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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석문 Jun 07. 2020

그리움도 습관이다

   휴대폰이 울렸다. 조심스럽게 꺼내 들어 확인해본다. 조금 전과 다를 것 없는 화면을 보다가 괜히 이것저것 눌러본다. 중요하지도 않은 메뉴들이 두더지 게임처럼 튀어나온다. 필요 없는 두더지들을 다 눌러 넣고 나니 황량한 풍경만 남는다. 말 없는 기계를 빙글빙글 돌려보다 툭툭 쳐보고 가방 속에 던져 넣는다. 잠시 후 머뭇거리며 외투 주머니로 자리를 옮겨 놓는다.


   바스락 거리는 포장지가 쓰레기통에 들어가기를 거부하고 있다. 가끔은 그냥 들어가 주면 좋겠지만 그렇지가 않다. 차곡차곡 쪽지처럼 접어 몸집을 줄인다. 전에는 접는 방법이 항상 헷갈려 여러 번 시도해야 했는데, 이제는 흐뭇하리만치 원하는 대로 만들어진다. 꼬리가 대롱대롱 달린 포장지를 던져 넣으려다 이내 만지작거린다.


   날이  너무 덥거나 춥지만 않다면 밤의 버스정류장에 앉아 있는 일은 꽤 괜찮다. 도로의 소음은 귓가에 걸려있는 이어폰이 막아주고 초점을 흐린 눈은 빛을 따라 분주히 흔들린다. 적막하지 않을 만큼의 인적이 정류장을 오가고, 그 가운데 한가로이 앉아 한 발로 바닥을 슥슥 문지른다. 사람들은 버스에 오르고 내리며 저마다의 목적지를 향해 걸음을 옮길 때, 갈 곳 없이 정류장에 앉아 그 순간 가장 어울리는 음악을 고른다. 한 곡 넘어갈 때마다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그리움도 습관이다.



커버 이미지: 에드워드 호퍼, <Railroad Sunset>,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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