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의 들뜬 분위기가 지난 요즘은 연극이 끝난후의무대를 떠올리게 한다. 관객의 환호가 사라진 텅 빈 공연장에서 수고했다고 서로 다독이며 허전한 마음을 달래는 배우들처럼 한 해의 끝자락에서 나 역시 주변인들에게 인사를 전하고 소중한 이들을 만나며 허한 마음을 달랬다.
지난 일 년을 돌아보면 아쉽기도 하지만 그래도 쉬엄쉬엄내 속도대로걸어왔으니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단정한 일상을 유지하려 애썼고,주식투자와 글쓰기로 적은 돈이나마 벌어가계 살림에 보태었으며꾸준히 책을 읽고 글을 썼다.(아니, 잠시 놓은 적은 있었으나 다시 돌아왔다는 표현이 더 적합하겠다.) 무엇보다 끈기와는 담쌓았던 내가 글쓰기를계속해오고 있다는 사실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글을쓰기 시작한 후로나는 짝사랑에 빠진 느낌이다. 구애를 펼쳐도 상대는답이 없으니 말이다. 1인 미디어 시대라 각종 플랫폼에 글 쓰는 '작가'들이 넘쳐나고, 거기다 '잘 쓰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그럴것이다. 말과 글의 홍수 속에서 떠밀리지 않기 위해 두 다리에 바짝 힘을 주고 버티고는 있지만 노력 대비 성과가 너무 미미하여포기하고 싶을때도있다. 그래서 잠시 떠난적도 있지만 결국 다시 돌아온걸 보면 글을 향한 마음이크다는걸 깨닫게 된다.
아, 생각해 보니 그래도 가끔씩 선물을 받은 적이 있었네. 오마이뉴스 생활면 기사가 네이버 메인에 실렸고, 브런치스토리에 썼던 글들이 다음 메인과 브런치 메인을 장식하기도 했다.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쓰라고 가끔씩 당근을 안겨준모양이다.
글을 쓰며 만족할만한 성과가 따라온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그 과정이 의미 없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책과 글에 담긴 다른 이의 다채로운 생각들이 내 안에 차곡차곡 쌓여 나만의 빛깔로 알맞게 숙성되어 삶의자양분이 되어주니 말이다.
글을 잘 쓰려면 많이 읽고(다독 多讀), 많이 쓰고(다작 多作), 많이 사색(다상량 多商量) 해야 한다는 송나라 문인 구양수의 말이 있다. 이런 삼다법은 곧 삶을 윤택하게 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그래서 다가오는 새해에도 나는 글을 쓰는 여정을계속할 것이다. 그 길에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 함께 읽고 쓰며 풍성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시간만큼 더욱 깊어질 수 있길 바란다. 글과 삶 모두.
PS. 새해를 앞두고 포근하게 눈이 내렸다. 하얀 세상이 동화처럼 다정하게 말을 건네는 것 같다. 분명히 다 잘 될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