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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일웅 Mar 01. 2023

내일 있었던 일

상상력이 행동력이 되면 현실이 된다


가끔 '내일 있었던 일'을 쓴다.

내일 있었던 일을 쓰기 시작한 건

5년쯤 전부터였다.


금요일마다 서는 장터에 갔을 때다. 

시끌벅적한 장터 옆에

 도서관이 하나 있었다.

장을 한 바퀴 둘러보고 들어가 봤다.

자료실 꽤 넓었다. 도서관이 원래 조용하긴 하지만

너무 심하게 조용한 곳이었다.

원래 이렇게 극도로 조용했던가?

신경 써서 숨 쉬지 않으면

그 소리도 들통나듯 주목될 것 같은 고요함이었다.

바닥은 뭔 일이 있었는지 아니면

뭔 일이 나려고 하는지

걸을 때바다 삐하는 소리가 났다.

너무 조용해서 시끄러운 도서관이었다.

나의 동선을 노출시키는 바닥의 삐이직이 부담스러웠다.

돌아다니지 말고 죽치고 앉아 닥치고 책만 보라는

도서관의 의도적 장치인가 싶었다.

얼른 자리 잡고 앉아 책을 보던가 아니면 나가라는 게

바닥이 삐이직 거리는 의도라 여기고

불편한 고요함을 탈출하기로 했다.


자료실을 나오며 머문 마지막 시선에서

책 한 권이 또렷하게 보였다.

책 제목도 예사롭지 않았다. '미래기억'

미래를 정말 기억할 수 있는 건가? 하는 호기심이 들었지만 

나중에 읽어봐야지 하다가 잊어버리고 있었다.




'미래기억'을 읽은 건  한 달 전 정도의 최근이다.

과연 내가 쓰는 '내일 있었던 일'이랑 비슷한 내용일까 궁금했다.

책은 절판된 상태였지만 중고책을 구할 수 있었다.

두꺼운 내지를 썼는데도 두께가 얇았다.


'미래기억' 나의 '내일 있었던 일'

비슷한 듯 달랐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하게

내용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책 얘기는 조금 뒤에 하고

우선 '내일 있었던 일'부터 얘기해 보겠다.


내가 말하는 '내일 있었던 일'

미래에 하고 싶은 행동을 과거형으로 적고

적은 내용을 마치 있었 일을 기억하듯 떠올 보는 것이다.


"나는 내일 생각 보다 일찍 일어났다.

일찍 일어나니 하루가 길어진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일찍 일어난 김에 등산을 갔다. 한적한 산길을 걸으니 기분이 좋았었다.

등산을 마치고 집에 와서 샤워를 한 후 서점에 갔다.

읽고 싶은 책을 한 권 사서 기분 좋게 집에 돌아와 책을 유익하게 읽었다."


이런 식으로 내일 일을 과거형으로 적고

적은 내용을 기억하듯 떠올려보고 나면

실제로 다음 날 그대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나태해지거나

꼭 해야 할 일을 미루고 싶지 않을 때

내일 있었던 일을 쓰고

내일 있었던 일을 기억하는 느낌으로 상상한다.


나에게 '내일 있었던 일'을 적고

기억하듯 상상하는 건  그 자체가 재밌는 일이다.

재밌다는 마음으로 내일 할 일을 기억하듯 상상해 보면

그 기억의 장면에 '재미'라는 긍정적인 기운이 투여되고, 

그 장면 속의 일은 재밌는 일로 무의식에 저장된다.

그래서 다음날 그 일을 하려고 할 때

무의식적으로 재밌다 느껴져

그 일을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 있게 한다.

라는 게 나의 생각이다. 근거는 없다.

근거는 모르겠지만 효과는 본다.




'미래기억'은

지금 하는 일이 미래에 가져다 줄 결과를

상상하는 것이다.

저자는 미래기억을 힘들게 노력하지 않고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이라고 소개한다.

여기서 힘들게 노력하지 않고.라는 건

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는 의미다.

하기 싫지만 해야 하는 일에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해서

하고 싶은 감정이 생기게 하라는 것이다. 그러면 행동이 쉬어진다고.

청소를 해야 하는데 자꾸 미루게 되는 건

청소는 귀찮은 일이라고 스스로 의미 부여했기 때문이라 한다.

그래서 미래기억을 통한 의미부여로

하고 싶은 감정이 생기도록 하면

힘들게 노력하지 않고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것이다.

감정이 행동의 원동력이라 주장한다.

또한 목표를 세우는 이유는

지금 어떤 행동을 하면 좋을지 명확하게 하기 위함이며,

목표를 정하는 건 미래가 아닌

지금 현재를 바꾸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원하는 목표를 정한다는 건 지금 당장 해야 할 우선순위의 일을

정하고 실행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미래기억''내일 있었던 일'의 큰 공통점은 상상이다.

우리 눈에 보이는 걸 뇌는 직접 보지 못한다.

뇌는 눈을 통한 전기자극의

신호를 해석할 뿐이라고 한다.

보는 게 아니라 신호를 해석하는 것이다.

그래서 실제 수술은 하지 않으면서 수술하는 척

전기자극만 주어도 수술의 효과를 본다고 한다.


뇌는 이런 특성 때문에 상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걸까?

상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상상만으로도 감정의 변화가 생기는 게 아닐까 생각된다.


뇌가 상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건 엄청난 힌트다.

상상으로 현실이 아닌 것을 현실인 것처럼 뇌를 속여

현실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말이다. 이건 써먹어야 한다.

이게 바로 머리를 잘 쓰는 일이 아닐까.


생생하게 상상하면 현실이 된다. (꿈꾸는 다락방)

이미 이루어진 것처럼 상상하면 현실이 된다. (네빌링)


이런 내용들이 괜히 나온 게 아니구나 생각했다.

단, 그냥 상상만 하면 현실이 되는 게 아니라

상상의 힘을 이용하여 행동을 이끌어 내야 한다.


행동을 상상하면 현실이 된다.

행동이 즐거워지는 상상은 현실이 된다.

행동하고 싶을때까지 상상하면 현실이 된다.

상상력이 행동력이 되면 현실이 된다.


상상의 힘은 써먹어 볼 필요가 있겠다.

역시 사람은 머리를 써야 하나보다.



'내일 있었던 일'이 나만이 워딩이길 바랐는데

2019년도에 누군가 사용했었다.

한국예술종합대학교 건축과 종합전시회

포스터의 테마가 '내일 있었던 일'이었다.

어떤 의미로 썼는지 알 수 없지만,

나 말고 누군가 저런 표현을 했다는 게

아까우면서도 반가웠다.

모르긴 몰라도 훌륭한 사람이다.

시기적으로 봤을 때 내가 먼저 쓴 워딩이다.

네이버 검색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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