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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뚜 Feb 16. 2023

코로나도 우리 부부 사이를 갈라놓을 수는 없었다.

생각보다 더 무서운 아내

 프로 파일 데이터 검색 포털 인스파일러에 의하면 2023년 2월 14일 기준, 5백만 명 이상의 인구를 가진 국가 중 인구대비 코로나 확진 누적자 수의 비율은 전 세계 평균 8.37%라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100명 중 8명~9명은 코로나에 걸렸다는 얘기이다. 물론 조사 대상에서 제외된 국가나 코로나에 걸렸어도 신고하지 않은 사람들까지 감안한다면 그 수치는 더 늘어날 것이다. 불행하게도 이러한 통계 수치는 아직도 전염성이 강한 코로나가 창궐할 확률이 많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럼 코로나 선진국으로 불리던 우리나라의 실정은 어떨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전체 인구 51,784,059명 중 30,384,701명이 코로나에 감염되어 전체 인구 중 58.68%가 코로나 확진을 받은 상태이다. 이 얘기는 국민들 100명 중 60명 가까이 코로나 확진을 받았다는 얘기인데 이런 상황이다 보니 코로나에 걸리지 않은 나머지 40%의 인구는 마치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 취급을 받기도 했었다.


지난주까지 우리 부부도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되는 그 40%에 해당하는 사람이었다. 나도 아내도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사람이다 보니 매일 출, 퇴근하는 직장인들에 비해 사람을 대면할 일이 적었고 일의 특성상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으로 처리하는 일이 많아 일부러 약속을 정하지 않는 한 굳이 사람을 대면해서 만날 일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우리 집은 여느 집들에 비해 꽤나 안전한 장소였다.

그런데 청정지역이던 우리 집에도 드디어 코로나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사건은 지난주에 터졌다.


"보뚜... 나 계속 몸이 으슬으슬 춥고 머리가 아파."


외출해서 교육을 듣고 저녁에 돌아온 아내가 투정 부리듯 한 말이다. 날씨가 매서웠던 한겨울에도 멀쩡했던 사람이 갑자기 감기 증상을 보이니 걱정되는 마음에 나는 아내의 이마에 손을 가져다 댔다.


"어? 열나네? 많이 아파?"

"응. 몸살끼도 있는 것 같아."

"내일 오전에 병원 가봐. 주사 한방 맞으면 금방 괜찮아질 거야."

"응. 알았어."


나는 아내가 단순히 감기이겠거니 생각하고 병원에 가보라는 말로 대수롭지 않게 상황을 넘겼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일찍 동네 병원을 갔던 아내에게서 믿을 수 없는 소식이 전해져 왔다.


"보뚜......."

"왜?"

"나 코로나래."

"뭐? 코로나라고?"

"병원에서 일주일 동안 집에서 격리하라는데?"

"그....... 그래? 빨리 집에 와서 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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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한 아내의 코로나 확진 소식에 나는 조금 긴장이 됐다. 그리고 아내와 전화 통화를 한 이후부터 급작스럽게 내 몸에 이상증상이 느껴졌다.


'이상하네? 갑자기 왜 이렇게 춥지? 몸도 좀 쑤시는 것 같고?'


잠시 후 병원에 갔던 아내가 집으로 돌아왔고 평상시처럼 내 곁으로 다가와 말을 걸었다.

나는 그런 아내에게 화들짝 놀라며 몸을 움츠렸다.


"잠깐! 그냥 거기 서서 얘기해."

"뭐? 지금 나 코로나 걸렸다고 그러는 거야?"


아내는 서운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노려봤고 나는 어찌할 줄을 몰라서 말을 더듬었다.


"그....... 그게 아니라....... 병원에서 격리하라고 했다며?"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잖아? 사람 서운하게."

"이건 서운해할 문제가 아니야. 그러다가 나까지 코로나 걸리면 어쩔 거야?"

"그럼 할 수 없는 거지 뭐. 그리고 보뚜는 원래 밖에 잘 나가지도 않잖아?"

"헉. 그래서 나까지 코로나 걸리라고? 내가 코로나 걸려서 아파 누우면 밥은 누가 할 건데?"

"치이. 그깟 밥 가지고....... 배달시켜서 먹으면 되지?"

"너란 아인 정말....... 암튼 오늘부터 일주일 동안 철저하게 격리시킬 테니까 나한테 서운하다고 하지 마."


아내는 내 말이 서운했는지 그때부터 방으로 들어가서 온종일 나오지도 않고 나랑 마주치려고 하지도 않았다. 나는 그런 아내가 조금씩 걱정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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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똑)


"보뚜. 약 먹으려면 밥을 좀 먹어야 되지 않을까?"

"안 먹어. 그냥 이렇게 있다가 죽을 거야."

"그러지 말고 나와서 밥 먹어. 그래야 코로나도 빨리 낫지."

"나 혼자 밥 먹기 싫단 말이야."

"그럼 반찬 각자 덜어서 식탁에서 같이 먹을까?"

"그래!"


마음이 약한 나는 끝내 아내의 투정을 받아주고야 말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나의 결정적 실수였던 것 같다. 아내와 함께 밥을 먹고 난 다음 날부터 나는 편도가 아파오고 몸에 미열이 나기 시작했다. 하는 수 없이 이틀째 되는 날 병원을 찾았고 그곳에서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런 된장! 으아악!"


아내 때문에 코로나에 감염되었다는 사실에 머리를 쥐어뜯는 나와 달리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내의 얼굴에는 묘한 웃음이 번졌다. 순간 그런 아내가 무섭게 느껴졌다. 


"왜 웃어? 나까지 걸리니까 좋냐?"

"의사가 그러는데 보뚜랑 나랑 똑같은 코로나 바이러스 균이라서 그냥 평상시처럼 같이 생활해도 상관없대."

"그래서 좋냐고?"

"응. 이제 집에서 서로 마스크 쓸 필요도 없고 같이 밥도 먹을 수 있잖아?"

"헉."


진짜 할 말이 없었다. 아무리 철이 없어도 저렇게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계속해서 나를 보며 생글생글 웃는 아내가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다.


결국 난 어제부터 아내의 바람대로 코로나 감염 전과 똑같이 아내와 생활을 하고 있다. 컴퓨터 앞에서 글을 쓰다가 일정 시간이 되면 아내를 위해 요리를 해서 함께 먹고 후식으로 차를 마시고....... 코로나 때문에 몸도 쑤시고 열도 나고 목도 아파죽겠는데 간호를 받기는커녕.......


내 아내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무섭고 치밀한 사람이다. 난 지금도 병원에서 코로나 확진을 받은 나에게 고소하다는 듯 회심의 미소를 보내며 했던 아내의 말을 잊을 수가 없다.


좋게 생각해. 이제 같이 걸렸으니까 서로 떨어져 있을 필요도 없잖아?


https://blog.naver.com/boto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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