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 하우절, <불변의 법칙>
"와이프를 바꾸고 싶어"
친구가 뚫린 입으로 말했다. 나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1. 부부 관계로 고민이 많구나. 많이 힘들겠다.
2. 너의 선택을 존중해! 이혼 절차 순탄하게 밟길 바랄게!
나는 대문자 T다. 솔직히 공감하고는 담쌓은 사람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사람들은 F를 좋아한다. 오죽하면 "아빠, T야?"라는 핫초코 광고도 있겠는가? 그래서 후천적으로 F를 갈고닦았다. 그런데 '이혼' 건은 답이 안 나온다. 도저히 뭐라고 공감해줘야 할지 모르겠다. 대문자 T 입장에서 솔직히 이렇게 말하고 싶다.
"야 이 녀석아. 마누라 바꿀 생각 하지 말고, 네 '기대치'나 바꿔"
와이프와 잘 지내고 싶은가? 그럼 기대치를 낮춰라. 그럼 감사할 것 천지가 될 거다. 그게 바로 행복의 나라로 가는 지름길이다.
나도 신혼 땐 엄청 싸웠다. 결혼식장에서 호기롭게 외친 서약서는 개나 준 것처럼 으르렁거렸다. '아침잠이 많은 아내를 위해 매일 향긋한 커피 향으로 방 안을 채우겠습니다"는 개뿔. '싸늘한 공기'만 가득 채울 뿐이었다. 도대체 아내에게 뭘 그리 기대했냐고?
화장실을 썼으면 불을 끄길 바랐다. 그런데 아내는 그게 잘 안 됐다. 한두 번은 넘어갔다. 하지만 누적 대미지 앞에 스윗남은 사라졌다. '뭐 그런 거 가지고 다투냐'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부부싸움은 원래 '그런 거 가지고' 일어난다.
어느 날, 이게 얼마짜리 갈등인지 생각했다. 한 달 내내 화장실 전등을 끄지 않는다면? 전기요금은 만 원쯤 더 나올 것이다. 북극곰에게 미안하긴 하지만 어쨌든 이건 만 원도 안 되는 싸움이었다.
그런데 우린 맞벌이었다. 아내도 돈을 벌고, 나도 돈을 벌었다. 밖에서 한 시간만 더 일하면 최저시급으로도 감당되는 수준이었다. 굳이 이걸로 싸울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기대를 안 하기로 했다. 아내가 화장실 불을 끄지 않아도 열받지 않기로 했다. 그러니 평화가 찾아왔다. 솔직히 아내도 억울할만했다. 10번 중에 9번은 잘 껐으니까. 가끔 한 번씩 불 끄는 걸 까먹는데, 그때마다 남편이 도끼눈을 뜨니 얼마나 억울했을까.
이젠 감사할 일 천지였다. 10번 중에 9번은 감사할 수 있었다. 불 꺼진 화장실을 볼 때마다 감사함이 몰려들었다. 그저 내 기대치만 낮췄을 뿐인데 마법이 찾아왔다.
며칠 전 친구와 밥을 먹었다. 부부 관계가 서먹해져 고민이라고 했다. 아내가 결혼 전과 너무 달라져서 속상하다고 했다. 뭐라고 위로해야 할까? 그때 이 책, <불변의 법칙>이 식탁 위에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냉큼 해당 페이지를 찾아 친구에게 보여줬다.
"행복을 위한 제1원칙: 기대치를 낮추세요"
친구야, 와이프 바꿀 생각하지 말고 기대치를 낮춰봐. 천국을 맛볼 거야. 아내가 달리 보일 거야. 건강하게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순간이 찾아올 거라니까?
뭐? 둘째 생겼다고?
사진: Unsplash의Kelly Sikke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