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한 번쯤 누구나 그런 시간이 있지 않았을까마는 나는 사춘기 아이가 밖으로 방황하고 배회하다 때론 사라지기도 하여 불안이 높았다.
가장 불안이 높았던 순간은 새벽 2시 40분에서 3시경? 새벽 3시를 전후로 한 시간이다. 그것도 한 겨울밤.
그 시각이면 아이의 방황과 집안의 무질서에 대한 분노로 남편은 폭음을 하고 거실 소파 아래서 고꾸라지듯 잠이 들었다. 피 마르게 기다리던 아이도 제 방을 찾아들고. 남편의 코골이 소리가 온 집안을 울리면 시끄러운 듯 고요한 느낌의 그 밤이 나에게는 마침내 찾아온 평온의 시간이었다.
폭풍우 속 거센 파도처럼 모든 것을 삼킬 것만 같았던 불안. 너울거리는 불안에 압도당하다 질식해 버릴 것 같은 순간이 어둠 속으로 가라앉을 때.
비로소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르르 긴장이 풀리는 그때, 귀신의 시간이 열린다.
침대 속으로 몸이 꺼져버릴 듯한 느낌, 유난히 길게 늘어뜨려진 블라인드 줄, 안방 욕실인지 거실 욕실인지 모를 수돗물 똑똑 떨어지는 소리, 지구가 돌듯 방안이 점점 뒤집힐 듯한 어지러움, 행여나 몸이 일으켜지는 순간 내 몸이 어떤 행동을 하게 될지 모를 아득한 두려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