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질함의 미학 토이의 <좋은 사람>

소심해서 공감가는 짝사랑 갬성

by 낯선 방문객

"니가 웃으면 나도 좋아, 넌 장난이라 해도" 2001년 발매된 토이 3집 타이틀곡 <좋은 사람>의 후렴구이자 가장 유명한 부분이다. <좋은 사람>이 발매됐을 당시, 중학생이었던 필자는 경쾌한 멜로디에 마음을 뺏겨 이 노래를 수도 없이 들었다.


그땐 제법 신나는 멜로디와 다른 반전 가사를 캐치하지 못했다. 그러다 20대가 됐을 무렵, 뭐 때문에 네가 웃으면 나도 좋을까라는 궁금증이 문득 뇌리를 스쳤다. "오늘은 무슨 일 는 거니"부터 시작해서 "그대 먼 곳만 보네요", "혹시 넌 그 날 내 맘을 알까" 등 딱 봐도 소심해 보이는 복학생 오빠의 구구절절한 짝사랑 내용이 담겨있었다.


가장 가관인 구절은 "우리를 아는 친구 모두 모인 밤, 술 취한 널 데리러 온 그를 내게 인사시켰던 나의 생일날" 이후 바로 나오는 경쾌함이 최고조로 올라가는 클라이맥스 후렴구다. 이토록 밝은 멜로디 속 슬픈 가사라니, 멜로디 때문에 찌질함이 더 배가돼 노래 속 화자가 안쓰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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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 상대, 어쩌면 화자 고백 기다렸을 지도

전지적 짝사랑 미학이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널 울리는 사람과 위로밖에 못하는 나"다. 짝사랑의 미학이라고 표현했지만, 과연 진짜 아름다움일까. 좋아하는 사람의 눈물을 보면서 위로밖에 못하는 화자의 사랑은 배려를 넘어선 답답함을 금치 못하는 대목이다.


<좋은 사람> 서사를 봤을 때, 화자와 그의 짝사랑 상대는 친분이 두터움을 유추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화자 자신의 마음을 조금 표현했다면 상대방과의 관계 변화가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그 예가 "고마워 오빤 너무 좋은 사람이야"라는 구절로, 일말의 호감이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화자는 눈치채지 못한 채 "널 바라보는 그게 내가 가진 몫인 것만 같아"라며 짝사랑 ing를 암시한다. 아니, 남친 때문에 눈물 보이는 짝사랑녀에게 위로밖에 못 하다니, 조금 더 표현하고 호감을 내비쳤어야지라고 안타까웠다. 하지만 이 곡이 명곡이 된 이유는 이 같은 우물쭈물함에 공감하는 이들이 많아서 그런 것 아닐까. 찌질함과 눈치 제로가 아닌, 짝사랑녀에게 위로밖에 못하는 순수함이 귀여웠기에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여전히 지금 이 시간에도 짝사랑녀의 카톡창을 켜놓고 어떤 말로 대화를 이어나가야 할지 혹은 어떤 말로 마무리해야 할지 고민하는 '좋은사람'이 있기 때문에 <좋은사람>을 듣는 리스너들은 꾸준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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