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카돈, <10배의 법칙>
"자기계발서 = 돈 내고 듣는 꼰대 잔소리"
이동진 영화평론가가 한 말이다. 박평식 씨와 영화 평론 씬에서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그 이동진 씨 말이다. 그는 영화도 보지만 책도 읽는다. 집에 있는 책만 다 합쳐도 무려 23,000권이 넘는단다. 심지어 중간에 여러 번 버렸는데도 이 정도라니 말 다했다.
이동진 씨는 과연 자기계발서를 읽어봤을까? 당연히 읽었을 것이다. 23,000권 중에 자기계발서 한 권이 없었을까? 책 23,000권 보유한 사람이 말했다. 자기계발서 읽는 건 돈 내고 꼰대 잔소리 듣는 거랑 비슷하다고.
나는 자기계발서를 꽤나 읽었다. 요즘도 많이 읽는다. 그래서 이동진 씨의 말이 거슬렸다. 내가 좋아하는 장르를 통째로 부정당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동진 씨를 좋아한다. 그가 책을 사랑하는 모습 자체를 존경한다. 그래서 이동진 씨가 왜 '자기계발서=꼰대 말'이라고 했는지 알 것 같다. 그건 자기계발서를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엄마형 자기계발서
-아빠형 자기계발서
양성평등 시대에 엄마아빠 구분을 나눠서 미안하다. '이성'과 '감성'이라고 이름 붙이려다가 참았다. 추상적인 말은 뒤로가기 버튼을 누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엄마'와 '아빠'라는 낱말을 택했다. 직관적이잖아?
엄마형 자기계발서는 따뜻하다. 잔소리를 나중에 한다. 그럼 초반엔 뭘 말하냐고? 공감이다. 독자가 서서히 마음을 열 수 있게 빌드업을 한 다는 뜻이다. 기승전결 곡선을 철저히 따른다. 그러면서도 중간중간 잔소리하는 걸 잊지 않는다.
아빠형 자기계발서는 차갑다. 초반부터 냅다 잔소리다. 저자가 에둘러 표현했지만 우리는 다 안다.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라는 것을. "너 그따위로 살 거야?", "당장 실행해!" 같은 거다. 아빠가 하는 말은 다 맞는 말이다. 매 맞는 말이라서 그렇지.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이 문제는 고대 수메르인들도 풀기 힘들었을 것이다. 2024년을 사는 우리도 당연히 어렵다.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엄마형 자기계발서가 좋아? 아빠형 자기계발서가 좋아?"
마찬가지다. 자기계발서도 취향이 나뉜다. 누군가는 엄마의 따뜻함을 좋아할 거고, 다른 누군가는 아빠의 차가움을 좋아할 거다. 내가 여태까지 읽은 책을 기준으로 엄마형 vs 아빠형 예시를 나눠보겠다.
[엄마형 자기계발서]
신의 시간술
쓰면 이뤄지는 기적의 만다라트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아빠형 자기계발서]
시크릿
해빙
퓨쳐셀프
엄마는 따뜻하다. 구체적인 방법을 가르쳐준다. 이유식은 어떻게 먹는지, 걸음마는 어떻게 떼는지, 양치질은 어떻게 하는지 자세히 알려준다. <신의 시간술> 같은 책이 그렇다. 하루 24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은지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 가르쳐준다. 떠먹여 준다는 뜻이다.
반면 아빠는 차갑다. 일단 해보라고 한다. 넘어지고 깨지면서 배우라고 한다. <시크릿>, <해빙>, <퓨처셀프>가 딱 그쪽이다. 뭔가 좋은 건 알겠는데, 책 다 읽고 나면 뭘 해야 될지 막막하다. 일단 무작정 열심히 살긴 하는데, 이게 맞나 싶다. 저자한테 물어보고 싶은데, 이미 저자는 저 멀리 가버렸다. 속된 말로 뜬구름 잡는 얘기 같다.
그럼 오늘의 책, 그랜드 카돈의 <10배의 법칙>은 어느 쪽일까? 엄마일까, 아빠일까? 나는 단연코 아빠형 자기계발서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새아빠에 가깝다.
책 첫 장부터 뚝배기가 깨진다. 저자가 욕만 안 했지 거의 사람 후드려 팬다. "10배 더 빡시게 해라. 그게 당신의 의무다.", "악플 받는 거 당연하다. 악플 받지 않는다는 건 네가 성공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멘트 하나하나가 모두 주옥같다.
다 맞는 말이다. 머리로는 알겠다. 그런데 가슴이 움직이지 않는다. 빌드업이 없어서 그런 걸까? 괜히 더 반발심만 생긴다. '네가 뭔데? 너 잘났어? 너 사업하는 사람이라고 했지? 근데 나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데? 그냥 페이퍼컴퍼니 아니야? 자기가 무슨 테슬라 창업주도 아니고.. 너 그런 말 할 자격 있어?' 불충한 생각이 스멀스멀 삐져나온다.
아빠한테는 미안하다. 솔직히 나는 엄마가 더 좋다. 일상생활에 당장 써먹을 수 있는 팁을 알고 싶다. 하지만 누군가는 아빠를 더 좋아할 것이다. 차갑지만 진한 동기 부여가 간절한 사람도 있을 거다. 이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그냥 취향 차이다.
금요일 퇴근 후 소파에 누웠는가? 리모컨으로 넷플릭스를 켰는가? 그런데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드는가? 다른 사람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잔소리를 듣고 싶은가? 그럼 이 책, <10배의 법칙>이 딱이다. 엄마의 등짝 스매싱보다 '10배' 더 매콤한 명언 퍼레이드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구매하시기 전, 도서관에서 빌려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시크릿>, <해빙>, <퓨처셀프>에 감동받으신 분이라면, 이 책도 충분히 감동받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