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자리를 지키는 모든 이들을 응원하는 듯한 소설 <스토너>
"셰익스피어가 300년의 세월을 건너뛰어 자네에게 말을 걸고 있네, 스토너 군. 그의 목소리가 들리나?" (중략) 한 학생이 눈을 깜박이자 가느다란 그림자 하나가 뺨에 내려앉았다. 햇빛이 뺨의 솜털에 붙들려 있었다. 스토너는 책상을 꽉 붙들고 있던 손가락에서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중략) 스토너가 내키지 않는 듯 천천히 눈을 들었다. "이 소네트의 의미는......" 그는 이렇게 말하고 나서 허공을 향해 양손을 살짝 들어 올렸다. 아처 슬론의 모습을 찾고 있는 자신의 눈이 흐릿하게 변하는 것이 느껴졌다. "이 소네트의 의미는......" 그는 다시 말했지만 하려던 말을 끝마칠 수 없었다. - <스토너>, 본문 중에서
"엄마와 제가...... 우리 둘 다 아버지를 실망시켰죠?" (중략) 클레어몬트의 집에서 처음 만났을 때의 이디스가 보였다. 파란 드레스와 가느다란 손가락과 부드럽게 미소 짓던 하얗고 섬세한 얼굴. 그리고 매 순간이 달콤하고 놀랍다는 듯 열성을 띠던 연한 푸른색 눈. "네 어머니는......" 그가 말했다. "네 어머니가 항상 그렇지는......" 그녀가 항상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지금 그녀의 모습 속에서 한때 소녀였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 <스토너>, 본문 중에서
그레이스는 가끔 동네 아이들과 놀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아버지와 함께 커다란 서재에 앉아 아버지가 채점하거나,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모습을 지켜볼 때가 많았다. 아이가 아버지에게 말을 걸면 두 사람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어찌나 조용하고 진지한 대화였는지, 윌리엄 스토너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그 부드러움에 감동했다. (중략) 그러면서 자기 눈앞에서 자라나는 아이의 모습을 놀라움과 사랑의 눈길로 지켜보았다. - <스토너>, 본문 중에서
누리기보다는 견뎠고
떠나지 않은 채 남았으며
물리치는 대신 물러나지 않았던,
모퉁이를 돌 때마다 되뇌는
평범하고도 오래된 그 이름,
윌리엄 스토너
- <스토너> 발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