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기록지 2021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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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이 지나고 아침에 일어나 움직이는 데 어딘지 모르게 체력이 회복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가슴의 통증은 여전했지만 박동수가 상당히 안정되어 있었다. 그녀는 몸을 움직일 수 있을 듯 하자 지인이 최근에 CT를 찍었다는 꽤 잘 갖춰진 시설이 있다는 병원에 전화를 걸고 방문을 예약했다. 병원에 가기까지 이틀의 시간 동안 몸은 조금 더 가벼워졌다.
병원 방문날, 그녀는 혼자 병원으로 갔다. 남편도 컨디션이 많이 좋아져 보이는 그녀를 혼자 보냈는데, 의외로 검사와 상담에 오랜 시간이 걸리자 불과 며칠 전까지 기대와 바램을 갖지 않던 남편에게 그제야 서운함이 밀려왔다. 가족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힘들 때 서로 의지가 되어주지 않는다면 함께한다는 의미가 있는 것일까. 그녀는 과연 당사자에는 꺼내 놓을 수 있을까 알 수도 없는 생각들을 궁시렁 댔다. 어디인지 모를 중얼거림이 오히려 그녀에게 작은 생기를 불어넣어주었다. 하루종일 검사에 결과를 기다리느라 녹초가 된 몸을 끌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원인을 알 수 없지만 지금은 심장과 폐의 이상소견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집안을 들어서는데 그녀는 괜히 혼자서 망상의 쇼를 벌였던 것인가 민망한 마음이 들었다. 남편에게 이상무의 결과를 전하고 받은 ‘아무튼 아무데도 이상한데 없다는 거지?’라는 답에는 마치 스스로가 꾀병의 엄살쟁이가 된 것 같아 더욱 머쓱했다. 그렇게 집에 들어서서 아이들을 보는데, “엄마 어땠어요?” 묻는 아이들에게 괜스래 무뚝뚝하니 “괜찮대” 던지듯 말하곤 씻으러 들어가 버렸다. 뒤에서는 아이들이 “예에!!! 다행이다!!”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달 간의 시간이 마치 허망하게 아득한 과거 일처럼 느껴졌다. 과연 그녀의 고민은 무엇이었던가. 그녀는 물기 흐르는 머리카락을 수건으로 둘둘 말아 올리며 거실로 나왔다. 따뜻한 물에 쐬인 온기가 조금은 편안했다. 그렇게 소파에 걸터앉는데 작은 아이가 스르륵 다가와 그녀의 허리를 감으며 무릎을 베고 누웠다.
“엄마… 나는 혹시 내가 엄마 없는 아이, 그렇게 되는 건가 생각했어… 정말 다행이다… 엄마 사랑해요.”
따뜻한 눈물이 핑 돌아 올랐다. 그녀는 천천히 손을 들어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심장이 약간은 아리게 펄떡거리며 뛰고있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