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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rrot Jul 11. 2020

가위눌린 적 있으신가요?

가위 벗어나는 법




나의 첫 가위는 초등학교 때 순천에서 살았던 아파트에서였다.


그날은 유독 비가 많이 오고 천둥 번개가 치는 날이었다. 평소와 같이 아무 생각 없이 잠에 들었었다. 당시 동생과 함께 방을 썼었고, 침대 옆 자리엔 항상 동생도 함께 자고 있었다. 그날도 둘이 잘 자다가 침대가 흔들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동생이 흔드는 줄 알고 옆자리의 동생을 툭툭 치며 ‘그만 흔들어~’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계속 침대를 흔들길래 ‘아이 진짜 그만 흔들라니까’하며 옆자리를 보는데 동생은 자신의 자리에서 잘 자고 있는 것이다.


내가 잘못 느낀 건가 싶어 다시 자리에 누웠고 잠을 청했다. 그러고 얼마 안 있어 다시 침대가 흔들렸다. 아무리 봐도 동생은 침대를 흔든 범인이 아니었다. 혹시 침대 밑에서 평소 다른 방에서 자던 막냇동생이 장난을 치나 싶어 침대 밑을 보려고 했다. 자리에서 천천히 움직여 침대 가로 가까이 가려고 최대한 소리 없이 움직이면서 침대 밑을 보려고 얼굴만 침대 밑을 향해 조금씩 내렸다.

그리고 침대 밑을 보고 나는 굳어버렸다.


막내 동생의 장난이 아니었다.

침대 밑 그곳에선 생전 처음 보는 여자가 나를 보고 입이 찢어져라 웃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나는 너무 놀랬지만 사람이 너무 놀라면 소리조차 나오지 않는다는 말이 어떤 것인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 여자가 내게 다가올까 봐 너무 무서워서 최대한 큰 움직임 없이 침대 위로 다시 올라가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눈을 감고 잠에 들길 간절히 바랐다.


다음 날 아침 침대 밑을 다시 보았을 때 거기엔 어젯밤의 여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도대체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두 번째 가위는 광주에서 살던 집에서였다.


밤에 잠을 자고 있는데 갑자기 온몸이 딱 굳어서 경직된 느낌이 들었다. 아 가위눌렸다 싶었다. 얼른 깨야지 싶은 마음에 발가락이고 손가락이고 움직이려고 애쓰고 있는데  방문 쪽에서 검은색의 물체가 보였다. 저게 뭐지 싶어서 자세히 보니 점점 커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 형체는 내 다리 쪽으로 다가오더니 침대에 앉는 것 같았다. 그리곤 나를 빤히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너무 소름 끼치고 무서워서 이 가위에서 깨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발버둥 쳤다. 나의 발버둥이 소용이 있었는지 결국 눈을 뜨고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온몸이 식은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으며 팔다리에 소름이 돋아 있었다. 시간은 새벽 두 시 정도밖에 안 되어 있어서 다시 잠에 들기 위해 누웠다.


그리고 눕자마자 곧바로 다시 가위에 눌렸다.

자리에 눕자마자 온 몸이 경직되어 움직여지지 않았고,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이 눈만 겨우 움직일 수 있었다. 눈 앞엔 아까 그 검은 형체가 내 몸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너무 무서워서 다시 온 힘을 다해 발버둥 치였는데 그 형체가 점점 내 얼굴 앞으로 다가왔다.





더 이상 보고 있으면 공포에 잠식될 것 같아 눈을 꽈악 감았다. 눈을 감자 시각적인 공포는 사라졌지만 내게 새로운 공포가 찾아왔다.




끝난 줄 알았지?





내 귀에 대고 말하는 그 소름 끼치는 목소리 때문에 나는 더 이상의 공포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져 이 가위에서 깨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여자 같은 그 목소리는 나를 비웃듯 웃음소리까지 들렸다. 겨우 손 발이 움직여졌을 때 침대에서 벌떡 몸을 일으켜 곧장 전등을 켰다. 가위에서 깨고 전등을 켜도 그 소름 끼치는 감각은 꽤 오래 나를 좀먹었다. 시간은 겨우 새벽 두 시 반이었다. 자리에 누운 지 십 분도 안돼서 가위에 눌리고 다시 일어난 것이다.


그날 잠은 다 잤다. 더 이상 그 침대 위에서 잠을 자긴 너무 무서운 나머지 그날 뒤로 항상 스탠드 조명을 켜고 잠에 든다.









요새는 가위에 잘 눌리지 않지만 또 눌리게 된다면 사력을 다한 발버둥이 무엇인지 보여줄 것이다.


여름밤엔 무서운 이야기가 빠질 수 없으니 즐겁게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평안한 밤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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