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디아 Dec 24. 2020

2020년 12월, 꿈이 머물렀던 자리

서른 세 살의 나이에 부모님의 집에 얹혀살며 '탐색기간'을 갖는다는 것은 너무나 큰 자괴감을 가져다준다. 누군가는 서른 몇 살 때 결혼 대신 세계일주를 떠났다고 하던데, 누구는 벌써 애가 셋이라던데 하는 비교는 기본이요, 시간이 지날수록 게으르고 게을러져서 오전 11시에 잠에서 깨어 넷플릭스나 하루 종일 보는 한심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러다보니 어느새 마윈이 말했다던 '가난한 사람과 일을 하면 안 되는 이유'의 '가난한 사람'이 되어버린 나 자신을 발견하고 충격을 받게 되었는데 그게 바로 어제 새벽의 일이다.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가슴이 답답해 눈물조차 나지 않았다. 머릿속으로 이런 저런 핑계ㅡ이를테면 코로나로 계속되는 비자 딜레이와 리젝에 결국에는 싱가포르행을 포기한 일이나, 새로 시작해보려고 했던 일이 시작하기도 전에 사기로 사기가 꺾인 일, 배워본다고 갔던 회사에서 급여를 지급받지 못한데다 배울 만한 것도 딱히 없었다는 것이나 올해 주변에 자살이 너무 많아서 심적으로 힘들었다거나 하는 것들ㅡ을 곱씹어보았지만 천 번이고 만 번이고 생각을 해 보아도 핑계에 지나지 않음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나는 할 수 있는 것이 많았지만 하지 않았고, 무언가를 꾸준히 할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았고, 더 배울 수 있었지만 배우지 않았고, 다시 일어날 수 있었지만 일어나지 않았을 뿐이었다. 어쩌면 우울증이었을 수도 있다고 자위를 해보려 했지만 이조차도 핑계임이 분명했다. 나는 시간을 낭비했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이 모든 핑계들이 나의 꿈과 희망이 머물렀던 자리를 대체하는 것이 마치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처럼 받아들였다.



아아,


나는 평생 후회할 것이다. 나의 2020년은 후회와 아쉬움으로 가득찬 한 해가 될 것이다. 대학 입학, 졸업, 취업, 여행, 해외취업 등 부단히도 노력한 11년의 색을 바래게 한 아픈 한 해로 기억할 것이다. 더 이상 눈물조차 나지 않는 이 무덤덤한 한 해를 뼈저리게 후회하고 가슴 아프게 추억할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아프리카의 눈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