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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rrot Jul 02. 2020

이방인을 환영해주는 나라

터키는 다시 가야 한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 전에 유럽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당시 나의 첫 유럽은 터키였다.


터키 공항에 도착하고 짐을 풀고 숙소 주변을 둘러보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당시 번화가에 숙소를 잡았기에 주변에 사람이 꽤 많았고, 5분만 걸으면 터키의 대표 유적지들을 돌아볼 수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다가 근처에서 옥수수를 파는 터키 아저씨를 보았다. 꽤 맛있는 냄새가 나서 동생과 하나씩 사 들고 분수가 잘 보이는 벤치로 이동했다. 동생과 함께 벤치에 나란히 앉아서 옥수수를 열심히 먹고 있는데 어떤 터키 남자 둘이 우리에게 다가와서 사진을 찍어달라는 뉘앙스를 풍겼다.


그들에게 알겠다며 사진기를 달라고 손을 내미니 그게 아니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것이다. 무슨 영문인가 싶어 빤히 바라보니 나와 동생 사이에 한 남자가 앉고 다른 남자가 우리 셋을 찍겠다는 것이다. 당시 겨울이고 외국인들이 별로 없던 시기라 옥수수를 먹고 있는 외국인이 신기했나 싶었다. (보통 외국에서 동양인과 함께 사진 찍자는 경우는 많이 없어서 그렇게 생각했다.) 


사진을 찍어주던 사람까지 함께 두 세장을 더 찍고 그들은 우리에게 안녕을 말했다.








동생과 둘이서 설마 우리를 찍겠다는 의미인 것은 짐작도 못했기에 그들이 가고 나서 서로 신기하다며 신나게 웃어젖혔다. 이런 신기한 경험도 하는구나 싶었다. 꼭 이방인인 우리를 터키가 반겨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옥수수를 다 먹고 나서 더 배가 고파졌다. 곧장 밥부터 먹어야겠다 싶어서 그 근방에서 맛있는 냄새가 솔솔 나고 사람 많은 가게를 발견하여, 바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동생이 테이블을 잡았고 내가 주문을 하기 위해 점원 아주머니에게 갔다. 터키 아주머니는 날 보자마자 ‘so cute’라며 엄마 미소로 반겨 주셨다. 인자한 얼굴의 점원 아주머니는 주문량보다 훨씬 많은 밥을 얹어주었다. 타국에서 받은 뜻밖의 친절에 너무 감사했다. 사람이 칭찬에 약하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밥을 맛있게 먹고 한껏 기분 좋아진 우리는 터키의 골목 상가로 진입했다. 길을 따라 걷다 눈에 띄는 우표와 여러 잡화를 판매하는 매장에 들어섰다. 물건을 둘러보다가 하나를 골라 집어 들어 계산하려는데 가게 주인아저씨가 잠깐 앉으라며 의자를 내어줬다. 그러더니 테이블 위에 찻잔을 꺼내 새빨간 차를 타서 우리에게 건네는 것이었다. 날도 추우니 잠깐 몸 좀 녹이는 것은 어떻겠냐며 웃으며 물어보시는데 그때의 그 감동이란. 

그때 확실히 알았다. 터키 사람들은 진심으로 우리를 환영하고 있었다. 






나는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나름 여러 나라를 다녔었다. 하지만 이토록 이방인에게 친절한 나라는 처음이었다. 특히 유럽권에서는 외국인을 있는 그대로 환영해주는 유일한 나라라고 여긴다. 다른 유럽 국가들은 외국인에게 큰 관심이 없을 뿐 아니라 어딜 가도 웃는 얼굴로 반겨주는 친근함은 없는 편이다. 하지만 터키 사람들은 이방인인 우리를 있는 그대로 환영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이런 사람들이 있는 나라라면 반드시 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터키 여행은 언제 가야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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