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에서 픽업당하다(?).
오스트리아남자 싫다고 한국 왔는데 더 많이 만나는 거 실화입니까.
목도리를 받으러 간 유니폼 센터는 오후 6시까지 여는데 오스트리안들 택시 태워 다 보내고 나니 5시 20분이었다. 전속력으로 달려서 유니폼을 챙기고 그다음엔 굿즈샵으로 갔다. 강원 2024 청소년동계올림픽의 마스코트는 뭉초다. 수호랑 반다비도 귀엽지만 뭉초도 너무 귀엽다. 뭉초는 눈 뭉치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파리 2024 올림픽 캐릭터보고 깜짝 놀랐다. 우리나라가 이런 건 참 잘 만든다고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수호랑이랑 반달곰도 아직 너무 귀엽더라. 근데 굿즈는 여러 가지 많았지만 내가 산 건 뭉초 키링 미니사이즈 하나랑 바이애슬론 자석 하나를 샀다. 가격이 꽤나 나가는 편이다.
굿즈까지 해결하고 나니 내가 강릉에 온 궁극의 목표: 올리브영을 찾으러 가야 했다. 횡계는 올리브영이 없다. 생길 만도 한데.. 생각해 보면 대관령에서 가장 가까운 시내고, 주변에 알펜시아, 용평 리조트, 양떼목장 등이 있어서 장사가 안될 것 같진 않다. 원래 내가 올림픽전에 묵은 시내 쪽으로 가려고 했는데 (홈플러스 있는 곳) 거기 가는 버스가 언제 올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춥지 않으면 그냥 기다리겠으나 버스정류장에 히터도 없고 너무 추워서 차선책의 루트를 탔다.
근데 버스가 이상한 방향으로 가길래 맵을 보니, 빨리 오는 버스는 엄청 돌아가는 버스였던 것.. 그래서 바로 그 자리에서 하차버튼 누르고 내렸는데 너무 아무것도 없는 곳에 내려버렸다. 설상가상으로 택시를 타려고 해도 택시도 콜을 안 받는 상황.. 어쩌나 하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하고 외치는 거 아닌가.
뭐지 하고 보니까 내가 유니폼 입고 아무것도 없는데 서있으니까 같은 올림픽 일 하시는 분이 말을 거셨다. 차를 타고 가시는 중이었는데 당연히 난 처음 보는 사람이 말을 거니 경계를 확 했다가, 그 모습이 보였는지 AD카드 (올림픽 관련된 사람들이 받는 카드)를 보여주시면서 '우리도 올림픽에서 일해요~' 하시면서 가는 길이면 태워다 주겠다고 하셨다. *조수석에 한 분 더 계셨다.
사실 올림픽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아니었으면 경계태세에 돌입했을 텐데 AD카드가 있으니까 바로 신뢰할 수 있는 신기한 경험이었고 감사하게 얻어 탔다. 강릉분들이신지 강릉도 잘 알고 계시고, 예전에 해외 왔다 갔다 하는 일을 하셨다고 하면서 독일어도 기초를 하셨는데 발음이 예사롭지 않았다. 알고 보니 수송에서 일하고 계셨는데 올림픽 수송루트를 다 짜신 분이라고 하셔서 깜짝 놀랐다. 여기서 수송이란 우리가 생각하는 물자 나르는 수송도 있겠지만 사람도 나르는 그 수송의 뜻도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선수 포함 모든 올림픽 관계자들이 타고 다니는 버스 루트, 시간 등을 짜셨다는 뜻이었다.
결국 내가 원래 가려고 했던 곳 말고, 강릉의 교동, 신시가지라는 곳에 데려다주셨다. 첨에 올리브영과 맥도널드 얘길 했는데, 교동엔 맥날은 없지만 버거킹과 롯데리아가 있다고 하시면서 버거킹도 좋다고 해서 갈 수 있었다. 버거킹에서도 헤매는 스위스 애들을 구제해주기도 하고, 또 재빨리 먹었다. 버거킹 주변엔 선수촌도 있어서 외국 선수들이 엄청 많아서 더 기분이 들뜨는 느낌이었다. 이 일을 강릉에서 했으면 더 재밌겠구나 싶기도 했다.
올리브영에서 내 것도 내 것인데, 같이 일하는 분이 부탁한 것도 있으셔서 그것도 샀다. 올리브영에서 버거킹 가는 길에 보니 선수단도 많고, 셔틀도 많아서 다행히 돌아갈 땐 셔틀을 타고 올림픽 공원까지 가서, 그곳에서 다시 셔틀을 갈아타고 무사히 평창까지 올 수 있었다.
셔틀 갈아타고 다니기가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무사히 도착함에 감사한 하루였다. 수송에서 근무하신 분 감사합니다.
매일 용평리조트에서 학생들이 먹는, 3일마다 반복되는 식단을 먹다가 따뜻한 버거킹 햄버거를 먹으니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