 변했다. 


시간 계획 같은 건 당연히 세우지 않았고, 적당히 아침, 낮, 저녁으로만 일정을 고려했다. 하루 동안 꼭 가보고 싶은 곳, 먹고 싶은 것들은 정해두되 갑자기 걷다가 더 끌리는 곳이 나오면 주저 없이 계획을 수정했다. ENFJ인 나에게는 이례적인 일이다. 보통 일상에서는 늘 일주일의 일정을 대략적으로 정리하고, 자기 전 다음날 할 일을 시간 단위로 계획하는 나이다. 그래서인지 여행지에서 이런 즉흥이 마치 '일탈'처럼 느껴져서 더 짜릿했다. 이런 일탈 속 만난 소중한 인연들도 참 많았다. 


한 날은 다음 목적지로 가기 위해 길을 걷다가 푸르른 잔디가 아름답게 깔린 공원을 발견하고는 커피 한 잔을 사 와 벤치에 앉아 햇살을 만끽했다. 그때 내 옆에 한 대만 할아버지가 오셔서 앉았다. 그 할아버지는 셀카를 찍는 나를 흘끔흘끔 쳐다보시길래 나도 같이 쳐다봤더니 중국어로 "@#%$!#~ 피아오량(예쁘다.)"이라고 하시는 거다. 난데없는 칭찬에 기분이 좋기도 했고, 중국어를 또 연습할 기회다 싶어 나는 한국인이라고 소개하며 짧은 중국어를 또 열심히 남발했다. 할아버지의 대답은 약 5%만 이해할 수 있었지만 이 정도라도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게 재미있었다. 그렇게 우스꽝스러운 대화를 마치고 나는 이를 기억할 겸, 할아버지께 사진을 같이 찍자고 했다. 할아버지는 처음에는 예쁜 사람만 찍으라며 거부하시더니 한 번 더 설득하자 같이 사진을 찍어주셨다. 







그날, 늦은 오후에는 일몰로 유명한 '워런마터우'로 향했다. 


유명세만큼 바다 너머로 바라다 보이는 주황빛 노을은 정말 아름다웠다. 노을을 한참 동안 멍하니 바라 보다가 열심히 카메라에 담고 있는데, 내 옆에 있던 미국인 부녀가 나를 언급하는 것을 들었다. "정말 예쁘지? 그래서 저 언니도 저렇게 사진을 찍고 있나 봐."라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옆을 돌아봤더니 아저씨가 내게 대만 사람이냐고 말을 거셨다. 내가 한국인이라고 하자 반가워하시며 1900년대에 부산에 가본 적이 있다고 하셨다. 그렇게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게 되었는데, 내게 영어를 어쩜 그렇게 잘하냐며 미국에서 정말 산 적이 없냐고 신기해하셨다. 


사실 외국인과 영어로 대화하는 게 정말 오랜만이었는데 뜻밖의 칭찬을, 그것도 미국인에게 받게 되어 너무 기뻤다. 언어 욕심이 많아서 영어 학습 강박증이 늘 있었는데 역시 꾸준한 언어 공부는 배신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밤이 깊어지고, 나는 야외 온천에 도착했다.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온천에 몸을 녹이는데 하룻 동안 많이 걷느라 쌓인 피로가 눈 녹듯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대만의 야경을 내려다보며 온천을 즐기다가 슬슬 숙소로 돌아가야겠다 싶어 시간을 확인하려는데 휴대폰을 락커에 두고 와버렸다. 그래서 나는 또다시 중국어를 연습할 겸, 옆에 계시던 아주머니들께 시간을 여쭤봤다. 학원에서 배웠던 것을 실제 현지인과 써먹어 보고 이게 통한다는 게 너무 재밌다! 여행하는 내내 내가 언어에 얼마나 진심인지를 더욱 느꼈다. 







마지막 날까지도 대만은 내게 친절했다.


공항 가는 길을 옆사람에게 묻기까지 해서 내게 알려준 사람, 신발끈이 풀렸다고 알려준 사람, 필요도 없는 영수증이 바람에 날려가는 것을 달려가 잡아서 가져다주는 사람까지. 


혼자 온 여행이었지만 단 하루도 혼자인 날이 없었다. 


그렇게 나를 스쳐간 다양한 사람들 덕분에 대만은 내게 더욱 특별한 첫 해외여행지가 되었다. 결국 여행을 더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그곳에서 함께한 사람들이구나를 깨달았다. 또 이렇게 혼자 돌아다니며 낯선 이들에게 스스럼없이 말을 거는 내 모습을 보면서 한때는 심했던 낯가림이 전혀 없어졌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낯선 곳, 낯선 문화, 낯선 사람들 속에 있는 나는 또 다르구나. 혼자 여행은 이렇게 나조차도 몰랐던 나의 새로운 모습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내 취향 또한 더 뚜렷하게 알게 된다. 나는 외국에서 남 눈치를 덜 보고 좀 더 자유로워지는 것을 느꼈다. 석양, 새로운 음식을 시도해 보는 일, 산책, 그리고 생맥주를 좋아하는 것도. 


심지어는 내 단점까지도 재발견하게 된다. 심카드를 대충 처음 보이는 것으로 샀다가 다시 샀어야 했던 일, 버스 터미널을 제대로 확인 안 해서 잘 못 내린 일. 그러면서 내 꼼꼼하지 못한 면을 피부로 느꼈고, 고쳐야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내 첫 홀로 해외여행은 재미뿐만 아니라 인연, 용기, 그리고 깨달음을 선물해 주었다. 

이렇게 내 세상이 넓어지기 시작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직장 생활과 사업을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낮에는 영어, 스페인어로 디지털 마케팅을 하고, 

밤에는 커리어 코칭을 하며, 주말에는 여행을 다니고 글을 씁니다.


- 작가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besoya_young/

- 작가 네이버 블로그: https://blog.naver.com/besoya_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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