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진, <이동진 독서법>
우리 아버지는 고등학교 교사였다. 나는 초등학교 교사다. 그러므로 내 주위엔 교사가 많다. 내가 10년 넘게 일하며 느낀 단 하나의 진리는 바로 이것이다.
'월 300 연금이 사랍 잡는다.'
우리 아버지를 봐도, 퇴직한 선배님들을 봐도 원리는 같았다. 그놈의 '따박따박'이 사람을 잡더라. 왜냐고? 습관 때문이다.
현직에 있을 땐 늦잠을 잘 수 없다. 싫든 좋든 8시 30분까지 출근을 해야 한다. 점심식사도 거를 수 없다. 급식 지도도 근무시간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루, 일주일, 한 달을 돌리다 보면 일 년이 금방 지나간다. 강제로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퇴직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늦잠 자도 아무도 뭐라 안 한다. 점심밥 걸러도 누구도 잔소리하지 않는다. 밤새 술을 먹어도 다음 날 가르칠 학생이 없다. 그러므로 습관이 무너지기 십상이다.
월 300이라는 돈은 참 마법 같은 액수다. 내가 지금 군대경력 포함 13년차인데, 평달 월급이 저 만큼 들어온다. 물론 공무원연금, 건보료, 공제회 같은 거 다 떼고 받는 액수다. 아무튼 5살 짜리 유치원생도 키우고, 주택담보대출 이자도 갚아야 되는 내가 받는 월급과 퇴직자가 받는 연금이 비슷하다는 거다. 그런데 퇴직하신 분들은 보통 자식을 다 키우셨다. 주택담보대출도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월 300을 온전히 쓸 수 있다는 거다.
그래서, 일을 안 하시는 경우가 많다.
사람이 일을 안 하면 어떻게 될까? 마냥 행복할까? 나는 수 없이 많은 분들을 봤다. 진심으로 행복해 보이는 분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분도 많이 계셨다. 그걸 나누는 기준은 바로
[습관이 건강한가?] 였다.
근무를 할 땐 남이 습관을 만들어 준다. 8시 반까지 출근하기, 12시 되면 점심 먹기, 술 약속은 금요일이나 토요일 저녁에 잡기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런데 퇴직하면 이런 제약이 싹 사라진다. 이제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습관을 꾸려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그럼 퇴직한 분들이 많이 선택하는 습관에는 무엇이 있을까?
-파크골프
-가드닝
-여행
-도예
-봉사활동
그런데 이 모든 습관을 압도하는 단 하나의 습관이 있다. 그건 바로 '독서'와 '글쓰기'다.
책 읽고 글쓰기... 초등학생에게나 어울릴 것 같은 주제다. 하지만 이걸 퇴직자가 한다면? 엄청난 파괴력이 있다. 퇴직자는 경험이 많이 때문이다. 본인 자체가 걸어다니는 도서관이라고 보면 된다. 게다가 부상 위험도 없다. 앉아서 키보드 두들기는 건 허리 건강만 받쳐주면 문제 없다. 심지어 비용도 저렴하다. 노트북과 와이파이만 있으면 몇 시간 순삭이다.
이 책, <이동진 독서법>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빨간 안경을 쓴 영화 평론가로도 유명한 이동진 작가는 말한다. 가장 고차원적인 습관이 독서라고. 독서를 1년에 몇 번만 하면 그건 쾌락이란다. 반면에 매일 조금씩이라도 책을 읽으면 그건 습관이란다. 습관이 쌓이면 행복이 찾아온다나.
습관이 좋은 사람은 건강하다. 육체 건강은 운동으로 지키면 된다. 정신 건강은 독서와 글쓰기로 지키면 되고. 이 둘을 꾸준히 돌리면 행복이 자주 찾아온다. 여기서 중요한 건 '꾸준히'다. 행복은 강도보다 빈도가 중요하니까.
나는 퇴직하면 건강하게 살고 싶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준비해 놓아야 한다. 독서와 글쓰기로 빌드업을 해야 한다. 지금 쓰는 이 글도 퇴직을 위한 밑밥이다.
만약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면? 이 책 <이동진 독서법> 후반부에 나오는 추천 도서를 읽어보자. 저자는 무려 800권이 넘는 책을 추천했다. 23,000권 넘게 책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 추천한 책이니 믿고 집어들어도 좋을 것이다.
그럼, 건강하게 퇴직하러 출발!
사진: Unsplash의Harli Mart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