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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일웅 Apr 07. 2023

좋은 일에 대한 걱정

잘 되면 어떡하지?


내일까지 

개선 제안 사례 5개를 제출해야 하는데

뭘 쓰지? 어떻게 쓰지?라는 걱정을 하다가


돌연, 기가 막힌 개선 제안 사례를

겁나 잘 쓰면 어떡하지?

라고 장난 삼아 생각해 보니

매력적인 걱정도 있었다.


그래서 해봤다.

좋은 일에 대한 걱정.


짜증 나는 상황인데

너그러워지면 어떡하지?


긴박한 상황인데

침착하게 잘하면 어떡하지?


시간이 촉박한 상황인데

절정으로 몰입해 시간 내에

잘 해결하면 어떡하지?


할 일이 산더미인데

기분 좋게 차근차근하다가

의욕이 막 솟아나 다 해버리면 어떡하지?


기대한 것보다 실망스러운 결과인데

더 노력해 보자고 다짐하면 어떡하지?


유튜브 보고 싶은데

책 보고 있으면 어떡하지?


우울한 상황인데

긍정의 기운이 솟아나면 어떡하지?


지금은 글이 개떡 같은데

열심히 련해서

졸라 잘 쓰면 어떡하지?


꼴 보기 싫은 사람인데

그냥 귀여워 보이면 어떡하지?


귀찮고 하기 싫은 일인데

적극적으로 즐겁게 해 버리면 어떡하지?


남이 잘되면 원래는 배 아팠는데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싶어지면 어떡하지?


사는 게 온통 걱정 투성인데

하는 일마다 잘 되면 어떡하지?


걱정이 자꾸 앞서는데

기분이 좋아지는 걸 어떡하지?


좋지 않은 일을 걱정할 때와

좋은 일을 걱정할 때가

말하고 생각하는 모양새는 비슷한데

기분은 영 딴판이었다.


좋은 일을 걱정하다 보니

일단 재밌다.

재밌으니까 뭘 걱정하든 기분이 좋다.


이 기분이 결정타다.

일상을 은근히 려 든다.


걱정하는 일은 실제로 일어난다는데

걱정하는 대로 다 되면 어떡하지?

라는 걱정에까지 이르러

걱정이 이만저만인 게 아니다.


앞으로 내 하루하루가 정말 걱정스러워

기분이 좋다.


걱정하는 일이 

머릿속에 상상하듯 떠오른다.

상상이 진짜 현실이 되면 어떡하지?




오늘은 쉬는 날인데

하필 집에 막창도 있고

백소라도 있고 가리비도 있어

막걸리 한 잔 마시고 싶은데 어떡하지?

걱정되니까

그냥 마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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