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까지
개선 제안 사례 5개를 제출해야 하는데
뭘 쓰지? 어떻게 쓰지?라는 걱정을 하다가
돌연, 기가 막힌 개선 제안 사례를
겁나 잘 쓰면 어떡하지?
라고 장난 삼아 생각해 보니
매력적인 걱정도 있었다.
그래서 해봤다.
좋은 일에 대한 걱정.
짜증 나는 상황인데
너그러워지면 어떡하지?
긴박한 상황인데
침착하게 잘하면 어떡하지?
시간이 촉박한 상황인데
절정으로 몰입해 시간 내에
잘 해결하면 어떡하지?
할 일이 산더미인데
기분 좋게 차근차근하다가
의욕이 막 솟아나 다 해버리면 어떡하지?
기대한 것보다 실망스러운 결과인데
더 노력해 보자고 다짐하면 어떡하지?
유튜브 보고 싶은데
책 보고 있으면 어떡하지?
우울한 상황인데
긍정의 기운이 솟아나면 어떡하지?
지금은 글이 개떡 같은데
열심히 수련해서
졸라 잘 쓰면 어떡하지?
꼴 보기 싫은 사람인데
그냥 귀여워 보이면 어떡하지?
귀찮고 하기 싫은 일인데
적극적으로 즐겁게 해 버리면 어떡하지?
남이 잘되면 원래는 배 아팠는데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싶어지면 어떡하지?
사는 게 온통 걱정 투성인데
하는 일마다 잘 되면 어떡하지?
걱정이 자꾸 앞서는데
기분이 좋아지는 걸 어떡하지?
좋지 않은 일을 걱정할 때와
좋은 일을 걱정할 때가
말하고 생각하는 모양새는 비슷한데
기분은 영 딴판이었다.
좋은 일을 걱정하다 보니
일단 재밌다.
재밌으니까 뭘 걱정하든 기분이 좋다.
이 기분이 결정타다.
일상을 은근히 바꾸려 든다.
걱정하는 일은 실제로 일어난다는데
걱정하는 대로 다 되면 어떡하지?
라는 걱정에까지 이르러
걱정이 이만저만인 게 아니다.
앞으로 내 하루하루가 정말 걱정스러워
기분이 좋다.
걱정하는 일이 또
머릿속에 상상하듯 떠오른다.
상상이 진짜 현실이 되면 어떡하지?
오늘은 쉬는 날인데
하필 집에 막창도 있고
백소라도 있고 가리비도 있어
막걸리 한 잔 마시고 싶은데 어떡하지?
걱정되니까
그냥 마셔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