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이린 Jul 15. 2023

까미노 길에 오르다.

리스본, 포르투갈로.

엄마와 5월 말부터 2주간의 여행을 마쳤다. 엄마는 오스트리아 비엔나 공항으로 출국을 할 예정이었는데 7월 중순까지 한 달간의 시간이 비어서 뭘 할까 고민을 했다. 까미노길을 갈 것인가, 이집트 다이빙을 갈 것인가?


둘의 비용은 비슷했는데 까미노는 한 달 가까이 걸리는 여정이었고, 이집트는 일주일 정도였다. 내가 앞으로 일을 하게 되면 까미노는 오기기 힘든 것이었고 다이빙은 그렇지 않아서 까미노길에 오르기로 결심했다. 그리곤 엄마가 비엔나에서 출국하는 그 다음날 비엔나에서 리스본을 향하는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나는 왜 까미노길에 오르려고 했는가?

최근 회의감이 드는 오스트리아 생활. 

7년 가까이 살아왔고 심지어 올해 3월엔 10년짜리 영주권까지 받아 비자걱정도 없지만 모든 게 지긋지긋해져 버렸다. 20대 땐 싫으면 중이 떠난단 마음으로 쉽게 다른 나라로 가곤 했는데 30대엔 그래도 정착해야 된다는 내 생각이 아닌 사회에서 주입된 사고가 나를 정착하게 만들었지만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까미노길을 가자고 결심한 건 그 길이 나에게 어떤 해답을 줄 것 같은 기대심보단 당장 물리적으로 내가 있는 이곳에서 벗어나고자 함이었다. 책을 읽거나 뭐라도 하려고 하면 넷플릭스와 유튜브에 빠져 헤어 나오질 못했다. 이 나라, 이 도시, 환경, 집. 그 모든 것으로부터 멀어져야겠다고 생각해서 결정한 것이 까미노였다. 이왕이면 길게, 저렴하게 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