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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rrot Jun 19. 2020

아저씨, 가서 거울 좀 보세요!

껍데기는 가라, 훠이

퇴근 후에 블로그에서 이웃분들 글을 읽다가, 한 이웃 분이 떡볶이 사진을 올린 것을 보고 말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손가락은 떡볶이를 정신없이 터치하고 있었고, 머릿속에선 어떤 떡볶이를 먹을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결국 오늘 저녁은 떡볶이가 되었다.


떡이 쫀득쫀득하면서 빨갛고 달달한 떡볶이가 먹고 싶어 집 근처에 있는 신전떡볶이 매장으로 직진하려 했다. 하지만 버스에서 정류장에 내리자마자 보이는 음식점 창가에 떡 볶 이 세 글자가 적혀있는 것을 보고 자석처럼 끌리듯 가게의 문을 밀고 발을 들이밀었다. 떡볶이를 만들어 놓고 파는 것인지, 가게는 청결한 편인지 살피려고 들어가자마자 두리번거리는데, 방금 열고 들어왔던 문이 닫히는 반동으로 인해 팔뚝 한쪽을 퍽-, 한 대 맞았다.


아무리 두리번거려도 만들어져 있는 떡볶이는 보이지 않았다. 알고 보니 김밥천국처럼 주문받으면 바로 만들어주는 동네 음식점이었다. 그래도 가게가 깨끗한 데다, '온 김에 동네 떡볶이 맛도 한번 봐야지'라는 생각으로 떡볶이를 주문했다.


주문한 떡볶이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데 옆자리에 앉아있던 아주머니와 아저씨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고, 들으려는 생각은 없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리 유쾌한 이야기도 아닌 것을 어찌 저리 크게 이야기 하나 싶어 한쪽 이어폰을 빼고 들었다.


대화를 주로 이끌어가는 사람은 50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아저씨였다. 가게 직원 두 분과 아저씨와 한 테이블에 앉아있는 아주머니까지 넷이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내가 한참 음악을 듣다가 그들의 대화에 집중하게 된 건 이 말 때문이었다.

여자는 쌍꺼풀이 있어야 예쁘지.


?. 뭐 그렇게 생각할 수는 있다. 그런데 그 뒤의 말이 더 가관이었다.


"쌍꺼풀이 없으면 매력이 없어. 흐리멍덩해가지고 말이야~"


테이블을 치며, 아저씨! 가서 거울 좀 보세요! 하려다가 참았다. 같이 대화를 나누던 아주머니들이 나의 마음을 대변하듯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무슨 소리세요~ 쌍꺼풀이 없어야 사람이 우아해 보이고, 참해 보이는데!"

"맞아요. 쌍꺼풀이 있으면 어떻고, 또 없으면 어때."


맞다. 사실 쌍꺼풀이 있고 없고 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고작 눈두덩이 위에 접히는 부분이 있는가 없는가의 차이일 뿐이다. 그들의 대화를 듣다 보니 또 한 번 화를 돋우는 말이 오갔다.

우리 며느리는 살이 많이 쪄서 보기 좋지 않아~ 여자는 늘씬해야지.


가만히 듣다 보니 너무 기분이 나빴다. 그렇다고 그런 험한 말을 하는 못된 아저씨에게(나에게 그는 이제 그냥 아저씨가 아니다. 못된 아저씨다.) 다르게 생각할 만한 기회를 주고 싶지도 않아 떡볶이만 받아 가게를 나왔다.






그 아저씨는 사람을 겉모습만으로 판단하는 사람이었고, 자신의 눈으로 보는 게 전부인 양 말했다.

사람이 살이 찌면 못생긴 것인가? 눈이 작으면, 못난 것인가?


아니다. 그런 근시안을 가진 사람이라니, 참으로 안쓰럽다. 사람을 보는 눈이 없어도 너무 없으며, 좋은 사람의 진정한 매력을 알 가치도 없는 안타까운 사람이다.


여기, 나와 당신이 있다.

나는 살집이 있고, 키도 작으며, 주걱턱이다.

당신은 늘씬하고, 키도 크며, 계란형 얼굴이다.


그럼 나는 못난 사람이며, 당신은 잘난 사람이라 생각하는가?


아니다.


사람은 겉가죽으로 판단해선 안 된다. 우리의 눈에 보이는 것은 그 사람의 껍데기에 불과하다. 진정한 본질인 그 사람의 안에 깊숙이 박혀 보이지 않는 진정한 가치를 알려면, 대화를 나누어봐야 하고, 그 사람이 다른 사람을 대할 때 어떻게 행동하는지도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 또한 눈빛도 중요하다 생각한다.

진정 매력적인 사람은 대화를 나누어보면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한 자리에서 함께 대화를 나누는데 자신의 이야기에만 열을 올려 즐거워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타인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나와 다른 삶을 살아온 그 이를 이해해주려 진심으로 노력해주는 이가 있다.


전자는 주위에서 흔히 보이지만, 후자는 좀처럼 보기 힘들다. 아마 인생을 살면서 한 번 겨우 만날 수 있을까 말까 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조차 그런 이를 만난 것은 손에 꼽는다. 그래서 그런 매력적인 사람을 찾으려 굳이 노력하지 말고, 내가 직접 그런 매력적인 사람이 되고자 노력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껍데기는 가라, 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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