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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인모 & 루체른 페스티벌 스트링스

예술 노마드의 향유 #08

by 딸리아

현의 미학이라는 용어가 주는 정서, 바이브가 무엇인지 알 것 같다. 끝없는 동요 속에서 한 줄기 빛을 향해 치닫는 몸짓 속에서 갈망과 함께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 순간의 ‘아름다움’을 느낀다.

2024. 3. 8

루체른 페스티벌 스트링스


제1바이올린이 무대감독인가. 좀 더 과장된 몸짓 속에서 서로의 소리를 찾아가는 듯 했다.

인터미션 후 제1바이올린이 무대감독임을 알게 되었다. 그는 자기 자리에서 손을 들어 어느 악기를 가리키기도 전체를 지휘하기도 했다. 지휘자이면서 무대감독을 겸하고 있다.


가운데 자리잡은 넉 대의 첼로와 왼쪽 뒤의 콘트라베이스 두 대, 그리고 오른쪽 뒤의 팀파니는 전체의 분위기를 그리기도 중심을 잡아주기도 하였다. 오늘 알게 된 사실 중 하나, 팀파니는 음 조율이 가능하단다. 그래서인가, 몇 대 되지 않는 악기들 속에서 웅장하게 때론 소곤대며 전체 분위기를 끌어갈 수 있었던 거였다^^


Prokofiev Symphony No. 1 in D major Op. 25 <Symphonie classique>

프로코피예프, 교향곡 제1번 D장조, Op. 25 ‘고전적’


초반 이 곡은 봄을 연상케 했다. 밝은 기운과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귀로 들리는 소리가 온몸으로 전해지며 양쪽 어깨를 포근하게 감싸 안았다. 봄이 아니더라도 막내의 가벼운 들뜸이 아니라 둘째의 진중한 새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Vieuxtemps Violin Concerto No. 5 in a minor Op. 37

비외탕, 바이올린 협주곡 제5번 a단조, Op. 37


동트는 새벽녘 저 멀리 붉은 기가 짙게 깔리고 어느새 자리잡은 해가 쏘옥 떠오름이 아니라, 어둠 속 어느 별이 휘익 지나가고 그의 여운이 남는다. 혹은 구름 속 빛이 자기 존재를 확연히 내보인 후 다시 젖어들 듯이 사라진다.


Mozart Symphony No. 41 in C Major <Jupiter>

모차르트, 교향곡 제41번 C장조, K. 551 ‘주피터’


2악장이 끝나고 나도 모르게 절로 손뼉을 쳤다. 평소라면 악장 중간의 박수는 무례함, 비매너로 창피했을 텐데 그런 기분이 들지 않을 정도로 잠깐의 몇몇 박수는 당연한 순간이었다. 4악장 모두 연주되었을 때 비로소 모두의 박수를 받으며 끝날락 말락 하는 순간들의 종지부를 끊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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