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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희 Sep 18. 2023

글을 쓰니 고추장이 생겼습니다

 인터넷 신문기사를 보다가 사는 이야기’라는 코너의 글을 몇 편 읽었다. 소소한 생활 속 이야기도 있었고, 감동을 주는 사연도 있었다.


기사 상단에 이런 문구가 있다.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한번 도전해 볼까 하는 마음이 생겼다. 자신감이 뿜뿜한 건 아니고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내게도 숨겨둔 도전 정신이 있음을 확인해서였다. 시민기자 신청은 누구나 가능했다. 브런치는 심사를 통과해야 글을 쓸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지만 일단 작가가 되고 나면 어떤 글이나 올릴 수 있는 장점이자 단점이 있다. 시민기자는 원고를 보내면 편집부에서 기사의 채택 여부를 결정한다. 스물한 편의 글을 보냈고 다행히 모두 기사화되었다. 브런치에 중복게재 됨을 알리고 날짜를 달리하여 실었다.


좋지 않은 댓글이 달린 적도 있었다. 브런치의 댓글에서는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하며 공감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신문은 달랐다. ‘나를 “어머니"라 부르는 사람들, 저는 싫습니다.’라는 기사에서는 대부분이 글 내용에 공감했지만 마음을 상하게 하는 댓글도 있었다. 사람의 생각은 얼마든지 다를 수 있고 표현의 자유가 있다. 하지만 굳이 거칠게 표현할 것까지 없을 것 같다. 다른 기사에서는 별다른 댓글이 달리지 않았다.

     

사람들이 많이 보는 글은 먹거리를 다룬 내용이었다.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어 그런 것 같다. 어떤 원고는 보내면서도 이런 글도 기사가 될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편집부에서 알아서 하겠거니 생각하니 오히려 마음 편했다. 브런치에 올린 글은 나같이 구독자 수가 얼마 되지 않는 사람은 조회수도 낮다. 어쩌다 브런치 메인이나 다음에 노출되어야 조회수가 제법 나온다. 신문은 기본적으로 몇천의 조회수가 나온다. 만 명 이상 조회수가 나온 글도  된다. 글이 기사화될 때마다 뿌듯하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어느 날, 편집기자에게 전화를 받았다. 원고 청탁이었다. 난생처음 겪어 보는 일이라 기분은 좋았지만 막상 원고를 쓰려니 예전처럼 마음이 가볍지 않았다. 자발적으로 쓰는 것보다 부담이 생겼다.


한 달 전쯤, 브런치에도 올린 방아잎에 대한 글이 기사로 채택되었다. 서울 경기 지방에선 방아잎을 찾아보기 힘들다. 경상도나 전라도 분들에게는 고향의 음식을 떠 올리게 해서인지 호응이 좋았다. 기사에 대한 반응을 살피기 위해 들른 신문사 홈페이지 내 방에 쪽지가 와 있었다. 어느 분이 기사를 잘 읽었다며 문의할 내용이 있다고 전화번호를 남겼다. 쪽지를 보낸 지 몇 시간이 지나 있었다. 


아침부터 서울지역번호가 찍힌 전화가 왔었지만 받지 않았다. 광고성 전화가 대부분이라 모르는 번호나 지역번호는 잘 받지 않았다. 그런데 같은 번호가 시간을 달리해서 세 번이나 왔다. 마음이 쓰여 세 번째는 받았더니 편집 기자였다. 쪽지 보낸 분이 내가 확인을 하지 않자 신문사로 연락했던 것이다.


무슨 일인지 궁금해서 남긴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순창에서 된장, 고추장과 소스를 생산하는 식품회사를 하시는 분이었다. 방아잎을 이용해서 소스를 개발 중이라 했다. 방아잎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그분이 회사에서 판매하는 장을 보내주겠다며 주소를 알려 달라했다.

     

그날 저녁. 옛 동료들과 모임이 있었다. 중국 국제 학교에 파견 나간 J가 방학을 맞아 잠깐 들어온 김에. 나를 포함한 4명이 만났다. 한참 근황을 주고받다가 자랑삼아 오전에 전화받은 얘기를 했다. 그러자 일행 중 한 명이 아침에 인터넷 기사에서 방아잎에 대한 글을 읽었다고 했다. 설마 했는데 확인해 보니 내가 쓴 글이었다. 어깨에 잠시 뽕이 솟았다.


집에 돌아와 잠들기 전 다음포털에 내 글 제목을 넣어 보았다. 카카오스토리나 블로거에 내 글을 링크 걸어 둔 곳이 있었다. 한 분은 본인의 블로그에 내 글을 게시하고 출처를 밝히지 않았다. 댓글에 정중하게 글쓴이임을 밝히고 출처를 넣어달라고 했다. 이틀 만에 제목에 링크를 걸어 둔 것을 확인하고 댓글을 삭제했다. 독자에게 연락을 받고, 지인이 우연히 내 기사를 읽고, 누군가 내 글을 퍼 나른 것이 모두 하루 안에 일어난 일이다.   

  

 이틀  뒤 택배가 도착했다. 주소를 알려 달라더니 정말 보냈다. 고추장을 보낸다길래 그런가 보다 했다. 택배상자가 생각보다 크고 무거웠다. 고추장과 된장, 초장, 만능소스까지 보냈다. 고마운 마음에 사진을 찍어 그분에게 감사인사를 드렸다. 신문에 기사를 싣고 보니 생각지도 못한 경험을 했다. 글을 쓰기 전에는 상상조차 못 했던 일이다. 한편으론 조심스럽다. 앞으로 좀 더 신중하고 책임감 있는 태도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료조사나 인용글의 출처, 근거도 잘 살펴봐야겠다. 어쨌든 글쓰기 초보자에게 마~이(많이의 경상도 말)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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