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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릭 Feb 24. 2023

왜 뉴질랜드로 정했어?

왜 뉴질랜드로 정했어?


내가 워킹홀리데이를 가게 됐다고 했을 때, 많이 받은 질문 중 하나다. 내가 예전부터 해외살이에 대한 꿈을 갖고 있던 것을 아는 사람도 놀라긴 했지만, 직장을 비롯해서 그런 내 꿈을 몰랐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더더욱 갑작스럽고 놀라는 반응이었다. 


"엥?? 뉴질랜드 간다고? 진짜?! 근데 왜 뉴질랜드야?"


그에 대한 내 답변은 사실 별거 없었다. 나한테 어느 나라를 가는지는 크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독자 중에 워홀을 가고 싶어 하는 분들도 분명 있을 것 같다. 어느 나라로 갈지 정할 때, 주변 사람들의 조언도 중요하지만 자신만의 기준을 세워두면 좋겠다. 




일단, 나는 영어권 나라를 가고 싶었다. 영어는 전혀 못했지만, '영어'라는 언어를 좋아했고 잘하고 싶었다. 중학생 때는 EBS 프로그램 중에 <팝송으로 영어 배우기>를 보면서 열심히 따라 하고 흥얼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관심 있는 정도였고 객관적으로 나의 영어실력을 보면 여전히 영어는 왕초보 수준이었다. 외국인과 영어로 프리토킹하는 한국인을 보면 대단히 멋지고 부러웠다. 따지고 보면,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교 때까지 무려 16년 영어를 배워왔음에도 왕초보라는 게 놀라울 정도다.


그중에서 뉴질랜드로 정했던 건, 아마 지인들의 영향이 큰 것 같다. 나는 26살에 첫 직장에 들어갔을 때, 친한 친구는 그전에 아르바이트해서 모은 돈으로 뉴질랜드로 워홀을 떠났다. 나는 첫 직장에서 상사에게 깨지며 고군분투하고 있을 때, 유유자적하게 워홀 생활을 즐기는 친구가 무척 행복해 보였다. 그래서인지 뉴질랜드라는 나라가 여유롭고 평화롭게 느껴져서 가고 싶었다. 


또 아는 언니가 그곳에서 8년째 살고 있다. 영화 <반지의 제왕>을 좋아하는 그 언니는 성공한 덕후가 되겠다며 반지의 제왕 촬영지였던 뉴질랜드로 2주간 여행을 떠났는데, 아예 눌러앉게 된 것이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되어 도피하듯이 떠나기도 했다는데, 그곳에서 만난 남자와 결혼도 하여 벌써 아기도 5살이다. 언니에겐 뉴질랜드로 떠난 것이 인생의 전환점이었던 셈이다.




나도 뉴질랜드에서 보내는 시간이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으면 한다. 나의 첫 번째 전환점이 역류성 식도염으로 인해 보냈던 공백기였다면 이제 두 번째를 맞이할 차례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은 정해두진 않았다. 이제껏 한국에서만 살아왔으니, 일 년간 해외에서 이렇게 저렇게 부딪혀보면서 무언가 새로운 것을 얻어볼 수 있으리라고 기대해 본다. 그게 무엇이 될지 아직은 알 수없다. 아직 뜯어보지 않은 선물 상자엔 무엇이 담겨있을까.

사진: Unsplash의Patrick  Szyl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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