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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일웅 Apr 11. 2023

제 분수도 모르고 살았다

연잎을 배우고 계영배를 실천하는 법


탄탈로스라고 하는 제우스의 아들이 있었다.

소아시아의 폭군 꼴통이었다.

신들을 초청하여 속임수로 인육을 먹게 했는데

그 벌로 기갈지옥 가게 된다.

기갈지옥이란 방에 갇혀 몸이 꽁꽁 묶인 채로

물 한 잔 마시지 못하며

온종일 굶주림을 겪어야 하는 곳이다.


물이 점점 차오르다 입까지 와

마실 수 있겠다 싶으면 물이 빠져 버리고,

머리 위에는 나무열매가 탐스럽게 있으나

손을 뻗으면 나뭇가지가 위로 올라가

평생 기갈을 겪는 지옥이다.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못 먹고 굶는 고통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뭐 하나 먹지도 못하는데 지옥맛은 제대로겠다.


이 탄탈로스의 이야기에서 유래한 듯

탄탈로스의 접시라는 화학기구가 있다.

이 기구는 차면 기우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우리 선조들은 이러한 ‘차면 기우는 원리’를

분(分)을 지키는 상징으로 여겼는데 

그 상징물로 계영배라는 것이 있었다.     

계영배란 술이 일정한 한도에 차오르면

새어나가도록 만든 다.

‘넘침을 경계하는 잔’이라는 뜻 계영배는

인간의 끝없는 욕심을 경계하고

분(分)을 지키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다.   


법정스 남기신 글에서

계영배를 실천하는 듯한 연잎을 볼 수 있었다.


연잎의 지혜     

빗방울이 연잎에 고이면

연잎은 한동안 물방울의 유동으로 일렁이다

어느 만 큼 고이면

수정처럼 투명한 물을 미련 없이 쏟아 버린다.     

그 물이 아래 연잎에 떨어지면

거기에서 또 일렁이다가

도르르 연못으로 비워 버린다.     

이런 광경을 무심히 지켜보면서

연잎은 자신이 감당할 만한 무게만을 싣고 있다가

그 이상이 되면 비워 버리는구나 하고

그 지혜에 감탄했었다.     

그렇지 않고 욕심대로 받아들이면

마침내 잎이 찢기거나 줄기가 꺾이고 말 것이다.

세상사는 이치도 이와 마찬 가지다.     

-법정-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받아들이고

욕심을 부리지 않는

연잎의 지혜를 배워 계영배를 실천해야 한다.


그런데..


난 이걸 잘 못 이해하고 살았다.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이 많이 남았는데도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내가 가진 그리고 가질 능력에 맞지 않게 살아

분(分)을 지키지 못했다.


제 분수도 모르고

한참 못 미칠 쯤에서 이내 만족해 버렸다.


더 좋은 곳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오면

내가 그 정도는 되는구나 하

제의가 온 것 만족했고,

나를 좋아하는 여자가 금수저면

내게 과분하다며 지레 밀어냈다.


스스로 세상을 기갈지옥으로 만들었다.

눈앞에 적당히 익은 열매에 만족하고

머리 위 잘 익은 열매에는 손을 뻗지 않았다.

차기도 전에 스스로 기울여 더 취하지 않았다.

바라는 마음도 담을 그릇도 크지만

막상 주어지려 할 땐 분수도 모르 

더 가 것을 주저했다.

가질 수 있는데 가지지 으면서

굶주림을 호소했다.


분수란 제 신분에 맞는 한도인데,

한도 미달로서 내 분수를 지키지 못했다.


상자에 갇힌 벼룩처럼

상자 안에서의  최대치에 만족했다.

상자 안은 내 분수에 맞지 않데.


연잎의 지혜는

감당할 수 있을 때까지는 받아들이는 거다.

계영배의 실천은

넘치려고 할 때 경계하는 것이다.


분수에 맞게

가질 수 있을 만큼 가지고

누릴 수 있을 만큼 누려도 되는데


분수에 맞지 않게

가질 수 있는 것을 감당할 수 없는 것으로 취급했다.

넘치려면 한 참 모자랄 때부터 경계했다.


그동안 잘 살지 못한다 던 건

분수에 맞지 않게 살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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