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지해주는 공동체에서 산다는 것
비싼 선물을 처음 받았다고 느낀 순간은 닌텐도를 손에 쥐었을 때였다. 학교가 끝나면 학원에 가기 전까지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뛰어놀았고, 학원에선 서로 누가 더 빨리 집에 갈 수 있는지 내기를 하듯 공부했다. 사실 나는 집에 얼른 돌아가고 싶은 맘은 그다지 없었다. 그렇게 빨리 집에 돌아간다고 해도 기다리고 있는 건 고요한 방뿐이었으니까. 그냥 학원에 있는 시간이 싫었기 때문에 그곳에서 최대한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다른 친구들은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총이나 검으로 사람이나 몬스터를 죽이는 게임을 하며 풀었다. 하지만 나는 무언가를 더 빨리, 혹은 많이 죽이는 게 별로 재미있지 않았다. 그런 게임은 마치 학원에 있으면서 내 시간을 파괴하는 것과 비슷하고 느껴져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닌텐도 안의 ‘동물의 숲’을 켰다. 나무에 열린 과일을 따서 나눠주고, 작은 선물을 주고받는 게임. 집 대출을 갚아야 하는 현실적인 설정도 있었지만, 물욕이 크지 않았던 나에게는 부담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동물 주민들과 나누는 짧은 대화가 하루를 지탱해주는 쉼터였다. 하루를 힘껏 버텨낸 저녁이면 늘 생각하곤 했다. “진짜 일상도 동물의 숲처럼, 그냥 평화롭게 살 수는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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