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라고 해봤자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이지만, 쓸 말이 없어 이성복의 <다시 봄이 왔다>를 베껴 써봤다. ‘기다리던 것이 오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처음 이 문장을 읽었을 때는 쓸쓸했다. 그래, 내가 기다리는 것은 내게 오지 않을 거야. 누군들 그렇구나, 하고 슬픔과 체념의 연대에 동참. 허나 오늘은 문장을 살짝 뒤집어,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기다리는 마음에 대해 생각해본다. 어쩌면 오지 않아도 괜찮을 마음에 대해 생각해본다. 하지만 사람이 그토록 강할 수는 없어. 오지 않아도 괜찮아, 나는 기다림으로 네게 다가갈 테니까? 유치할 만큼 낭만적이고 내가 원하는 것이 바로 최고의 유치함. 줄기차게 기다리는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